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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공무원은 개혁 중…선물·식사·골프 제의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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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공무원 권력은 천하무적이다. 부서 간 견제 시스템이 없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비판 언론도 없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다. 한데 보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권력과 수입 사이에 부패가 끼어들기 쉬운 구조다. 이런 중국 공직사회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반(反)부패’ 폭풍을 맞고 있다. 부패 권력을 대민 서비스 권력으로 바꾸려는 개혁의 일환이다.

|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력 행사
보수와 처우는 세계 최저 수준
권력과 보수 차이로 부패 만연


중국인 천(陳)모가 2012년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몇 년 전 아버지를 도와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에서 아파트 1000여 가구를 짓고 있었다. 착공 1주일도 안 돼 관할 파출소 공안 한 명이 찾아와 봉투를 내밀었다. 안에는 파출소 직원들이 한 달간 쓴 각종 영수증이 가득했다. 2만 위안(약 350만원) 정도였다. 며칠 후에는 시청 환경·공상 당국과 소방서·세무소·군부대 관계자까지 식사하자는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 후에 아버지는 ‘아파트 분양으로 번 돈의 40%가 뇌물로 사라졌다’며 탄식했다.” 천은 현재 홍콩의 한 언론사에서 공직비리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왜 이런 수퍼 갑질이 가능할까. 공무원들의 현장 권력 때문이다. 지방 정부의 경우 수천 개씩의 주요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여기에 예산 집행과 감독은 기본이고 처벌권까지 행사한다. 서방 국가와 달리 삼권분립이 안 돼 정부 부처 간 견제도 없다. 오죽하면 중국인들 사이에 힘 있는 공무원 권력은 살인만 빼고 뭐든 가능하다는 말이 돌까.

| 시진핑의 강력한 부패 척결 실효
공무원은 서비스 권력으로 전환
합법적, 투명하게 공무원 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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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은 막강한데 보수는 지나치게 낮다. 지난해 1월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봉을 공개했는데 13만6620위안(약 2400만원)에 불과했다. 월급이 1만1385위안(약 200만원)이라는 얘기다. 이는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각각의 지난해 연봉 218만 달러(약 25억원)와 40만 달러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액수다.

중국 공무원 월급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 및 보너스 등으로 구성된다. 매년 60위안씩 올라가는 근속수당(工齡), 300위안의 월 장려금 외에도 교통비·난방비·차량지원비 등 10여 가지 수당이 있다. 베이징(北京)시에 근무하는 리샹(李相)은 지난해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년 전 대학원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됐는데 월급은 4600위안이다. 방 월세 2200위안을 빼고 나면 남은 돈 2200위안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집 마련이나 저축은 생각도 못한다”고 한탄했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60세에 퇴직하면 퇴직 당시 월급의 80%를 평생 연금으로 지급받지만 월급이 워낙 적어 여유 있는 노후생활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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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무원들은 보수가 적다는 이유로 판공비, 즉 삼공비(三公費)를 펑펑 썼다. 삼공비란 해외출장비와 차량지원비·접대비를 뜻한다. 시 주석 취임(2013년 3월) 전 중국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이 잦고 외부인 접대를 호화롭게 한 이유다.

공직 부패가 만연하자 시 주석은 2013년 초 “호랑이(고위직 부패)든 파리(하위직 부패)든 다 때려잡는다”며 대대적인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금까지 10만 명이 넘는 공직자가 처벌을 받았지만 아직도 매월 수백 명의 부패 공직자가 적발되고 있다. 지금도 지방 공무원들의 아침 인사는 “이바서우(一把手·일인자) 안녕한가”이다.

반부패는 당 기율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국가 위에 군림하는 당의 규율을 들이대 청렴한 공직 기풍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기율위는 감시와 감독은 물론 처벌권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방 정당의 기율위와 다르다. 이는 다당제하의 야당과 사법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중국식 민주주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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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공비 낭비와 공무원 사치 풍조 근절 등을 위해 공직자윤리규정인 8항(八項) 규정도 제정됐다. 이후 중앙부처 삼공비는 2010년 94억 위안에서 올해 71억 위안으로 무려 24% 줄었다. 요즘 중국 공무원들이 내·외국인과 식사할 때 최대한 간편하게 하고 마오타이 등 고급 술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이유다. 간부들의 해외 출장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1년에 한 번으로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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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수입의 비대칭에서 오는 부패 유혹을 막기 위해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인사부)는 단계적으로 공무원 처우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미 올해 공무원 월급을 10%가량 인상하고 다양한 복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준공무원을 합해 3700만 명에 달하는 공직자들의 보수를 기업체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십수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공무원 조직 편제는 권력만큼이나 방대하다. 크게 조직과 부문의 책임자를 뜻하는 영도(領導) 직무와 일반 직원인 비영도(非領導) 직무로 나뉜다. 직급은 1급에서 27급까지 세분된다. 행정 단위 부서는 무려 800만 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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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신분은 확실하게 보장된다. 공무원법은 부패 등 범죄행위나 해당(害黨) 행위가 아니고는 해직이나 파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직도 마음대로 안 된다. 매년 시행하는 업무평가 시험에서 2년 연속 불합격하는 등 다섯 가지 조항에 해당할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2003년 취임 후 공직자의 철밥통을 깨기 위해 직책을 받지 못한 무능력자 퇴출제도를 도입했다. 1년간 시행했는데 700만 명의 공무원 중 퇴출자가 10명도 안 돼 이를 폐지했다.

교육은 공무원 경쟁력 제고의 핵심 동력이다. 국가 최고 지도부인 당 정치국이 매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집단 학습을 하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시 주석 취임 후 30여 차례나 정치국 집단 학습을 했다. 부패가 심각한데도 국가 리더십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다양한 재교육을 통해 공직사회를 끊임없이 정화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교육은 중앙 당교와 국가행정학원, 국방대학, 인터넷 등 4개 축으로 이뤄진다. 핵심 당 간부를 육성하는 중앙당교는 당의 사상과 철학,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론과 지도이념을 집중 교육한다. 현재 당 엘리트 간부 700명이 공부하고 있다.

국가행정학원은 행정 능력 제고를 담당한다. 공공행정학과 행정법학, 지도과학 등 10개 과목이 개설돼 있다. 성과 각 부처 지도자 과정, 청과 국 단위 간부 과정, 기업 경영자 과정, 청년 간부 과정, 해외 공무원 연수 과정, 석·박사 과정 등이 있다. 기수마다 800여 명이 입교해 교육을 받는다.

국방대학은 엘리트 군 지휘관 양성이 목표다. 베이징의 경우 기수마다 2000여 명의 중·고급 장교가 교육을 받는다. 군사이론과 국방연구 등 10개 과목을 가르친다.

인터넷 강의도 보편화돼 있다. 각 부처는 물론 국가행정학원이 운영하는 국가공무원교육망(國家公務員培訓網) 등 수천 개의 공직자 인터넷 교육 사이트가 개설돼 있다.

이 밖에도 간부들에겐 과즈(掛職)라는 순환근무제를 통해 현장업무를 숙지하고 단련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국가 지도부는 다양한 지방 행정 경험이 거의 필수다. 시 주석의 경우 푸젠(福建)성과 상하이(上海) 등 5개 지역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허난(河南)성 등 3개 지역에서 각각 현장 경험을 쌓았다.

중국의 국가개혁에 맞춰 한국인들의 공무원 대처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뇌물 제공은 물론이고 고가의 선물이나 접대는 절대 금물이다. 골프도 조심해야 한다. 지난 2월 말 한국을 방문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6자회담 수석대표)에게 한국 지인들이 골프 회동을 제의하자 우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요즘 중국에선 공무원이 골프를 치다 걸리면 해당 골프장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상하이에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한 이모(55)씨는 회사 설립증을 받고 담당 공무원에게 “저녁이나 하자”고 제의했다 혼이 났다. 그 공무원이 “다시 한번 그런 (접대) 얘기를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를 해서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제 법과 합리, 투명성으로 중국 공무원들을 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직 한 고위 외교관은 “어떤 문제든 개인 의견을 묻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당의 정책에 이의가 없느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왕위카이(汪玉凱)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시 주석의 공무원 개혁은 그들의 제왕적 권력을 대(對)인민 서비스 권력으로 환원시키는 작업이다.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분석했다.

최형규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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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