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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위스키 시장, 뜨거워지는 ‘36.5도’경쟁

정체 상태인 위스키 시장에서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도주 경쟁만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 3위 위스키 회사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이하 윌리엄그랜트)가 국내 시장을 겨냥해 저도수 위스키를 출시했다. 윌리엄그랜트는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제품 ‘그린자켓’을 발표했다. 알코올 36.5도에 12·17년산 등 두 종류로 출시됐으며, 가격(450ml 기준 부가세 제외)은 12년산이 2만6323원, 17년산 3만9985원이다. 이 회사가 로컬 시장 전용 양주 브랜드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윌리엄그랜트는 고급 싱글몰트(한 가지 원액으로만 만든)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국내 싱글몰트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국내 양주 시장의 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격이 높고 수량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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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소비되는 양주의 90% 이상은 국내 시장을 겨냥해 만든 윈저·임페리얼·골든블루 등 ‘로컬 위스키’가 차지한다. 로컬 위스키가 없는 윌리엄그랜트 국내 시장 점유율은 1.8%(이하 지난달 기준)에 그쳤다. 디아지오(44.9%)·페르노리카(19.8%)·골든블루(18.9%) 등 빅3와 비교해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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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돌파구는 ‘순한 술’이었다. 매년 위스키 소비는 줄지만 저도주 위스키 매출은 상승세다. 국내 전체 양주 시장에서 저도주의 비율은 약 30%까지 늘었다. 시장 개척은 지난 2009년 출시된 골든블루가 이끌었다. 36.5도로 출시돼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순하고 목 넘김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끌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양주시장 점유율 19.8%로 3위다. 골든블루의 선전에, 지난해 들어 1위 업체 디아지오는 솔잎향 등을 첨가한 리큐르 ‘윈저W레어’를, 2위 페르노리카는 달달한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을 출시했다. 이들 술은 위스키 원액에 향(1% 가량)이 첨가돼 주세법상 위스키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윌리엄그랜트는 지난 2014년부터 ‘저도수 위스키’를 콘셉트로 잡고 개발에 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 진로발렌타인스(현 페르노리카코리아)에서 ‘임페리얼 키퍼캡(가짜 양주 방지 마개)’을 개발했던 김일주(현 윌리엄그랜트코리아 대표)-브라이언 톰슨(현 윌리엄그랜트 아시아 사장) 콤비가 한국형 양주 개발에 들어갔다. 당시 두 사람은 각각 진로발렌타인스 이사-얼라이드도멕(페르노리카에 흡수) 중국 법인장이었다.
 
▶관련 기사
① 휴대폰·맥주 등 56개, 경쟁촉진 급한 산업
② 움츠린 위스키, 그래도 웃는 맥캘란

이렇게 개발된 ‘그린자켓’은 미국 남성프로골프(PGA)의 대표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것에서 이름을 땄다. 국내 대부분의 저도수 양주가 연산이 표기돼 있지 않은 점을 겨냥해 12년·17년이라는 연산을 표기했다. ‘같은 가격이면 연산이 표기된 술을 마시라’는 마케팅이다. 출시 전 국내 고객 1700명의 시음을 거치는 한편, 34년 주류 영업통인 김 대표의 의견을 반영해 술병 중간에 손가락으로 잡을 수 있는 홈도 팠다.

하지만 그린자켓은 알코올 36.5도로 김 대표가 전 직장인 수석무역에서 개발했던 골든블루의 도수와 동일하다. 이 때문에 주류 업계에서는 ‘자기 표절’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골든블루 당시 실험을 통해 36.5도가 가장 맛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36.5도에 대한 소신이 있는 것이지, 골든블루를 베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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