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지민 칼럼] 유시진 대위도 군침 흘릴 생선요리

“나, 군인이 될 거야.” 평범했던 절친이 폭탄선언을 한 건 26세 때다. 1년 후 그녀는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입대했고 지금은 대위 계급장을 달고 씩씩하게 나라를 지키고 있다. 군인은 지방 근무가 많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 통화로 안부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통화 내용이 좀 우습다. “지금 뭐해?” “사격 과락자 사격통제 하러 가” 이런 식이다. 평범한 30대 여성과는 다르게 사는 그녀가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네가 SNS에 올린 음식 사진들 봤어. 나도 먹고 싶다. 군에는 그런 음식이 없거든”이다.



군대 음식은 밥·국·반찬이 나오는 1식 4찬 식단이다. 요리 솜씨 좋은 급양병(요즘은 취사병을 이렇게 부른다나)이 밥을 하는 날은 그야말로 잔칫날. 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제육볶음이 나오는 날에는 떨어지기 전에 쏜살같이 뛰어가야 한단다.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3- 육즙 살아있는 대구 요리와 화이트 와인

“외식도 하니?” “군에서 외식은 삼겹살 파티가 짱이야.” 기름 드럼통 반을 잘라 안에 숯을 넣고 철판을 올린 다음 삼겹살을 대량으로 사다가 굽는단다. 이때도 그들만의 식사법이 있다고 귀띔한다. 삼겹살을 잘게 자르지 않고 긴 상태 그대로 집게에 둘둘 말아 뜯어 먹는다고.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불판 위 젓가락의 움직임을 경계하느니 이 방법이 최고라나.



가끔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멋진 그릇에 담겨 나오는 서양 음식을 맛보고 싶다는 그녀가 휴가를 얻어 서울로 올라온 날, 나는 그녀를 압구정동에 있는 레스토랑 ‘톡톡(TocToc)’으로 데려갔다. 문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 “똑똑”의 불어를 옥호로 삼았다. 편안한 분위기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파인 다이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톡톡의 김대천 셰프가 친구를 힐링시켜줄 3가지 메뉴를 제안했다.



첫 번째 메뉴는 아스파라거스 샐러드. 제주에서 공수한 튼실한 아스파라거스에 크림처럼 부드러운 프로마쥬 블랑(흰 치즈)을 곁들이고 매쉬드 포테이토에 샬롯 튀김을 올렸다. 사각사각한 아스파라거스, 부드러운 프로마쥬 블랑, 바삭한 샬롯 튀김에 블랙 올리브 파우더까지 곁들여져 다양한 식감이 느껴진다. 친구는 “아스파라거스는 군대에선 나올 수 없는 음식이야. 아마 서로 많이 먹겠다고 덤비다 식당이 폭발할 걸?”이라며 군대에선 비슷한 요리로 죽순 볶음이 나온다고 했다.



다음 메뉴는 대구. 김 셰프가 최근 남 프랑스를 여행하며 영감을 받아 만든 요리다. 싱싱한 대구를 적당히 익혀 식감과 결을 살려내는 게 특징. 익었는데 익지 않은 듯한 느낌이랄까. 스테이크로 따지면 미디움 레어 정도의 익힘인데 “선도가 좋은 생선은 푹 익히지 않고 육즙이 그대로 담기게 하면 더 맛이 좋다”는 게 김 셰프의 설명이다. 여기에 샤프란을 넣은 베르블랑 소스를 곁들인다. 한입 맛보니 촉촉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사실 친구는 평소 생선은 잘 안 먹는다고 한다. 군대에서 생선요리는 꽁치·고등어·갈치가 주다. 문제는 종류가 뭐든 ‘튀겨서’ 낸다는 것. 대량으로 조리를 해야 하니 이해는 되지만 ‘생선튀김’에 질린 가슴은 밖에서도 어지간해선 생선에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고. 친구는 김 셰프의 대구 요리를 한 입 먹어보더니 “생선으로도 이런 요리를 할 수 있구나” 감동했다.



오늘 셰프 추천 와인은 폴 페르노 부르고뉴 블랑(Paul Pernot Bourgogne Blanc).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화이트 와인 생산자인 폴 페르노 가문에서 만든 것이다. 너무 튀지 않고 산미도 적당한데다 밸런스도 좋아 샐러드나 해산물 요리에 어울린다.



마지막 요리는 트러플 파스타.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에서 공수한 트러플(송로버섯) 면을 썼다. 트러플을 넣고 반죽한 면이라 가격도 일반 파스타 면보다 5배 정도 비싸다. 칼국수보다 넓적한데 식감이 꼭 수제비 같다. 갓 나온 파스타 위에는 프랑스 아비뇽에서 공수한 트러플이 과자 조각처럼 장식돼 있다. 워낙 비싼 식재료다 보니 정말 금싸라기 만큼이다. 3만원을 더 내면 트러플 조각을 추가할 수 있다.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잘 비벼 먹으면 화이트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친구는 “3가지 요리가 다 맛있다”며 “우리 부대에 김 셰프가 와서 직접 요리를 해주면 진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나는 “글쎄, 얼마나 바쁜데…헬기라도 띄우면 또 모를까”하고 응수했다.



헬기 얘기가 나온 김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진실 또는 거짓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군대에 진구나 송중기 같은 남자가 정말 있니?” 친구는 “당연히 없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마 속 진구의 계급은 상사. 대부분 30대 후반~40대인 관계로 진구만큼 젊은 상사는 없단다. 송중기 같은 남자도 군대에 있을 수가 없다고. 땡볕에서 훈련 받고 시커멓게 타기 일쑤인데 그런 뽀얀 피부가 나올 수 없다는 것. “대신 김지원처럼 예쁜 여군은 정말 많아.”



친구야, 네가 말하는 그 예쁜 여군 중에 너도 끼어 있는 거니? ●



 



 



이지민 ?‘대동여주도(酒)’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