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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 쇼핑호스트 채용 현장] “경력 활용”“평생 방송할 것” 미국 변호사·약사·연구원 …

“아기 엄마이자 약사인 이수정입니다. 소위 ‘이대 나온 여자’고, 건강식품이나 아기용품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강점이 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가산동의 한 스튜디오. 약사 이수정(34·여)씨가 카메라 앞에 섰다. 가족들은 “안정적인 약사를 계속하지 그러느냐”고 권했지만 TV 화면에 서고 싶은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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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가산동 K쇼핑 전용 스튜디오에서 심사위원들이 지원자 이수정씨의 영상을 보고 있다. 이날 치러진 1차 시험에는 484명이 응시했다. [사진 KTH]


KT의 데이터쇼핑(T커머스) 자회사인 KTH가 공채 1기 쇼핑호스트를 선발하는 이곳에는 지원자 484명이 몰렸다. 약 40~50대 1의 경쟁률이다. 쇼핑호스트는 홈쇼핑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해 제품을 파는 진행자를 말한다. 시험은 1~2차 카메라 테스트와 3차 최종면접 등 총 3단계로 진행됐다. 484명의 지원자는 1차에서 50명, 2차에서 25명 내외로 추려졌고 26일 약 10~12명의 합격자가 선발된다. 흔히 쇼핑호스트는 방송계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힌다. 수명이 비교적 짧은 방송계에서 드물게 ‘아줌마’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데다 스타급의 경우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홈쇼핑사의 간판 쇼핑호스트들은 대부분 30~40대다. CJ오쇼핑의 스타 쇼핑호스트 임세영(39·여)씨나 GS홈쇼핑의 동지현(44·여)씨도 마찬가지다.

응시자들의 평균 연령도 타 방송 시험에 비해 다소 높다. 게다가 KTH는 이번에 응시자의 성별·나이·학력 등을 전혀 제한하지 않았다. 응시자들의 평균 연령이 26세(JTBC 기준)가량인 아나운서 시험에 비해 5세 이상 많은 평균 31.4세로 집계됐다. 이날 응시한 우승연(35·여)씨는 “방송 리포터로 활동하다가 출산으로 4년 쉬었다”며 “쇼핑호스트는 평생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1차 시험 과제는 ‘30초 자기소개’와 ‘대본 리딩 평가’다. 자기소개에서는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 그룹 ‘스페이스 A’의 보컬 출신으로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이시유(32·여)씨는 노래로 자기소개를 했다. 이씨가 스페이스 A의 대표곡 ‘섹시한 남자’의 후렴구를 읊으며 “죽도록 너만 사랑하는데~ 왜 날 믿지 못하니~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이시우입니다”고 소개하자 타 지원자는 물론 심사위원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의 여주인공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하반기 중 결혼할 생각인데 결혼 후에도 할 수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어 쇼핑호스트 시험에 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 외에도 많은 이색 경력 소유자가 이번 시험에 응시했다. 뉴욕주 변호사인 정유진(39·여)씨는 미국에서의 변호사 활동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쇼핑호스트 시험을 봤다. 그는 “변호사가 되면 말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을 할 일이 적었다”며 “내 이야기를 하고 소통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LG디스플레이 연구원 출신인 진소은(34·여)씨는 “직장인 경력과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점을 잘 살려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쇼핑호스트 시연 심사에는 이른바 ‘마리텔’식 평가 방식을 활용했다. ‘멀티채널네트워크(MCN·1인 제작자와 동영상 사이트 등을 활용한 다채널 방송)’ 형식의 MBC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의 환경과 유사한 홈쇼핑 진행 능력 평가다. 한 사람씩 스튜디오에서 제품을 라이브로 소개하면 옆에 있는 화면을 통해 네티즌들의 질문이나 코멘트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그러면 이를 받아 ‘1인 홈쇼핑 방송’을 하는 포맷이다. KBS 예능국장 출신인 오세영 KTH 대표가 도입했다.

물론 마리텔식 홈쇼핑 방송을 현재 TV에서 볼 수는 없다. 기존 홈쇼핑 보호를 위해 T커머스 업체들에 라이브 방송을 금지한 미래창조과학부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다만 스마트폰 등으로 볼 수는 있다. 오세영 대표는 “규제가 풀릴 때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마리텔 방식 채용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기 직업으로 부상한 쇼핑호스트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전달력’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비스피치 박양정 실장은 “쇼핑호스트는 물건의 강점과 가치를 전달하는 직업이라 정확하고 신뢰성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평가의 키포인트”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미용·생활가전 등 잘 아는 전문 분야가 있다면 가점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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