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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죽은 백인 중 가장 위대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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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향한 의지
스티븐 그린블랫
박소현 옮김, 민음사
693쪽, 2만5000원

셰익스피어(1564~1616)는 가장 위대한 ‘죽은 백인 남자(dead white men)’ 목록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문학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안에 든다. 영국 왕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빅벤과 더불어 영국의 아이콘이다.

그의 생존 당시 런던 인구가 20만이었지만 그의 연극을 공연하는 3000석 규모 극장은 꽉 찼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당시로서는 아주 쉽고 재미 있었다. 지극히 대중적이었다. 넓이와 깊이는 엘리트도 만족시킨다. 그의 희곡에는 1221명에 달하는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저마다 독특하다. 셰익스피어가 인간성을 발명했다는 말까지 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불행히도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부모·부인·자녀의 이름, 생몰 연대, 세례받는 날짜(1564년 4월 26일),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직업은 장갑 장수였다는 것, 1582년 열여덟 살 때 그보다 8년 연상인 앤 해서웨이와 결혼했다는 것, 1597년 고향에서 두 번째로 큰 대 저택을 구입했다는 것, 눈물관에 생긴 암 때문에 52세로 사망했다는 것 등이다. 결혼 허가 증서, 부동산 거래 기록, 유언장 등의 기록만 남아있다. 2만 통의 편지를 남겼으며, 52년 동안 일기를 쓴 괴테(1749~1832)와 달리 셰익스피어를 탐구하려고 해도 문헌상으로는 비빌 언덕이 없다.

『세계를 향한 의지』는 난제에 도전한다.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맞아 나온 그의 전기다. 원제는 ‘Will in the World’다. ‘Will’은 의지를 뜻하지만, 윌리엄(William)의 애칭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가 자주 구사한 중의법이 책 제목에 사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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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피크(1551~1626)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작품. 온갖 보석으로 장식을 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탄 가마를 칼을 찬 귀족들이 어깨에 매고 있다. [사진 민음사]


저자인 스티븐 그린블랫 하버드대 인문학 석좌교수는 최고의 셰익스피어 전문가다. 미국에서 20만 권 이상 팔린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9주 동안 올랐다.

18세기 초부터 셰익스피어 전기는 일종의 산업이 됐다.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까. 1차 자료도 옛날에 고갈됐다. 그린블랫 교수가 사용한 방법은 무엇일까. ‘신 역사주의(new historicism)’다. 그린블랫 교수가 1980년대에 확립한 신역사주의는 문학 작품을 문화적 맥락에서 해석해낸다. 신역사주의를 무기로 저자는 부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How Shakespeare Became Shakespeare)’라는 의문에 도전한다.

셰익스피어가 나고 죽은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인구가 15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읍이었다. 시골에서 런던으로 상경한 셰익스피어는 돈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었다. 옥스퍼드·케임브리지를 나온 것도 아니었다.(일부 식자층은 셰익스피어가 ‘표절꾼’이라고 공격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출세’했을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린블랫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과 당시 시대상을 연결한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1세(1533~1603)의 시대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아는 전문가다. 셰익스피어의 삶을 추적하다 지친 연구자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곧 셰익스피어의 삶’이라는 결론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그린블랫 교수는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와 작품을 연결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삶을 추리해냈다.

셰익스피어의 지능(IQ)은 190~230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저자 그린블랫 교수가 셰익스피어의 삶에서 발견한 것은 ‘천재의 승리’가 아니라 ‘인간의 승리’였다. 셰익스피어는 일상적인 것, 인간적인 것의 가치와 위대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인본주의적 성취에 가장 완벽하게 도달했다.
 
"셰익스피어는 가톨릭 신자”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듯, 저자는 셰익스피어가 가톨릭을 믿었다고 주장한다. 성공회(聖公會)는 ‘Holy Catholic Church(성스러운 가톨릭 교회)’의 번역이다. 당시에 성공회가 아니라 가톨릭을 몰래 믿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당시 믿음을 알아야 셰익스피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햄릿』이 그렇다. 우유부단한 인물의 전형으로 이해되지만, 그가 결정적인 순간에 아버지의 원수를 갚지 않은 이유는 마침 아버지를 죽인 삼촌이 기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회의 기도를 하다가 죽임을 당하면 의도와 다르게 천국이나 연옥에 가게 되는 것이다. 극의 초반에 햄릿이 유령의 말에 반신반의한 것도 이유가 있다. 교리상으로 마귀·악마가 유령·귀신인척 할 뿐 죽은 사람의 혼령이 세상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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