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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정서적 양육’ 경험이 결핍된 폭력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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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소설가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두드려야 한다”는 어릴 적에 본 속담사전에 있던 문장이다. 30대 중반까지도 동년배 남성이 웃는 낯으로 그 문장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 여자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우리 사회 남성들이 오래도록 공유해온 통념이어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은 구제받을 길이 없었다. 1990년대 초반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인권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자 남성들은 여자도 자기네와 동등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처음 안 듯했다. 농담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성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 이야기가 들린다. 친밀한 여성을 향해 공격성을 쏟아내는 남자의 가장 겉면에 있는 심리 작용은 당사자가 해결하지 못한 불편한 감정을 안전하고 믿을 만한 상대에게 떠넘기는 행위다. 그들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온순한 얼굴 뒤편에 억압해둔 불편한 감정들을 만만한 단 한 사람에게 쏟아낸다. 더 깊은 심리 차원에서 그들은 생애 초기에 내면에서 사랑과 공격성을 통합시키지 못한 이들이다. 유아기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대상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사랑과 공격성을 통합시키는 심리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정서적 양육이 미흡해서 아이의 양가성이 통합되지 못하면 성인이 된 후 사랑과 분노를 번갈아 내미는 연인이 된다. 그들은 사랑할 때 헌신적인 만큼 분노를 건넬 때도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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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별 앞에서 공격적으로 변하는 남자는 분리불안이 보살펴지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유아기에 중요한 양육자나 안정된 환경을 잃은 후 슬픔을 달래주는 정서적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아이가 경험하지 못한 슬픔과 불안은 내면에 억압된 채 당사자를 집어삼킬 만큼 위력적인 것으로 변한다. 그들은 헤어지자는 말만 들어도 존재의 뿌리가 흔들릴 만큼 공포를 느낀다. 그 불편한 감정을 상대에게 쏟아내는 해법밖에 알지 못한다. 감정을 보살펴주는 양육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자기감정을 소화시키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 양육의 패러다임에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성들의 폭력 사건은 쉽게 줄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일보다, 사회적 상징들을 습득시키는 일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그들을 정서적으로 돌보아주는 일이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일, 정서적으로 편안하도록 보살피는 일이다. ‘정서적 양육’ 개념이 일반상식이 될 때까지 남성 폭력은 계속 목격될 것이다. 진심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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