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불태워진 성조기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개막을 6개월여 남겨놓고 부산영화제가 삐걱대고 있습니다. 올해로 21회째로,아시아의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와중에 영화인들의 보이콧 결의가 이어지면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논란의 초점은 영화제 조직위원장 선정 방식입니다. 선출위원회에서 조직위원장을 뽑아 총회의 추인을 받자는 부산시 입장과 외부의 입김을 차단하고 영화인들끼리 모인 총회에서 조직위원장을 뽑자는 영화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위원장을 어떻게 뽑든 대수로운 문젠가 싶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부산시가 돈(60억원)을 댄다는 이유로 영화제에 개입하려 한다는 영화인들의 의심이 갈등의 본질이기 때문이죠. 갈등은 2년전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 '다이빙벨' 상영에서 시작됐습니다. 부산시는 세월호 사건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다이빙벨'의 상영을 막으려 했지만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상영을 강행한게 화근이 됐습니다. 그러자 부산시는 올해초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재임명을 거부하고 공금 횡령등의 이유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양측의 감정이 악화되면서 결국 영화인들의 '부산영화제 전면 보이콧'결의까지 이어지게 된 겁니다.영화인들은 부산시의 이런 태도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이콧 움직임이 국내 영화계를 넘어 해외로까지 확산돼가고 있다고 하니 자칫 20년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공멸과 파국을 가져올 보이콧 사태가 슬기롭게 마무리돼야 하겠습니다. 부산영화제는 이미 영화인만의 행사도, 부산시민의 축제도 아닌 전세계 영화인과 영화팬들이 함께 즐기는 공공재란 측면을 간과해선 안될 것입니다.



? 논란의 불씨가 된 '다이빙벨' 상영은 새삼 표현의 자유 논란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인류의 자유와 기본권 확장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고 할 정도로 역사가 오랩니다. 인권 선진국 중에서 특히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죠. 표현의 자유 보장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제약할 수 있게 하는 '포지티브'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수정헌법 1조에 그 정신이 반영돼있습니다.? '연방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신앙의 자유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으며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할 권리와 불만의 구제를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헌법 1조에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나라이니 관련 판례도 널려있습니다. 그중 유명한 게 성조기 소각 사건입니다.1984년부터 6년여간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공방은, 미국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소중한 기본권이자 존중해야 할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그 진행과정이 흥미로워 소개해보겠습니다. ? #1984년 8월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당시 대통령인 레이건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전당대회가 열렸습니다. 행사장 밖에선 레이건 정부의 경제·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국기게양대에 걸린 성조기를 불태우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텍사스 주경찰은 그레고리 존슨이란 청년을 체포해 성조기 훼손죄로 기소했습니다. 성조기는 이민사회인 미국인들의 다양한 인종·계층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동체의 상징인데 국기를 훼손했으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죠. 주 지방법원도 이런 논거를 인정해 징역 1년에 20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주 고등법원은 성조기 훼손행위가 수정헌법 1조가 인정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성조기 소각행위가 시민들에게 모욕감을 주긴 했지만 이로 인해 성조기의 소중한 의미가 손상된게 아니며,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 겁니다.미국 사회가 들끓었고 텍사스 검찰은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그러나 89년 3월 열린 연방대법원 판결 역시 5대 4로 존슨의 손을 들어줍니다.? "존슨이 성조기를 불태우면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은 정치적 의견을 표시한 것이었다. 청중들이 그런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모욕감을 느낀다고 해서 정부가 표현 행위를 제약하는 건 수정헌법 1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후 "헌법을 고쳐서라도 성조기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89년 성조기보호법이 연방의회를 통과했습니다.미국 국기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불태우는 행위는 1년이하의 징역에 처할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그러자 재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법이 발효된 89년10월28일 0시를 기해 일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성조기를 불태우는 항의 퍼포먼스를 한 겁니다. 정부로부터 애국심을 강요당하는게 참을 수 없다는 이유였죠. 체포된 시민들이 법정에 서게됐고 성조기보호법의 위헌 여부가 심판받게 됐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성조기 소각을 금지하는 법은 위헌"이라는 거였습니다(90년 6월 연방대법원).성조기를 불태우는 것 조차 헌법에 의해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라는 걸 거듭 강조한 판결인 셈이죠.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민족,다인종의 이민 가정으로 구성된 미국사회만큼 갈등과 충돌이 내재화된 나라도 많지 않을 겁니다. 숱한 갈등 속에서도 미국이 번영하고 세계의 지도국가로 발돋움한 데는 수정헌법과 연방대법원의 힘이 큽니다. 사회를 규율하는 일관된 기준과 원칙,이를 지키려는 사법부의 법치(法治)노력말입니다. 사실 국기 훼손·소각을 둘러싼 논란은 국내에서도 종종 벌어지는데요, 법정까지 간 가장 최근의 사건으로 지난해 세월호 집회에서 우발적으로 태극기를 소각한 사람이 국기모독죄로 기소된 게 있더군요. 당사자는 국기모독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05조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했기 때문에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라고 하는군요. 앞으로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다이빙벨'로 촉발된 부산영화제 보이콧 사태 또한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표현의 자유와 제3자의 권익이 충돌할 때 표현의 자유는 제한돼야 하는가, 표현의 자유를 통해 우리 사회가 구현하는 가치체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 높은 논쟁과 담론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 지난주 중앙SUNDAY가 보도한 4·13 총선 결과 진단에 대한 기사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시해오셨습니다. 이홍구 전 총리,김우창·최장집 교수등 우리사회의 대표 지성들은 5년 대통령 단임제와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 지역할거 정치는 이제 수명을 다한 만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헌법·정치체제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구체적으론 4년 중임제,이원집정부제등 개헌과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그리고 연정 수준에 맞먹는 타협의 정치를 주문했습니다. 관련 보도에 대해 중진 정치인들은 물론 새로 20대 국회에 진입한 당선인들도 공감과 지지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이번주 중앙SUNDAY는 지역에서 바닥 민심을 훑고 여의도에 입성한 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정치권 새틀짜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갈망을 후속 보도합니다. 또 적지(敵地)에서 살아돌아와 한국 정치의 역사를 새로 쓴,더민주당의 전현희(강남을),새누리당 정운천(전북 완산을) 당선인의 풀 스토리도 준비돼 있습니다.



[관련기사] 한국대표 지성 6인의 4·13 총선 진단 '국민이 깬 87년 체제-책임정치 실현할 새틀짜기 나서야"



[관련기사] 대표 지성 6인이 보는 4·13 이후 "20대 총선 구체제 마지막 선거,다음 총선은 신체제로"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