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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여소야대 정국,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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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여소야대로 끝난 20대 총선 결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와 닮았다. 88년 4·26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정당은 전체 의석 299석 가운데 125석을 얻었다. 이에 비해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은 70석,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은 59석, 그리고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은 35석을 얻었다. 야 3당의 의석을 합하면 164석으로 과반을 넘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3대 총선의 민정당보다도 3석이 적은 122석을 얻는 데 그쳤다. 더욱이 12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 뒤져 원내 2당이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국민의당 38석을 합하면 야당은 과반인 161석을 차지했다. 여소야대 정국의 형성, 다당제라는 점에서 88년과 2016년은 닮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직면한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는 서로 다른 것 같다.

총선 한 달 뒤인 5월 28일 노태우 대통령은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야 3당 총재를 청와대로 초청해 영수회담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민주화 추진 방안, 5공 청산, 올림픽 성공 개최 등 중요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틀 뒤에 노태우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과 축하 리셉션에 모두 참석해 여야 정치인들을 두루 만났다. 개원식에서 노 대통령은 “수적 우위에 의한 집권당의 일방적 독주와 강행이 허용되던 시대도, 소수당의 무조건 반대와 투쟁의 정치가 합리화되던 시대도 지났다”고 연설했다.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곤경에 처하게 되었지만, 노 대통령은 이를 현실로 받아들였고 어려움을 정치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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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이후 야 3당 공조의 위력이 나타났다. 7월 초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투표가 야 3당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여당이 반대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안’은 야 3당의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와 같이 야 3당이 국정을 주도해 가는 상황에서도 노태우 대통령은 야당과의 극한적 대결보다는 타협과 협력을 선택했다. 국회를 통과한 국정감사 법안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일단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야당과의 재협상을 통해 이견을 조정했고 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자치법 역시 비슷한 사례다. 89년 3월 야 3당이 주도해 지방자치법 등 4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 대통령은 이 법안들 모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중 지방자치법은 야 3당이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재의결을 시도할 만큼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었다. 노 대통령은 지방자치법에 대해 야당과 재협상을 시도했고 12월 31일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노태우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다루기 힘들었던 사안 중 하나가 5공 청산이었을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민정당과 야 3당 간 심각한 정치적 갈등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사안은 89년 12월 15일 노태우 대통령과 야 3당 총재 간의 영수회담을 통해 최종적으로 합의되었다. 그 시기를 살았던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그해 12월 31일 TV로 생중계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회 증언이 그때 합의되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야당 간 입장의 차이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노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곤혹스러웠던 공약은 중간평가 실시였을 것이다. 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당선되면 중간평가를 통해 신임을 다시 묻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89년 봄이 되면서 정국은 중간평가 실시 여부를 두고 정치적 공방을 벌였다. 특히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의 입장이 강경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의 회담을 통해 중간평가 문제를 피해 갈 수 있었다. 김대중 총재는 중간평가 실시가 헌법에 위배됨을 지적하면서 노 대통령의 입장을 지원했다. 여소야대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처럼 정치 지도자의 정치력은 문제를 해결해 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선거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반응은 실망스럽다. 불편한 상황이라고 해서 정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의 여소야대 정국은 정치의 복원에 대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당도 야당도 모두 책임 있는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타협과 양보 등 정치력을 발휘하며 상황을 타개해야 할 핵심적 역할은 역시 대통령이 맡을 수밖에 없다. 임기 후반에 맞이한 여소야대의 상황이 박 대통령에게 결코 편안한 환경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간평가, 5공 청산, 전두환 처리 등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직면했던 상황보다는 지금의 여건이 더 나아 보인다. 아직도 임기가 1년10개월이나 남았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여소야대의 어려움을 푸는 열쇠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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