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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시각장애인이 영화관에 가야 하는 이유 알려드릴까요?

by 강희영

사회적기업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김수정 대표 인터뷰

영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배리어프리 버전 상영회 장면. 영화의 내레이션은 배우 정겨운의 재능기부로 제작됐다. [사진=kobaff 페이스북]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는 신선한 체험이었다. 지난달 2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본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은 장애인을 위해 화면 해설을 넣은 버전으로, 비장애인이 보기에도 독특한 재미가 있었다. 처음엔 소리가 없어 ‘식은 국’ 같았지만 이내 빠져들어 다 본 뒤에는 ‘달콤한 마카롱’을 맛본 사람처럼 진한 여운이 느껴졌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배리어프리영화를 만들고 보급하는 사회적 기업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의 김수정(46)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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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영화란 무엇인지.
“시각장애인에겐 화면 해설을 넣고, 청각장애인에겐 대사와 음악·음향을 한글 자막으로 설명하는 영화다. 1974년 UN 회의에서 ‘장애 없는 설계(barrier free design)’ 보고서가 나오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문턱 없이 다닐 수 있는 건축물을 짓자는 운동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물리적 턱을 넘어 제도적·심리적 장벽 없애기, 애초부터 모든 사람이 다 쓰도록 하는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으로 넓어졌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시·청각 장애인뿐 아니라 영화를 이해하기 힘든 발달장애인이나 이주민, 약시·난청을 가진 어르신들에게도 호평받는다. 한 발달장애 친구가 배리어프리 영화를 엄청 열심히 보면서 ‘두 시간짜리 영화는 처음’이라고 하더라.”

대세 배우 박보검 주연 영화 ‘반짝반짝 두근두근’ 배리어프리 버전의 한 장면. 청각 장애인을 위해 대사와 음악·음향이 모두 자막으로 나온다. [사진제공=kobaff]

대세 배우 박보검 주연 영화 ‘반짝반짝 두근두근’ 배리어프리 버전의 한 장면.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와 음악·음향이 모두 자막으로 나온다. [사진제공=kobaff]

-장애인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면 어떤 건가.
“장애인이 편한 사회는 모든 사람이 편한 사회라고 하지 않나.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는 원래 장애인 시설인데 비장애인도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의 극장은 영어가 서툰 사람을 고려해 대부분 자막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전엔 이 캡션 비디오를 가져다 영어 공부를 많이 했다. 특정인을 위한 서비스로 모두가 편리해진 것이다."

-장애인 전용관은 어떨까.
"나는 별로라고 본다. 청소년극장이 있다고 청소년이 가겠나. 우리 집에서 먼데. 장애인 역시 집 근처에서 하는 상업 영화가 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의 주요 활동은 어떤 것인가.
"우리가 '배리어프리'란 용어를 가져오기 전에도 시각장애인협회와 농아인협회 등에서 영화에 해설과 자막을 넣는 작업을 해 오고 있었다. 다만 영화를 전공한 사람들이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들 때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엔터테인먼트로서 더 재밌게 할 것인가 고민한다. 단순히 해설이나 자막을 입히는 게 아니라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가 내레이터로 참여해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한다. 홍보도 유명 영화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후원이나 공적 지원 등으로 제작·상영되는 만큼 홍보가 절실하다. 매년 11월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에서 다음 해 활동할 홍보대사를 뽑는다. 배우 김정은·한효주·한지민·성유리·김성균·정겨운 씨 등이 수고해 주셨다."

‘터치 오브 라이트’의 내레이션을 녹음하는 배우 임수정. [사진제공=kobaff]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의 내레이션을 녹음하는 배우 임수정. [사진제공=kobaff]

영화

영화 '마이 백 페이지'는 배우 한효주가 내레이션을 맡아 2012년 일반 버전과 동시 개봉했다. [사진=중앙포토]

-시각장애인의 경우 굳이 극장에 가야 하나 의문점도 있다.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가 영화관을 가는 게 꼭 영화 때문만은 아니지 않나. 최신 개봉작을 배리어프리로 만들어 매달 한 번 전국 19개관에서 상영하는 행사(메가박스 공감데이)가 있다. 장애인단체와 공동 제작해 장애인은 동반 1인까지 1000원을 받는다. 아무 때나 볼 수는 없지만 예전과 달리 영화관 나들이의 기회가 생긴 거다. 문화생활이 있고 없고는 매우 큰 차이다. 장애인들은 바깥 활동이 적고 라디오나 TV가 문화생활의 대부분이다. 극장에 와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한다는 건 큰 이벤트다.”

-10대, 20대 젊은 장애인도 많이들 보러 오는지.
“상영 시간대가 오후 2시여서 학생들은 많이 못 온다. 한 장애인 학생이 하루에 네 편을 몰아 보더라. 문화가 고팠던 거다. 친구들끼리 어떤 드라마가 이슈인데 대화에 끼질 못한다. 동시대를 산다는 건 동시대 문화를 공유하는 건데 공감대 떨어지니 분리될 수밖에 없다.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시·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보편화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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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영화를 하게 된 계기는?
“이은경 전 대표와 동국대 영화과 대학원 선후배 사이다. 40대 중반 일본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제를 보고 '우리도 해 보자' 했다. 2000년 장애인영화제에서 장애인들이 극장이 신기한지 소풍 나온 느낌으로 땅콩 까먹으며 즐기는 걸 봤다. 장애인단체가 라이브로 화면을 해설하고 있어 조금 부끄러웠다. 영화인들이 왜 외면할까…. 한 영화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복지회관에서 상영하는 걸 보고 반성했다고 한다. 그분들이 직접 자막과 화면 해설을 넣는데, 사실 영화라는 게 어떤 정보를 취사선택해 설명할 건지에 따라 20~30%는 감독의 의도와 달리 오독이 있을 수 있다.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및 배급은 영화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이다. 봉사가 아니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일반 영화처럼 가까운 극장에서 아무 때나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폐쇄 시스템(closed system)이라 해서 개인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있다. 화면에 자막이 뜨는 오픈 방식은 선택권이 없지만 폐쇄 방식은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야만 자막이 보인다. 글라스를 끼거나 패널을 대면 자막이나 소리가 나와 비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 요즘 스마트 글라스가 가상현실(VR) 체험용으로 나오는데 좀 무겁다. 한국 기업들도 열심히 개발하고 있어 조만간 경량화, 기능주문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극장에 비치해 대여하거나 장애인이 정부 지원으로 저렴하게 개인용 장비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상영할 배리어프리 영화가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대부분의 영어 영화를 배리어프리로 제작할 계획이고 일본도 시작했다. 우리도 폐쇄 시스템이 의무화되면 영화 제작비(약 40억 원) 안에 후반 배리어프리 작업(편당 1500~2000만 원)이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다. CJ·쇼박스·롯데 등 대형 제작사가 천문학적 홍보비의 일부라도 여기에 투자했으면 한다.”

-아직까지는 공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까지 130여 편의 국산 영화를 배리어프리로 제작했다. 지역 케이블 TV로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대형 IPTV에서 뛰어들어야 한다. 우리 위원회는 영진위와도 작업하지만 지난해 CBS와 공동으로 ‘소리로 보는 영화’라 해 방송통신위 지원금으로 8편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 첫 배리어프리 영화 ‘블라인드’(2011)를 비롯해 가수 김창완이 해설, 일반 버전과 처음 동시 개봉한 ‘달팽이의 별’(2012) 등 점차 제작 편수가 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배리어프리 상영작 중 추천작은 어떤 게 있는지.

서울역사박물관 토요 배리어프리 상영작 중 일부.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4인의 노년기를 그린 ‘콰르텟’(4월23일 상영)과 벨기에에 입양된 한국 출신 아동의 자전적 이야기인 ‘피부색깔=꿀색’(6월25일) 등 5편을 준비했다.

서울역사박물관 토요 배리어프리 상영작 중 일부.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4인의 노년기를 그린 ‘콰르텟’(4월23일 상영)과 벨기에에 입양된 한국 출신 아동의 자전적 이야기인 ‘피부색깔=꿀색’(6월25일 상영) 등 5편을 준비했다.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은 배우 김효진 씨가 내레이션을 밝게 잘 해 줬다. 주인공이 시·청각 중복 장애인이라 마리에게 어떤 목소리를 줄까 홍지영 감독과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더스틴 호프만 감독, 매기 스미스 주연의 ‘콰르텟’(4월23일)도 수작이다. 최고의 오페라 가수 4인이 한 집에 모여 옛 전설을 재현하기 위한 콘서트를 준비하는 이야기다. 올해 말까지 ‘소중한 사람’(5월28일), ‘피부색깔=꿀색’(6월25일), ‘엄마까투리’(7월23일), ‘모르는 척’(7월23일) 등이 매월 넷째주 토요일 오후 2시 상영된다.”

배리어프리영화 상영 정보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사이트(http://www.barrierfreefilm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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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영 TONG학생기자(왼쪽)와 김수정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

글=강희영(태원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태원고지부
도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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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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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