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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쿠팡 똑같이 제재 … 걸면 걸리는 규제부터 없애라

| ‘황동 수도꼭지’규제 없애니
수압 규정 만들어 또 제재


#그동안 수도꼭지 몸통은 구리나 구리 합금인 황동으로만 만들어야 했다. 1963년 제정된 국가표준(KS)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국산 수도꼭지는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중소 건설자재 회사인 컴텍의 이진호(61) 상무가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해 이를 바꿨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기표원)은 지난달 예고 고시를 통해 수도꼭지 소재를 황동으로 제한한 조항을 없앴다. 그런데 기표원은 KS 규정에 ‘인장 강도가 195MPa(1㎠에 1950㎏ 이상 견디는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 상무는 “사실상 황동만이 이 강도를 견딜 수 있어 규제가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쿠팡·위메프·티몬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는 백화점, 대형 할인점과 나란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 유통업법 규제를 받는다. 이와 달리 외국계 G마켓과 국내 대기업이 주도하는 11번가 등 오픈마켓은 비슷한 서비스를 하면서도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중개’ 역할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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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관계자는 “대규모 유통업법은 특정 판매구역이나 진열대 독점, 판매시간 제한 등 주로 오프라인 점포가 납품업자에게 ‘갑질’하는 걸 막기 위한 법”이라며 “당장의 적자보다 새로운 규제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제 프리존, 경제활성화 입법 같은 덩어리 큰 규제 개혁에 매달리 지만 현장에선 다른 얘기를 한다. 숨어 있는 작은 규제에 막혀 산업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판을 살리려면 부처에 지뢰처럼 흩어져 있는 ‘관성 규제’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품 중심, 공급자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 수요자 중심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고 말했다.

| 신산업 못 따라가는 공무원
무조건 인허가 가부만 결정
규제도 IT시대 맞게 바꿔야


산업현장은 중후장대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규제는 여전히 과거 하드웨어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수술이 필요하다. 사용자 수나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 되면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미디어정보기술(IT)공학과 교수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처럼 한국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밖에 없고 규제 방식도 그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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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최일선에 있는 공무원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산업의 특징도 살펴보지 않고 ‘예’ 혹은 ‘아니요’ 둘밖에 없는 인허가 규제가 남발하는 이유는 공무원의 전문성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규제 관련 건의를 수용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창의적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도록 공무원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 교수는 “전문성 있는 민간 전문가의 진입이 원활해지고 공무원 역시 민관을 오가며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정부가 폐쇄적인 현 공무원 채용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부처별 규제 뒤엔 이해관계
청와대가 나서야 해결 가능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가 나서지 않으면 정부부처와 공무원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부처별로 쥐고 있는 규제의 바탕에 각종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부처의 존립 근거까지 자리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며 “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지고서라도 ‘규제 혁파’에 나서야 ‘구호만 난무하는 선전전’이란 현 규제 개혁에 대한 비판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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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행태도 손질이 필요하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규제 관련 법안을 발의하려면 거쳐야 할 절차가 많지만 국회는 그렇지 않다”며 “최근 국회 법안 발의 건수가 정부 발의의 15배에 달할 만큼 국회 입법도 유념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며 ‘대량 실직’ 우려를 불러일으킨 제도도 국회 입법으로 탄생한 규제였다. 김 위원은 “ 의원 발의안에 대해선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 영향평가서(가칭)’ 첨부를 의무화하는 것과 같은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김민상 기자, 장원석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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