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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 자동차 노숙 …‘이코노미석 증후군’사망 경고


이정헌 도쿄특파원 구마모토현을 가다

19일 이른 아침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의 한 폐교 운동장. 운동장에 세워진 10여 대의 자동차에서 이재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추가 지진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대피소에 들어가지 않고 자동차에서 취침을 하는 사람들이다. 오카다 다에코(56)씨는 “지난 16일 두번째 지진으로 집이 무너진 뒤 식구 6명이 차 두대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대피소는 노약자들에게 양보를 해야하기도 하고,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무서워 차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 생활 … 혈액 몰려 응고
정부 “차 밖 나와 스트레칭” 당부

공항 일부 운항, 신칸센 복구 지연
국민 65% “정부 위기 대응 적절”


구마모토 지진에 따른 여진은 19일 밤 현재 600회를 넘겼다. 19일 오후에도 규모 5.5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해, 대피소 등지에 머물던 이재민들이 일제히 야외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오카다씨처럼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11만 명에 달한다. 개중엔 집이 무너지지 않았는데도 공원이나 주차장 등지에서 자동차를 집 삼아 생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시키(益城)마치에서만 수천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피소 주차장이나 공터에는 자동차들이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좁은 차 안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다 보니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비롯한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항공기 일반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심할 경우 혈액 응고로 사망하는 증상을 말한다.

지지통신은 이날 차 안에서 대피생활을 하던 51세 여성이 이코노미 증후군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구마모토 시에 거주하는 이 여성은 14일 첫 지진 이후 가족과 함께 차에서 생활하다 18일 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금까지 23명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3명은 중태다. 일본 당국과 언론들은 차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수시로 차 밖으로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자주 물을 마실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편에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6일 규모 7.3의 2차 강진으로 터미널 시설이 파손돼 폐쇄됐던 공항이 19일 아침 부분 정상화됐다. 오사카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은 활주로에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 터미널 복구 공사가 끝나지 않아 승객과 승무원들은 활주로에서 곧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미카미 요시키(三上喜貴·51) 구마모토대학 부속병원 의사는 “많은 짐을 들고 후쿠오카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다시 JR 일반 열차를 타고 병원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컸는데 구마모토 하늘 길이 열려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마모토를 출발하는 항공편은 수하물 검색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아 결항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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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일본 구마모토현을 지나는 신칸센 철로 위에서 인부들이 탈선해 멈춘 객차를 옮기는 등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공항과 열차가 일부 정상화되어 구마모토는 고립 상태에서 다소나마 벗어났다. [AP=뉴시스]


고속열차인 신칸센 운행을 위한 복구 작업도 시작됐다. 14일 밤 1차 지진 때 회송하다 탈선한 차량의 철거 작업이 18일 50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시됐다. 철도회사인 JR규슈는 “두 차례 강진으로 신칸센 운행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등 약 130개소가 부서져 복구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20일부터 일부 구간의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R 일반 열차의 운행은 일부 구간에서 재개됐다. 하지만 18일 오후 구마모토역 청사에서 균열이 발견돼 열차 운행이 4시간 넘게 중단되는 등 철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 역시 일부 구간의 차량 운행이 계속 통제되고 있지만 후쿠오카행 길이 열리는 등 교통망은 서서히 복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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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로 가동이 멈춘 산업 시설의 조업 중단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구마모토현 오즈마치(大津町) 혼다 오토바이 공장 앞. 부품이나 오토바이 완제품을 실은 트럭은 단 한 대도 눈에 띄지 않았다. 공장 관리직원과 일부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탄 승용차만 오갔다. 부품 공급 차질로 18일부터 일본 내 공장의 조업을 단계적으로 중단한 도요타자동차는 23일까지 생산을 정지하기로 했다.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대응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마이니치 신문 여론 조사 결과 3명 중 2명이 정부가 지진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르면 구마모토현 지진에 대한 정부나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적절하다는 의견은 65%였고,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는 13%였다. 정부는 지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자위대·소방대 등 수만 명을 동원해 수색·구조활동을 하고 특별재해 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마모토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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