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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미안해 … 먼 훗날 만날 때까지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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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꺼내봅니다. 2년 전 오늘(2014년 4월 20일) 청춘리포트팀의 젊은 기자들은 진도 팽목항에 있었습니다. 참혹한 현장에서 기자로서 느꼈던 자괴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모호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세월호 생존 학생 3명과 어렵게 인터뷰했습니다. 청춘의 설렘으로 반짝여야 할 그들은 여전히 그날의 기억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부끄럽습니다.

[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세월호 아픔' 딛고 스무 살 된 3명의 목소리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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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엔 비가 내렸다. 그날은 4월 16일이었다. 지난해 같은 날에도 비가 흩뿌렸다. 해마다 4월 16일에 맞춰 내린 비가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즈음해 전국 곳곳에서 추모 물결이 일었다. 추모 행사에 직접 참가하지 못했어도 그들을 기억하는 모든 이가 가슴 한편에 미안함을 품었을 것 같다. 청춘리포트팀도 그랬다. 세월호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올해, 사고를 겪은 단원고 학생들이 스무 살이 됐다. 어느덧 청년이 된 것이다. 청춘리포트팀은 그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내고 싶었다.

먼저 지난 10일 열렸던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콘서트에 참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생존 학생들, 그리고 희생된 학생들의 형제·자매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그러나 힘들게 고통의 기억을 꺼내는 그들에게 쉽사리 접근할 순 없었다. 그래서 책을 집필한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을 통해 생존 학생 3명에게 질문지를 보내고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을 싣는다.
 
생존 학생 3명에게 보낸 질문
1 2년이 흘러 성인이 되었는데 소감이 어떻나요?
2 학교 졸업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3 세월호 참사 이후 수습이나 진상규명 과정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4 세월호 참사 2주기 행사에 참여하셨나요?
5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6 참사 때 이별한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7 우리 사회의 어른들, 정치인들, 언론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이시우
숨기지 말고 당당해지라고 해서
대학 들어가 단원고 나왔다 밝혀
모두가 이해해주는 느낌 받아


1. 별로예요. 어른이 되는 게 싫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진다는 건데 사고를 겪으며 어른들의 모습에 많이 실망했고, 저도 혹시 책임지지 못하는 어른이 될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고 그래요.

2. 대학 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아요. 처음 자기 소개하는 시간에 망설이다가 제가 단원고 나왔다고 이야기했어요. 주위에서도 숨길 필요 없다고, 당당해지라고 해서 말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해해 주는 느낌이었어요. 그 후로도 자연스럽게 대해 주고.

3. 졸업하고 싶지 않았어요. 상황이 나아진 것도 없는데…. 밝혀진 것보다 안 밝혀진 게 더 많으니까. 그날 분명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왜 구조를 안 했는지 아직도 궁금해요. 유가족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를 마치 한 것처럼 몰아가고, 진압할 때도 도를 넘어선 것 같기도 하고. 진실을 덮거나 미루려는 모습이 유가족들한테 고통이 될 것 같아요.

한번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정확하게 4분16초에 세월호 노란리본이 차에 붙어 있는 장면이 나왔어요. 내용은 세월호 관련한 내용이 아닌데도요. 외국에서도 자기 나라 일이 아닌데도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고마웠어요. 우리나라 상황과 대비되기도 하고.

4. 학교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여했어요. 중간고사 기간이지만 그날 뭐라도 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있으니까.

5.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유기견이나 유기묘 보살피는 공간도 만들고 싶고,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나라로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감사하다는 말도 전하고 싶어요. 진도에서 구조됐을 때 보살펴 주셨던 의사 선생님들, 주민분들, 자원봉사자들, 제가 있었던 병원에 계시던 선생님들. 아직 사고 이후 진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저희 다같이 가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6. 미안하기도 하고, 다시 만나고 싶기도 하고. 지금은 만날 수 없더라도 그 친구들이 나한테 의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욕심이긴 한데 떠난 친구들이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영혼이 있지 않을까요? 영혼이라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7. 자기가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정직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어른들이 하는 행동이 이해가 안 가요. 사실을 왜곡하거나, 구조할 수 있었는데 구조를 안 한다거나.

기자들 보면 안쓰러워요. 제가 생존학생들 중에 기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일 거예요. 안 좋은 기자도 분명 있지만, 그런 기자들 때문에 착한 기자들이 욕 먹기도 하니까. 왜 굳이 그렇게까지 과열·왜곡보도를 하고, 모자이크 한다고 하고선 그대로 내보내고, 돈 준다면서 인터뷰하자고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참 힘든 직업이겠다 싶지만, 그래도 취재받는 사람을 좀 더 배려해 주면 좋겠어요.

장애진
‘기억교실’ 교육청 오락가락 실망
추모제에 많은 사람들 찾아와
함께하는 분들 아직 많구나 생각


1. 대학생이 되는 날이 빨리 안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니까 그동안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구나 생각이 들어요.

2.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어려운 점은 고등학교 때랑 대학교 때랑 수업이 다르고 배우는 게 달라서 공부가 어려워요.

3. 가족분들이 많이 노력을 하고 계신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걸 보면 답답하고 짜증나요. 정부가 제대로 할 거라는 기대를 점점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억교실도 교육청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바람에 유가족분들이 더 힘들어 하셨어요.

4. 세월호 2주기 기억식 행사도 가고, 분향소와 교실도 들렀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아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했어요. 인터넷에 ‘세월호, 이제 그만 하자’는 글이 많은데, 다 그런 건 아니구나,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구나 생각했어요.

5. 답변하지 않음.

6. 나도 너희 잊지 않을 거니까 먼 훗날 내가 너희를 만나면 나와 있었던 추억을 잊지 말고 ‘와 애진이다’ 하고 반갑게 맞아주었으면 좋겠어. 친구들아, 나중에 다시 만나면 웃으면서 반겨줘.

7. 진실을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보상금 얘기만 나오고 정작 중요한 건 안 나오니까. 진실을 알리는 데 힘쓰지 않고 유가족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기사를 내보낼 때 속상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대신 잊지 않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댓글 보면 어떻게 맨날 기억하냐고 말하는데, 그게 아니라 노란 리본을 볼 때, 거리에서 416을 알리는 사람들을 볼 때만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김희은(가명)
왜 이렇게 빨리 안 끝날까 답답
꿈 못이룬 친구들 위해 열심히 노력
정상 올라서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1. 아직 성인이 된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할 수 있고,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자유롭게 입고 다닐 수도 있고. 뭔가 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좋아요.

2. 대학에서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체육 전공이라 신체적으로 힘든 것이 많지만, 학교생활은 전반적으로 즐거워요.

3. 모두가 생각하듯 ‘왜 이렇게 빨리 안 끝날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고 최대한 신속하게 모든 일이 확실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4. 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추모제에 참여하고 분향소에 가서 분향했어요.

5. 고 2가 한창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를 개발하는 시기인데, 저희 친구들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났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 꿈 하나하나를 이뤄줄 수는 없지만, 친구들을 위해 제 꿈을 열심히 이루고 정상에 올라서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우리 전통 무술 태권도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세월호가 잊혀지지 않도록 널리 알리는 것도 제 목표예요.

6. 항상 얘기하지만, 많이 보고 싶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언제나 잊지 않고 있다는 것도 말해 주고 싶고, 끝까지 함께할 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7. 답변하지 않음.
 
▶관련 기사  "세월호 지겹다" "그만해라"…지겹도록 들리는 말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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