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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4만 달러 국회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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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술
경제부문 차장

스웨덴으로 날아가 ‘릭스닥(Riksdag·의회)’을 취재한 건 2008년 초여름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들과 함께 ‘국민소득 4만 달러’ 부자 나라의 경쟁력 비밀을 파헤치는 일이었다.

스톡홀름 옛 시가지의 의회 도서관엔 ‘국가조사위원회 보고서(SOU)’라는 보물이 숨어 있었다. 온갖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 씨앗을 없앤 상생의 산물이었다.

그들만의 갈등 해법은 이렇다. 민감 사안이 불거지면 먼저 ‘특별위원회’를 꾸린다. 정당은 물론 학계와 각종 단체 전문가들을 망라하는 범(汎)협의체다. 여기에 정밀한 ‘풀뿌리 여론조사’를 보태 시민 의견도 흡수한다. 이렇게 나온 결론이 SOU라는 이름으로 의회에 제출되면 이를 토대로 큰 갈등 없이 법으로 만들어질 때가 많다.

스웨덴이라고 마냥 태평한 나라는 아니었다. 근대 이후 100년간 다양한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회적 자본’이 탄생했다.

20대 총선이 끝나고 ‘협치(協治)’가 화두로 떠올랐다. 누구도 과반을 넘지 못한 ‘여소야대’ 구도에서 대결과 갈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공약’ 곳곳에서 파열음이 불 보듯 뻔하다. 대기업 법인세 조정, 초과 이익 공유제, 노동개혁법 통과,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 육성 같은 뜨거운 감자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제헌국회 이후 70년 가까운 헌정사에서 우리 국회는 변변한 ‘갈등 조정 시스템’을 닦아 놓지 못했다.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솔로몬의 ‘손익 계산서’를 만드는 데 서툴기 짝이 없다.

스웨덴 얘기를 꺼냈다고 그들의 정치·경제·복지 시스템을 이식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이젠 우리도 제대로 된 ‘갈등 해소 기제’를 만들어 보자는 얘기다.

방법은 여럿이다. 총선 당일 경제단체들은 “기업 창의성을 북돋워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어 달라”고 주문했지만 다음 날 결과 직후엔 “경제 민주화 쓰나미가 몰려온다”고 우려했다. 반면 서민층과 중소기업·하청업체들은 ‘분배 주도형’ 야권 정책에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집단을 입법 과정에 ‘제대로’ 포함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다. 설득·조정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 번 입법해 놓고 선거 결과에 따라 수시로 내용이 바뀌는 누더기보단 낫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중요한 건 ‘시대적 격변기’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고 나면 진화하는 신기술·신산업에 기업들이 빠르게 대처하게 도와야 한다. 동시에 양극화 격차를 좁혀 사회경제적 에너지를 높이는 작업도 필수다. 둘을 함께 추진하자면 이해관계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숙제를 안고 있다. 지금 1년 뒤지면 ‘잃어버린 10년’을 빚으로 떠안게 된다. 한국이 그 제물이 되도록 내버려 둘 텐가. 스무 살 20대 국회가 “나잇값 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김준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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