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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대기업 집단'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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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얼마 전 정부가 카카오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대기업은 그냥 규모가 큰 회사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누가 대기업인지도 나라에서 정해주는 건가요. 어떤 회사가 대기업이 되는 건지 궁금해요.

A.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대기업’은 틴틴 여러분의 생각처럼 삼성이나 현대차 같이 규모가 큰 회사를 지칭하는 게 맞아요. 정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죠. 여러분도 친구들끼리 ‘키 큰 친구’를 구분할 때 구체적으로 ‘180cm 이상만 키 큰 학생이라고 부른다’고 정해놓지는 않죠. 그냥 각자가 ‘저 정도면 키가 크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부를 거예요. 마찬가지로 회사도 사람들이 봤을 때 매출규모나 직원 수, 또는 계열사 수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싶으면 대기업이라고들 얘기해요. 중소기업기본법이 업종에 따라 평균 매출 400억~1500억원 이하인 기업을 ‘중소기업’이라고 정했는데, 이 기준을 넘는 기업을 대기업으로 보기도 해요.

| 시장 영향력 큰 자산 5조 넘는 기업
독과점 막으려 정부가 ‘특별관리’하죠


그런데 이렇게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과는 별도로 정부는 대기업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놨어요.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를 포함한 기업들의 전체 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특별관리하고 있답니다. 왜냐고요. 이렇게 정한 대기업에게 일종의 ‘핸디캡’을 줘서 덩치 큰 회사들의 횡포를 막고 중소기업도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기본 원리는 스포츠 경기의 ‘체급’과 비슷해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반 대항으로 농구를 해요. 그런데 농구코트가 하나뿐이라 하루씩 시합을 해서 이긴 팀이 계속 쓰기로 했죠.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키가 큰 학생이 많은 반이 매일 이길 가능성이 크겠죠. 반대로 키 작은 반 친구들은 그만큼 연습도 자주 못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계속 시합에 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요. 또 이렇게 되면 훌륭한 재능이 있는 친구도 키 작은 반이라는 이유로 연습 기회를 놓쳐 재능을 썩힐 가능성도 있고요.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 체급을 나눠 ‘키가 큰 학생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자’는 절충안을 내놔요. 기준이 모호하면 지키지 않을 수 있으니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하죠. ‘키 170cm 이상이면 모래주머니를 차기로 한다’고요.

| 상호출자·내부거래 금지 등 규제
중소기업과 공정경쟁하게 핸디캡 줘


기업활동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경제는 자율경쟁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규모가 큰 일부 대기업의 횡포가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성장을 해칠 때가 있죠. 기업 규모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도 있고요. 또 덩치가 큰 대기업의 의사 결정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편이에요. 국민경제 전체의 경제력 배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죠. 그래서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을 선정해 여러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어요.

정부가 처음 규제 대상 대기업을 지정한 건 1987년이에요. 계열사 간의 지분 소유(상호출자)를 제한해 과도한 몸집 불리기에 제동을 걸었죠. 상호출자제한은 가장 대표적인 대기업 규제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들 대기업을 ‘상호출자제한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후에도 여러 규정이 추가돼서 지금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꽤 많은 규제를 적용받아요. 대기업이 되는 순간 계열사끼리의 빚 보증과 계열사 간 거래 제한, 금융보험업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등 30여 개 법의 규제 대상이 된답니다.

| 시장 커지는데 지정기준 너무 낮아
글로벌 경쟁력 떨어지는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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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규제를 받는 대기업은 기업활동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으로 지정되는 게 그다지 기쁜 일은 아니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어요. 먼저 국내 대기업이 거대한 글로벌기업과 국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집단 규제 제도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요. 국내 중소기업과 체급을 맞추기 위해 대기업에 핸디캡을 주고 확장을 억제하면, 해외 대기업과 맞설 체력을 기를 수 없다는 얘기죠.

중견기업의 ‘피터팬 증후군’도 문제입니다. 틴틴 여러분도 소설 『피터팬』을 알 거예요. 나이를 먹지 않는 피터팬이 주인공이죠.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말은 여기서 따온 거예요. 어른이 되어서도 책임지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아이에 머무르려 한다는 심리학 용어랍니다. 경제에서는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의 지원은 줄고 각종 규제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 때문에 기업이 이전 수준에 안주하려는 걸 의미해요. 대기업이 돼봐야 불편한 규제만 많아지니까 성장을 회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거예요. 이로 인해 중소·중견 기업이 신규사업에 진출하지 않으면 경제를 성장시킬 투자가 감소하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최근에는 대기업 지정 기준을 두고도 논란이 생기고 있어요. 자산 총액 5조원이라는 기준이 지금의 경제규모와 맞지 않아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 때문이죠.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져요. 그런데 지정 기준이 그대로라서 규제 대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불만이에요. 앞의 모래주머니 농구를 예로 들면 1학년 때 정한 기준을 키가 커지는 2학년, 3학년에도 똑같이 적용하면 반 아이들 대부분이 모래주머니를 찰 수밖에 없다는 거죠.

| 올해 65곳이 ‘대기업 집단’ 지정돼
일부선 "기준 10조로 올리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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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처음 도입된 이후 세 차례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자산 4000억원 이상이었죠. 6년 여가 지나 1993년 지정 기업이 78개까지 증가하자 대상을 자산 순위 30위까지로 바꿨어요. 그러다 2002년 자산 2조원 이상으로 바꾼 뒤 2008년 규제 대상이 62개로 늘어나자 지금 기준인 자산 5조원 이상으로 또 한 번 상향했죠. 당시 41개였던 대기업은 조금씩 늘어서 올해에는 65개가 지정됐습니다.

이렇게 규제 대상이 증가하면 대기업 간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올해 지정된 대기업의 자산 총액를 보면 1위인 삼성이 348조원, 2위 현대자동차가 209조원이에요. 그리고 올해 처음 대기업으로 지정된 카카오는 대기업 지정 기준인 5조원을 아주 조금 넘는 수준이죠. 자산 규모로 70배 차이가 나는 기업이 똑같이 대기업으로 취급 받으면서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거예요. 간신히 핸디캡 기준을 넘은 170cm 친구와 2m를 훌쩍 넘는 친구가 똑같은 모래주머니를 차게 된 셈이죠. 170cm 친구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최근 대기업 기준을 10조원으로 올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어떤 이들은 자꾸 같은 논란이 반복되니 매년 기준을 새로 정할 수 있도록 변동형 기준을 마련하자고도 해요. 그냥 1993년처럼 자산 순위로 정하자는 의견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일부 대기업이 규제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면 시장에서 횡포를 부릴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규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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