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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학과, 1학년부터 산학협력, 창업 문 활짝

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대학과 학과를 소개하는 ‘학과 내비게이션’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늘면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탐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여전히 대학의 명성이나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합니다. ‘열려라 공부’에서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학과에서 무슨 공부를 하는지, 관련 진로가 무엇이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2회는 소프트웨어학과입니다.


알파고로 더 높아진 위상

1·2학년 코딩 실습 … 고학년 실무 프로젝트
컴퓨터 관련 지식은 물론 수학적 역량 중요
현실 속 문제 해결하는 학문…이론과 실무 겸비


창의력 기반, 공학이면서도 예술과 닮아
전망 밝지만 전문가로 성장 못하면 도태
석.박사 과정까지 깊이있는 공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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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의 코딩 실습 수업. 학생들은 “코딩이란 논술과 비슷하다”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반복적인 훈련을 받아야 하듯 간결한 코딩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국’이 남긴 파장은 상당하다. 대학에선 소프트웨어학과의 위상이 달라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소프트웨어학과는 업계의 하도급 구조와 낮은 처우로 우수 학생이 진학을 꺼리는 전공이었다. 하지만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 등 소프트웨어 기업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관련 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확연히 높아졌다. 여러 대학에서 소프트웨어학과를 특성화학과로 지정해 재학생 전체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대기업과 산학협력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늘리고 있다. 알파고는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신생 학과인 만큼 무엇을 배우는지, 어떤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일주일 프로그램 3개씩 만드는 1학년

“피아노가 하드웨어라면, 음악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작곡가가 음표라는 부호를 통해 음악을 표현한다면, 소프트웨어학과에서는 컴퓨터 언어로 개발자의 창작물인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백은옥 학부장은 소프트웨어학과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공학과 예술의 경계에 있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공학적 지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공대의 특성이지만, 개발자의 상상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지적재산을 창작한다는 부분은 예술 영역과 닮았다는 의미다.

여기서 얘기하는 창작물, 즉 소프트웨어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은 컴퓨터 언어와 코딩이다. 소프트웨어학과 1~2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주요 과목이 이 두 가지다. 컴퓨터 언어는 1학년 과정에서 ‘C언어’를 기본으로, C++나 파이썬, 자바 등을 익히는 게 일반적이다.

코딩은 철저하게 실습 위주다. 한양대는 1학년 과정에 6학점짜리 실습수업이 개설돼 있다. 1학기에는 ‘소프트웨어 입문 설계’를, 2학기에는 ‘창의적 소프트웨어 설계’ 과목을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원상혁(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2)씨는 “실습 과목은 과제 부담이 엄청나다”며 “일주일에 프로그램을 3개씩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목 두기나 카드 맞추기 등 간단한 스마트폰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출석 확인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가면 담당 교수와 조교가 번갈아 코드를 점검하고 첨삭해주는 식이다. 원씨는 “1학년 때는 초보적인 지식밖에 없어 이런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도 며칠 밤을 꼬박 새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도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창의 융합 인문 설계’ 과목을 개설했다. 명세교(중앙대 소프트웨어학과2)씨는 “레고로 로봇을 조립한 뒤, 로봇을 움직일 수 있게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과제는 ‘로봇으로 미로를 통과하라’거나 ‘로봇을 움직여 요구르트병을 쓰러뜨리라’ 등이다. 명씨는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로봇의 외양도 직접 디자인해 조립하고, 로봇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거라 컴퓨터 안에서만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는 ‘항공 및 우주 분야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 과정’으로 항공기에 탑재된 인공진능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수업이 주를 이룬다. 송동호 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항공 우주 분야의 발전 방향이 지능형 항공기 개발에 맞춰져 있다”며 "인공지능 분야에 집중해 수준 높은 알고리즘을 짜는 능력을 길러주는 수업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라고 얘기했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는 1학년 때부터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체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장 감각을 익힌다. 이때는 학생 5명당 지도교수 1명이 동행하고 기업체의 실무진 1명이 팀을 이뤄 실습을 이어간다. 많은 대학에서 3~4학년에게 산학협력을 통한 현장 학습 기회를 주는 것과 차별화된다.

실습 과정은 어느 학교든 과제량이 많다. 원씨는 “소프트웨어학과에 진학하면 신입생 때부터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보다는 과제 하느라 밤을 지새울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박재화 학부장은 “같은 동작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도 그 안의 코드를 살펴보면 제각각 다르다”며 “반복적인 실습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명쾌하게 코드를 짤 수 있는 논리적·창의적 사고력을 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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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수학·선형대수학 등 수학이 필수

컴퓨터 언어와 코딩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본 과정에 속한다. 원씨는 “전공자가 아닌 초보자도 이런 기본 지식을 익히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 수준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컴퓨터 관련 지식과 함께 탄탄한 수학적 역량이 요구된다. 박 학부장은 “수학 지식이 부족하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전문가 수준에는 이를 수 없고, 남이 짜놓은 프로그램 안에서 코드만 맞춰 넣는 낮은 수준의 업무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학과 전공 교육과정에 수학 수업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다수 대학에서 미적분학·이산수학·선형대수학·확률과 통계 등을 1, 2학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친다. 권민석(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3)씨는 “고등학교 때처럼 문제풀이 위주의 수학이 아니라, 문제해결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내용”이라며 “배운 내용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왜 필요하고 어떻게 적용되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어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재미있게 수학을 즐기게 된다”고 말했다.

물리학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강소연(중앙대 소프트웨어학과2)씨는 “자동차나 드론 등에 특정한 하드웨어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하드웨어의 움직임에 대해 정밀하게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는 지난해까지 1학년을 대상으로 논리학을 필수로 가르치다 올부터 물리학으로 대체했다.

이론적 지식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현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없다면 소프트웨어 전공자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체에서 현장 감각을 익히는 게 강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학부생의 산학협력기관은 네이버·다음·안랩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기업 위주다. 중앙대와 한양대는 3~4학년을 대상으로 기업의 실무팀과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멘토링도 받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배운다.

성균관대는 1학년 때부터 국내 기업에서 현장 학습을 한다. 3~4학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페이스북·MS 등 글로벌 기업 본사에 2주간 방문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대학 안창욱 소프트웨어학과장은 “단순한 견학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에서 다루는 이슈가 무엇인지, 실무진의 아이디어 생성과 문제 해결 방식은 어떤 건지를 살필 수 있는 탐방 기회”라며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라 설명했다.

미래 핵심 산업 … 정부 지원도 탄탄
많은 사람이 소프트웨어가 미래 사회의 핵심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소프트웨어학과에 우수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것도 이 같은 전망 때문이다. 송동호 교수는 “우리 생활 곳곳에 소프트웨어가 들어올 것”이라며 “산업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도 더불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인력 22만 명 양성을 목표로 대학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학부장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저변이 넓어질수록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20년 이내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본 지식은 전공자의 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 수준으로 퍼져나갈 것”이라며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오히려 도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망을 밝지만,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제 몫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 분야에 진출하려는 고교생에게 “학부 수준에서 공부를 마칠 게 아니라 석사·박사까지 깊이 있게 연구할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박 학부장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코드를 짜는 수준을 뛰어넘어 장기간 연구를 통해 프로그램 언어를 개발할 수 있는 ‘창조적 역량’을 갖추겠다는 자세로 입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는 아예 학사·석사 통합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부 과정은 3.5년에, 석사 과정은 1.5년에 마쳐 전문 인력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안 학과장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란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선구안과 기술력을 갖춘 인재”라 정의하며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5년 동안 심화 과정까지 공부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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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투스 교육]


 

졸업 후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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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의 전공 강의 모습.


앱 개발부터 인공지능까지
삼성·LG 학부생 사전 채용

 
트렌디(trendy), 팬시(fancy)한 학문. 소프트웨어학과를 표현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다. 산업의 첨단이자, 최신 유행을 타고 있는 분야라는 의미다.

미래 산업을 이끌 첨병으로 주목받는 만큼 각종 지원도 몰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을 설정해 해당 학교에 연간 2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에서도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인턴십 기회 제공은 물론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학과는 기존의 컴퓨터공학과나 전산학과에서 최근 분리된 신생 학과다. 성균관대가 2011년, 한양대는 2012년, 중앙대는 지난해 처음 개설됐다.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백은옥 학부장은 “졸업생이 아직 많이 배출되지는 않았지만, 졸업생 중에 취업을 못 한 경우는 1명도 없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쪽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 취업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산업과도 융합 가능

소프트웨어 전공자가 진출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가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이다. 기업체에서 회계나 경영정보 시스템 등을 관리·운영하는 서버 관리자가 되는 거다. 두 번째는 임베디드 시스템이다. 자동차나 드론 등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세 번째가 IT 분야다. 앱이나 게임 개발자로 진출할 수 있다.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박재화 학부장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사실상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자체가 어떤 학문과도 융합이 가능한 기반 지식이라 자신의 관심사와 접점만 찾으면 어떤 분야든 특화된 영역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소프트웨어가 만나면 무인차 프로그램 개발자, 산업보안 시스템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면 사이버 보안 전문가, 심리학이나 인지 철학 분야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면 인공지능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융합 수업이나 명사 특강을 자주 개설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중앙대는 역사·경영·문학 등 인문 사회 분야에 대해 배운 뒤, 게임이나 온라인 교육 콘텐트로 각색하는 방식의 스토리텔링 수업이 전문교양 수업으로 지정돼 전교생이 수강하도록 한다. 한양대는 ‘테크노경영’이라는 수업을 통해 상품을 기획·개발·홍보·판매하는 전 과정을 타 전공 학생들과 협업하게 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갖춰야 할 의사소통 능력과 다각적인 사고를 향상한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재학 중 대기업에 취업이 확정되는 일도 많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성균관대·중앙대·한양대의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사전 채용을 실시해 합격생에게 졸업 시까지 등록금 전액을 제공하고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해준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진출

창업도 쉬운 편이다. 아이디어와 컴퓨터만 있으면 초기 자본이 없어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하고 사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생 시절부터 창업 동아리를 조직해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는 일도 흔한 일이다. 명세교(중앙대 소프트웨어학과2)씨는 “1학년 때 배운 지식만 가지고도 어지간한 모바일 게임 정도는 개발이 가능하다”며 “아이디어만 탄탄하다면 재학 중에도 창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의 문이 세계로 열려 있다는 것도 소프트웨어 분야의 특징이다. 성균관대 안창욱 소프트웨어 학과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지난해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졸업생이 구글 미국 본사에 취업하기도 했다. 안 학과장은 “국내 대학 졸업자가 곧바로 미국 구글 본사에 취업한 최초의 사례”라며 “소프트웨어 분야는 실력만 인정받으면 취업에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취업 대신 대학원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학사와 석사 연계 과정을 운영 중인 성균관대 졸업생의 90% 이상이 졸업 후 곧바로 박사과정에 들어간다. 한양대는 50% 가량이 석사 학위 과정을 시작한다. 한양대 백은옥 학부장은 “대학원에서는 의학이나 자동차공학 등과 협동 과정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소프트웨어와의 기존 산업의 융합이 이때 제대로 이뤄진다”며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소프트웨어 전문가로서 성장하려면 석사 과정까지는 이수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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