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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애의 Hola! Cuba!] ⑫ 파란색으로 기억되는 도시 씨엔푸에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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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으로 기억되는 도시가 있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쨍하게 맑은 날씨를 자랑하는 쿠바 ‘씨엔푸에고스(Cienfuegos)’를 두고 하는 말이다. 씨엔푸에고스에서는 아침이면 리드미컬한 말발굽 소리가 잠을 깨우고 거리에선 경쾌한 베니 모레(Benny Moré)의 노래가 귀를 즐겁게 한다. 아직까지 여행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며칠만 머물면 정이 들어 떠나고 싶지 않아지는 도시다.



프랑스 신사 같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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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푸에고스는 1819년 프랑스 이민자에 의해 만들어진 항구 도시다. 쿠바 섬 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인구는 15만 명이 조금 넘는다. 아바나에서 약 250 떨어져 있고 산타 클라라(Santa Clara)와 뜨리니다드(Trinidad)의 중간 즈음에 위치해 있다.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이곳은 쿠바의 다른 도시보다 세련미가 있다. 한데 인기 있는 관광지는 아니다. 여행자 대부분이 그냥 지나쳐 가는 이곳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깔끔한 정장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프랑스 신사 같은 곳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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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푸에고스에서 흥미로운 건 골목 풍경이다. 골목이 넓고 시원스레 쭉쭉 뻗어 있다. 골목 이름은 따로 없다. 가로와 세로만 구분하고 숫자만 있다. 바로 그 단순함이 좋았다. 골목에는 가로수가 있어 늘 푸르다. 가로수와 어우러진 파스텔 톤의 주택들은 거실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TV 소리가 시끄럽게 골목으로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가끔은 가족이 신나게 살사 한판을 벌이며 배꼽이 빠지도록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도심에서 몇 블록만 외곽으로 가면 바다다. 항구에 정박한 배도 있고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도 있다. 모든 풍경이 평온하고 따스해 보인다. 사람들 또한 친근하면서도 여행자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호세 마르띠 공원의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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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푸에고스 센트로에는 호세 마르띠 공원(Parque Jose Martí)이 있다. 큰 세비야 나무가 우거져 있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원이다. 쿠바의 시인이자 독립 영웅 호세 마르띠(Jose Martí)의 이름을 딴 공원이다. 주변으로 주 청사, 박물관, 극장, 갤러리, 성당 등이 있는데 건축물이 모두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유난히 공원 주변에는 갤러리가 많다.

그중 내가 만난 이르빙 또레스 바로쏘(Irving Torres Barroso)는 특히나 인상 깊은 화가였다. 그는 빨간색, 노란색 등 원색을 주로 사용하고, 사진이나 신문 등을 작품에 활용하기도 했다. 모든 작품은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작업실 겸 갤러리를 잠시 둘러보며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작업실은 독특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물감과 찢어진 신문, 사진이 붙어 있었다. 반면 눈매가 선한 바로쏘는 평범한 인상이었다. 그의 작품은 이미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서 꽤 알려졌단다. 그는 쿠바의 유명 가수 베니 모레(Benny Moré)를 위한 기념행사에 전시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쿠바에는 바로쏘 같은 실력 있는 예술가들이 꽤 많다. 이들이 언제쯤이면 그들의 재능을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 작은 그림 두 점을 사들고 작업실을 나왔다. 언젠가 한국에서 그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쿠바인이 사랑한 가수 베니 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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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풍 건물 팔라시오 데 바예(Palacio de Valle)에서 본 씨엔푸에고스.



가수 베니 모레(Benny Moré)의 본명은 바르또로메 막시밀리아노 모레(Bartolomé Maximiliano Moré)다. 모두 그를 베니 혹은 베니 모레라고 불렀다. 그는 쿠바의 국민 가수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편안한 그의 테너 음과 표현력을 사랑했다. 그는 끼가 넘치는 천재 가수였다. 1919년 산타 이사벨 데 라스 라하스(Santa Isabel de las Lajas, 지금의 씨엔푸에고스)에서 태어나 43세의 짧은 생을 아바나에서 마감했다. 여섯 살에 기타를 배웠고 열일곱 살이 되던 해 고향을 떠나 아바나로 향했다. 흠집 난 과일이나 채소 등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고 이후엔 기타를 들고 거리 공연을 해 돈을 벌었다. 고향에서 난 천재 음악인을 사랑한 씨엔푸에고스 시민들은 프라도 거리(paseo del prado, 가로수길)에 그의 동상을 만들었다. 바라데로(Varadero, 쿠바의  도시)에서 만났던 민박집 주인 또레스(Torres) 아저씨는 음악 이야기를 나누다 베니 모레 이야기가 나오자 진지하게 그에 대해 설명했다. “베니 모레는 국민가수야. 그가 대단한 이유는 혼자서 악기와 음악을 배웠다는 거야.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많은 공연과 음악 활동을 했고 그의 노래를 모두 사랑했지. 나 역시 최고의 가수를 꼽으라면 베니 모레를 꼽지.”

안타깝게도 베니 모레는 간경화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에는 쿠바인 10만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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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