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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릴레이] ⑬ 이방원이 김은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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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 셰프

요리하는 사람은 제각각 특색이 있다. 손은 빠른데 뒷정리가 엉망인 경우도 있고, 주변은 깔끔한데 리듬감이 부족한 이들도 있다. 24년차 요리사 입장에서 후배들을 보면 시키는 것만 하기보다 음식에다 자기만의 느낌을 살리려 애쓰는 친구들이 예뻐 보인다. 그건 경력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기질이다. 노진성 셰프(‘다이닝인스페이스’)는 ‘라미띠에’에서 막내 급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자기만의 색깔을 더하려 노력하던 후배였다. <본지 4월 11일자 20면 셰프릴레이 12회>

일정 쪼개 와인스쿨 찾는 열정
식재료 선택부터 프로다워
멋진 셰프로 오래 남아주길

서른 직전까지 전북 전주의 호텔에서 일하면서 배움에 대한 굶주림이 있었다. 결혼하고서도 계속 “요리를 더 배우고 싶다” 하니 아내가 “아직 젊으니 새로 시작하자”고 격려해줬다. 용케 서울에서 꼭 일하고 싶던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에서 서승호 셰프와 함께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었다. 더 나은 레퍼토리와 기술을 배우려면 프랑스로 가야 할 듯했다. 이번에도 아내는 등을 떠밀어 주며 응원했다.

2011년 나이 마흔에 파리로 떠났다. 운 좋게 ‘라르페주’와 ‘라스트렁스’라는 미쉐린(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원없이 일하고 가진 돈을 탈탈 털어 경험하고 왔다. 1년 뒤 서울에 왔을 땐 빈털터리였지만 내가 하고 싶은 가게가 분명히 그려졌다. 그렇게 ‘파씨오네’를 열었지만 처음엔 손님이 없어 힘들었다. 젊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홍보도 하는데 난 그런 재주가 없었다. 직원 월급에 재료비 등 고정 지출은 많은데 수입은 없으니 식욕도 없고 살이 쭉쭉 빠졌다. 다행히 석 달이 지나자 입소문을 타고 단골이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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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셰프가 제철 식재료로 만든 계절 애피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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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셰프

‘소자본 창업’이란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러니 ‘더그린테이블’(서울 방배동) 김은희 셰프가 대단해 보인다. 남자도 하기 힘든 오너셰프 레스토랑을 2009년 오픈해 7년째 뚝심 있게 끌어오고 있다. 오너셰프는 자신만의 요리도 해야 하지만 주방의 위계 관리, 가게 경영 등에서 책임지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화사한 식당 내부에선 여성미가 물씬 풍기지만 식재료 하나하나가 치열하게 탐구된 요리에선 진지함과 프로 근성이 묻어난다.

특히 서울의 한 와인 스쿨(WSET 국제와인전문가 인증 과정)에서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미국 뉴욕 요리학교 CIA에서 공부할 당시 WSET 중급 과정까지 마쳤단다. 나 역시 오랫동안 벼르던 공부를 시작한 것이지만 가게 일을 끝낸 늦은 밤에 눈 비비고 공부해 휴일 없이 와인 스쿨까지 나오는 모습이 대견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아직도 공부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르네상스적인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요즘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들이 이곳저곳 다니면서 심사 중이라는 말이 들린다. 미쉐린 별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가장 큰 소망은 이 직업으로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다. 꾸준히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축복이다. 김은희 셰프가 오래오래 일해서 멋쟁이 할머니 셰프로 남아주길 기대한다.

정리=강혜란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theother@joongang.co.kr
 
한 그릇의 음식에 담긴 인연과 철학, 셰프가 주목하는
또 다른 셰프를 통해 맛집 릴레이를 이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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