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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금리 카드 아껴 불확실성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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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대외 여건에 대비해 재정과 금리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

G20 회의서 ‘이달 금리 동결’ 시사
구조조정 본격화하면 나설 뜻 밝혀
유일호 부총리는 "재정 확대” 시사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했다. 이 총재는 기자들에게 “개방 경제 체제인 한국은 재정·통화 정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진짜 어려움이 왔을 때 여력이 없으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천명한 ‘저성장 돌파’ 의지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유 부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경제 설명회(IR)’를 하고 “적극적 거시정책을 통해 성장 동력을 유지하겠다”며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금융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가부채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한 곳이고, 기준금리도 주요국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총재는 실탄이 넘친다고 마구 퍼부어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금리를 5%에서 3%로 낮추는 것과 -3%에서 -5%로 낮추는 것은 똑같이 2%포인트를 낮추는 것이지만 효과는 전혀 다르다”며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바뀌어 행동이 그 전과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 금리를 인하하면 돈을 더 많이 빌려 소비를 했겠지만 현재 저금리에서는 저축률이 높아졌다”며 “고령화의 진전과 산업구조 변화 등 인구·경제구조가 과거와는 판이하게 바뀌면서 금리 인하의 효과가 달라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선거 공약인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한은이 직접 산업은행 금융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을 매입해 구조조정 및 가계부채 문제를 지원하라는 게 주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어 팔짱만 끼고 있겠다는 생각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은 한은이 직접 나서야 할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구조조정을 이끌 수는 없다”며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거시경제 상황을 만드는 것이 통화정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나서지 않겠지만 구조조정 충격이 본격화할 경우 금리인하로 ‘지원사격’을 할 수는 있다는 의미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을 비쳐보면 19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더구나 이달 금통위는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4명의 금통위원이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여서 금리 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은이 너무 소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외 대다수 경제 전문기관은 올해도 한국 경제가 2%대 중반의 저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있다. 한은 역시 19일 기존 전망치(3.0%)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올 1월과 2월의 수출이 특히 안좋았고, 유가가 많이 떨어져 3%성장률을 낮출 요인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치(2%)에 크게 미달하는 현 상황을 놓고 보면 한은이 당연히 적극적인 통화 정책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같은 재정정책은 재정 악화 우려가 있지만 현재와 같은 저물가 기조에선 금리는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정부가 본격 추진할 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도 금리 인하가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며 “금리를 인하하거나 재정을 확대해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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