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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 다니엘의 문화탐구생활] 한국에서 문화생활은 왜 젊은층만 누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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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지난 연말 성시경 콘서트에 다녀왔다. 공연도 멋졌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객석의 흥겨운 분위기였다. 춤추는 젊은 관객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런 풍경이 새삼 신기해 보였다. 독일에서는 콘서트에 젊은이보다 나이 지긋한 관객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한국과 독일 모두 고령화 사회다. 독일은 무려 국민의 25% 이상이 65세를 넘었다. 한국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노년층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출산율 최하위권 나라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두 나라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식도 비슷할까? 내 대답은 “아니오”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은 문화생활 시설이 매우 풍부해 보인다. 특히 수도권에는 문화생활에 필요한 인프라가 집중된 개성 만점 동네들이 적지 않다. 홍대나 대학로 일대처럼 말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수준이다. 해마다 5월에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처럼, 하루에 조금만 짬을 내면 대중교통으로 거뜬히 다녀올 수 있는 축제와 행사도 많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국가나 기업이 비용을 부담 혹은 할인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영화·공연·전시를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는 ‘문화의 날’처럼 말이다. 그뿐 아니라 대형 마트 문화센터에서는 단돈 1000원짜리 문화 강좌를 열고, 각종 행사의 경품으로 문화상품권을 내건다.

이런 사회적 노력 덕분일까. 가장 부러운 건 한국의 젊은 세대가 다양한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연인들이 데이트할 때 문화생활은 ‘필수 코스’처럼 포함돼 있다. 나도 한국에서 문화생활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즐기게 됐다. 독일에서는 두 달에 한 번쯤 영화 보러 간 것이 전부였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매주 영화관에 가고 계절마다 각종 페스티벌에 찾아간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과 친해졌고, 한국의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반대로 한국의 어른 세대는 문화생활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여가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퇴직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연금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 다시 생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젊은층이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반면, 장년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독일은 한국과 정반대다. 젊은이들은 그저 영화를 보러 가거나 팝 가수 콘서트에 다니는 게 전부다. 연극이나 오페라처럼 고가의 문화생활을 누리는 건 대부분 중년층 이상이다. 클래식 연주회의 관객 70%가 은퇴한 노년층일 정도다. 나의 고모할머니 부부가 좋은 예다. 두 분 모두 연세가 많지만, 다양한 문화생활을 함께하며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러한 삶의 비결은 아마도 국가 차원의 복지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연금이 충분하게 나오기 때문에 은퇴 후에도 여유로운 문화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독일의 젊은 세대는 한국의 또래들처럼 다양하게 문화생활을 즐기지 않을까. 흐린 날씨도 하나의 이유일 듯하다. 독일은 한국보다 비 오는 날이 많다. 그래서 주말에도 외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도 양국의 교육열 차이일 것이다. 독일은 문화가 풍부하고 역사도 길지만, 한국에 비해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지는 않다. 아무래도 잘 모르면 관심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마련이다. 독일인으로서 이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문화는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소중한 부분이다. 부디 독일의 젊은 친구들이 한국 청년들처럼 더 다양한 문화생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은 복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이 많은 이들도 문화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심코 마주친 조각품, 우연히 보았던 영화 덕분에 사는 재미를 느끼고 생각도 깊어질 수 있다. 또한 친구·연인·가족과 문화생활을 함께하며 쌓는 추억은 여운이 훨씬 길다. 이런 작은 기쁨들이 모여 더욱 살 만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어쩌면 의외로 멀지 않은 데 있다.

다니엘 린데만 독일 사람? 한국 사람? 베를린보다 서울의 통인시장에 더 많이 가 본, 이제는 한국의 다니엘! 1985년생 소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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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