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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이 영화가 내가 알던 그 영화 맞나요?"

“이렇게까지 변형해도 되나요?” 어느 한국영화의 미국판 DVD 커버를 본 모 영화 마케터가 화들짝 놀랐다. 커버의 이미지가 영화 내용과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더 충격적인 건 이런 사례가 흔하다는 사실이다. 첩보영화(쉬리)를 ‘얼굴 없는’ 여전사의 섹시 액션처럼 포장하거나, 시대 배경이 전혀 다른 이미지를 난데없이 삽입한 DVD 커버(암살)도 있다.

왜 이럴까. 국내외 영화 마케터, 해외 세일즈 담당자, 영화 기자, 외화 수입 관계자, DVD 제작자 등 스물다섯 명에게 물었다. “워낙 맥락 없는 디자인이라 이유를 따지기도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있었지만, 누리꾼들의 비난처럼 “그냥 이상하다”는 식의 일방적인 혹평은 드물었다. 한국영화가 생소한 해외에서 어필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다는 것. 온라인에 자주 오르내린 한국영화 해외판 DVD 커버 20여 종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커버 10종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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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쉬리` 해외판 DVD 커버]

쉬리(1999, 강제규 감독)
영화 기자: 우리가 아는 그 ‘쉬리’!?
DVD 제작자: ‘지못미’ 시리즈의 원흉 혹은 시조새격. 액션 자체보다 섹시한 아시아 여전사에 대한 판타지가 우선인 듯.
해외 배급 관계자: ‘한류’가 아예 존재하지 않던 시절 해외 시장에선 첩보·액션 등의 장르가 유일한 마케팅 포인트였다는 뜻이죠.
해외 세일즈 담당A: 사이버 세상의 여자가 주인공인 액션영화 느낌. ‘쉬리’가 그런 내용이었나?
홍보사 직원A: 커버 이미지 속 여배우가 김윤진이 맞나요?
해외 세일즈 담당B: 구리다. 영화의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C급 패러디 에로영화 같음. 이 디자인이 어떻게 통과됐는지 의문스럽고 담당자가 책임져야 한다.
외화 수입 관계자A: 해외에서 잘 팔리는 장르가 호러·액션·에로 아닌가. 섹시 액션으로 매니어층에 어필한 것이 잘못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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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베테랑` 해외판 DVD 커버]

베테랑(2015, 류승완 감독)
해외 마케터: 깜짝 놀랐다. 범죄 도심 액션이 간첩 액션극으로 둔갑했다. 덕분에 액션이란 장르가 살긴 하지만….
영화 마케터A: 재벌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해외 관객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해외 배급 담당: 한류 캐스팅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주연배우를 ‘테이큰’ 시리즈(2008~)의 리암 니슨 코스프레시킨 듯.
해외 세일즈 담당A: 불의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 캐릭터는 잘 살았다. 실제 영화보다 더 스피드를 살리고 규모 있게 그려 낸 점이 인상적.
홍보사 직원F: 카레이싱 액션 ‘분노의 질주’ 시리즈(2001~) 타깃층을 겨냥했나? 시원한 액션과 자동차 질주가 생각나서 한번쯤 보고 싶어지긴 할 듯.
홍보사 직원G: 이 커버를 보고 어이가 없어 하실 그분(유아인)이 함께 있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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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님` 해외판 DVD 커버]

손님(2015, 김광태 감독)
영화 마케터B: 한국에서는 쥐를 숨겨 홍보했는데, 해외에서는 정반대로 쥐들을 부각시켜 괴기스러운 호러영화로 만든 것이 충격적. 가치관(?)의 차이인가.

해외 세일즈 담당A: 서구에서 소구력 있는 극단적인 하드코어 공포물로 포장한 것이 인상적.

외화 수입 관계자A: 장르 매니어의 손길이 갈 만한 완벽한 공포영화로 보인다. 이런 포스터, 적절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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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해안선` 해외판 DVD 커버]

해안선(2002, 김기덕 감독)
DVD 제작자: 영화 안 보고 디자인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 ‘뜬금포’ 한국영화 해외 포스터의 ‘끝판왕’.

영화 마케터B: 영화의 스케일을 크게 보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홍보사 직원A: 이 커버를 보고 영화를 고른 해외 관객 반응은 ①크게 실망하거나 ②크게 충격받거나 둘 중 하나일 듯. 전쟁 블록버스터로 포장한 본격 ‘낚시질’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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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의 한 수` 해외판 DVD 커버]

신의 한 수(2014, 조범구 감독)
홍보사 직원B: 무슨 영화인지 한참 쳐다봤지만, 맞추지 못함. 어렵네요….

홍보사 직원C: 무에타이영화인가.

영화 마케터A: 바둑을 모르는 서양인을 위한 남자들의 화려한 액션 무비 컨셉트.

해외 세일즈 담당B: 언뜻 보기엔 3류 무협영화. 해외에서 흥미롭고 이국적일 수 있는 바둑 소재가 잘 살았다면 더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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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살인의 추억` 해외판 DVD 커버]

살인의 추억(2003, 봉준호 감독)
영화 마케터A: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컨셉트.

홍보사 직원A: 허수아비로 음산한 분위기는 잘 살렸지만, 공포영화에 가까워 보여 안타깝다.

홍보사 직원D: 미국에선 허수아비가 참신한가?

외화 수입 관계자B: ‘봉준호’라는 이름을 알고 선택하는 사람 대 한국에서 온 핏빛 범죄 스릴러. 어떤 관객이 더 많을까를 생각한다면, 이 커버는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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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둑들` 해외판 DVD 커버]

도둑들(2012, 최동훈 감독)
해외 마케터: 핫한 아시아 미녀와 프로 도둑이 함께하는 킬링타임용 영화로 충분해 보인다.
해외 배급 담당L: 전형적인 할리우드 범죄 액션 느낌이어서 현지 관객에게 친숙해 보일 듯.
홍보사 직원C: 한국 버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1996~)? 톰 크루즈 대신 전지현과 김윤석 붙여 넣기.
홍보사 직원F: 이 영화의 백미는 한국과 중국 도둑들의 긴박한 협력 작전인데,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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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늑대소년` 해외판 DVD 커버]

늑대소년(2012, 조성희 감독)
영화 마케터A: ‘브레이킹 던’ 시리즈(2011~2012, 빌 콘돈 감독)처럼 현지에서 선호하는 늑대 하이틴 장르 영화 컨셉트에 좀 더 비중을 둔 인상.

영화 마케터B: 판타지 장르는 충분히 어필된다.

홍보사 직원F: 아무리 ‘늑대소년’이지만, 늑대를 다섯 마리나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홍보사 직원A: 영화의 소재를 알리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시킨 1차원적인 커버. 영화가 유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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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베를린` 해외판 DVD 커버]

베를린(2013, 류승완 감독)
DVD 제작자: 폭발·파편·헬리콥터. 클리셰의 삼위일체.

해외 세일즈 담당A: 스펙터클한 액션 첩보물로 잘 포장해 인상적임.

영화 마케터A: 남북 첩보영화보다 무게감 있는 정통 액션을 지향한 듯.

홍보사 직원F: 마케팅적으로는 한 가지 컨셉트를 쭉 밀고 나간 장점도 보인다. 한국판 ‘테이큰’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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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암살` 해외판 DVD 커버]

암살(2015, 최동훈 감독)
홍보사 직원G: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에 현대식 빌딩 숲이 웬 말.

외화 수입 관계자A: 액션인데 서부극은 아니고, 여기에 한국영화란 것까지 한 프레임에 담으려는 커버. 적절한 서울식 스카이라인이 들어간 듯한데, 한 번에 읽히는 출신 국가·장르·컨셉트가 꼭 나쁜 건 아니잖아요?

해외 세일즈 담당B: 특별할 것 없는 동양인 여자 암살자 이야기로 보인다. 아쉽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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