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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신중하게 검토해야

15일 열린 현대중국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선 격동하는 동북아 정세속 한국의 외교·경제 대응 방안이 모색됐다. 김춘식 기자



세상에 바람 잘 날이 없다. 특히 냉전이 잔재하는 동북아 안보지형엔 북핵(北核)으로 야기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경제 또한 중국의 불안정이 세계 경제 위기의 진앙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유일의 중국 관련 학제 간 학회인 현대중국학회(회장 한동훈 가톨릭대 교수)가 이 같은 격동의 동북아에서 우리의 살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법 찾기에 나섰다. 15일 서울 가톨릭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2016년 현대중국학회 춘계학술대회를 통해서다.



[현대중국학회 학술대회] 격동의 동북아, 우리의 살길은

 



창(矛)이 있으면 방패(盾)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인가.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동북아는 모순투성이라고 말한다. 미·중은 경쟁과 협력의 모순 사이를 오가고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의 모순에서 고민 중이다. 북한은 핵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려는 병진(竝進) 전략의 모순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 중 북한의 모순이 가장 심각해 동북아의 암적 존재가 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위기를 어떻게 해야 풀 수 있을까.



우선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의 역내 안보상황이 어떻게 재편됐나를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북한 대 5자(한·미·일·중·러)’ 구도가 됐다고 말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모두 동의했기 때문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러가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 까닭이다. 이에 대해 김흥규 소장은 “현재 구도는 ‘한·미·일 대 중·러 대 북’의 3각 구도”라고 주장했다. 중·러의 입장이 우리와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북한과도 구별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제재든 대화든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위해선 보조를 맞추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중·러를 우리 측으로 끌어당기는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중국의 태도엔 변화가 있는가. 북한을 전략적으로 중시하는 중국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이정남 고려대 교수는 진단했다. “한국이 미·일 동맹에서 이탈하거나 또는 중국과 특별한 안보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중국의 북한 중시는 계속될 것”이란 이야기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참여하는 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에 대한 경고 및 예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북한의 체제 붕괴까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흥규 소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북한이 대대적인 대중 유화정책을 펼 것이고 중국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검토 입장을 밝힌 이후 ‘내상(內傷)’을 입은 것으로 여겨지는 한·중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행여 중국이 경제적 보복카드를 꺼낼까. 이와 관련,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의미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필리핀이 여러 해 동안 갈등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필리핀의 제1교역국이 됐다는 것이다. 안보 영역에선 강경함, 경제 분야에선 온건함을 표출하는 시진핑(習近平) 외교의 강온(强穩) 이중성의 결과라는 이야기다. 김태호 교수는 또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볼 때 군사·안보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로선 소규모 분쟁 가능성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우고 상대의 도발을 거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억지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북핵 문제가 미·중 간 전략적인 경쟁의 문제로 전환되면서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제시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우리로선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한 자세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 우리 외교의 가장 큰 문제는 최고지도자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정책이 좌우되는 점이라며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지속적이고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은 북핵 해결에 대한 독자적 방안이나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이 없다”며 우리 스스로 액션 플랜을 마련해 미·중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우리 외교 역량이 미·중을 견인한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남북한 관계 복원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흥규 소장은 청와대는 물론 주요 외교안보부처에 중국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며 특히 외교부 내 중국을 전담하는 국(局)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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