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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무상 이례적 방미, 강·온 투트랙 ‘간보기 외교 ’

북한과 미국 간 대화 재개가 거론되는 가운데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21~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포럼에 함께 참석한 이 외무상(왼쪽)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오른쪽). [AP=뉴시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21~22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기후변화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다. 이 외무상이 뉴욕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 이후 7개월 만이다. 북한의 장관급 방미 자체가 드문 데다 유엔의 지속개발가능(SDG) 토론회와 기후변화협약의 서명식이라는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될 회의에 가는 것을 전문가들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 외무상의 뉴욕 방문 목적이 다른 곳에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가 가동되고 있는 국면이라는 점, 지난해 방문을 전후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 지난 2월 말 미·중 양국 외교장관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 추진에 동의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과연 현 제재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북한발 시그널인가? 북한발 시동에 미국은 어느 정도 동조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국면 전환은 가능할 것인가? 유관국 중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 정부의 대응은 무엇일까?


북 “안정 유지 급선무” 대화 의도 비쳐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조우 가능성을 포함해 북·미 대화를 위한 탐색 또는 대화 재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과 반대로 북한의 의도 여부를 떠나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평가가 공존한다. 전자의 주장은 최근 북·미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미묘한 변화를 근거로 제시한다. 당초 북한은 역대 최강이라는 유엔제재에도 불구하고 강대강의 대결구도를 풀지 않았다. 오히려 5차 핵실험 및 이동식 탄도미사일 실험 위협을 하고 중단거리 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해 왔다. 그러던 북한은 최근 자세 변화를 보였다. 지난 4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의 담화는 “일방적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하며 대화 의도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이번 이수용 외무상의 방문을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태도 변화가 엿보인다. 케리 장관은 지난 1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폐막 후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상호 불가침조약을 포함한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정책은 정권 교체가 아닌 비핵화를 위한 수단이며 외교를 통해 이러한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당장에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최근 발언들이 다소 전향적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이라는 대원칙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국면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케리 장관의 대화 재개 가능성 언급 역시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한 경고와 제재 강화의지를 함께 포함하고 있다.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 여부에 대한 판단에 앞서 최근 북한 행보에 깔린 의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의도는 다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화를 요청하러 온다는 식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시각은 문제가 있다. 제재 효과에 관해선 여전히 상반된 주장과 근거들이 있는 데다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고통을 느낄 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소재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귀순은 가볍게 볼 수 없는 사건이지만 제재의 직접적이고 심대한 결과라고 확신하기 위해서는 유사 사례들이 더 있어야 한다. 이번 귀순과 제재를 연결시키는 것은 북한이 경제 제재에 굴복하고 경제 지원에 목을 매고 있다는 기존 인식의 관성에서 비롯된다. 유엔제재 수준이 최고조라고 하더라도 북한이 단지 제재만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은 미·중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둘째, 이 외무상의 방미가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 속에서도 북한이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제재와 고립 속에서도 국제기구 회의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 준다는 측면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핵심 의도라고 할 수는 없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뭔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지난해 말에는 북한이 미국에 비밀리에 대화 재개의사를 타진했지만 이번에는 그 사실이 공개된 이후 간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북한이 저자세로 비칠 수 있는 대화 요구를 하기는 어렵다. 거절당했을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 측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이 언제든 대화에 열려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 주려 한다는 해석이다. 가장 그럴싸해 보인다. 특히 이는 이번 방문 중에 케리와의 접촉 또는 메시지 전달 여부와 상관없이 대북제재 국제 공조의 균열까지 노릴 수 있다. 우선 미·중의 틈을 확대할 수 있다. 중국은 비록 전례 없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이지만 미국과 달리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미·중이 제재 목적이 대화 유도라는 점에 합의했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경우 중국은 미국을 압박할 여지가 생긴다. 또 한·미 사이에 틈을 벌릴 수 있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강경봉쇄 일변도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비핵화에 대한 양보는 없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게감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대화 거부당하면 북 재도발 가능성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의 경고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가을 대화 제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는데 이번 방문도 비슷한 양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국방위 대변인 담화를 포함해 대화의 시그널을 미국에 보냈음에도 미국이 거부할 경우 다시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언론을 통해 소형화된 핵탄두, 이동식 발사 기술, 대기권 재돌입 기술, 대륙간탄도로켓, 고체 로켓 발동기의 지상 분출 및 계단 분리시험 등을 열거하며 여차하면 도발로 갈 수 있음을 압박하는 것과 연계돼 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올 3월 15일 이미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달했으며, 지난 15일에도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았다. 물론 대화가 결렬된다고 해서 지난번처럼 반드시 결행할지는 미지수라고 하더라도 그런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북한은 나름대로 강온양면 또는 대미 투트랙 외교를 하고 있는 셈이며, 이번 방문은 일종의 ‘간 보기(test)’ 성격을 지닌다. 대화를 하더라도 끌려가기보다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 중국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과정을 벤치마킹하는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이 1964년 원자탄, 67년 수소탄, 70년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이 71년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의 방중과 미·중 정상화를 이끌어 냈다고 판단한다.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결국 북·미 대화를 북한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4차 핵실험이 국제제재를 불러왔지만 동시에 북한이 원하는 평화체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지난 2월 미·중의 제재 합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향후 2개월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언급에는 중의적 함의가 담겨 있었다. 먼저 향후 2개월간 중국은 미국이 대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에 따라 제재 실천의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합의를 남북한이 흔들어 버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담겨 있다. 즉 한국 정부의 강경 일변도나 북한의 도발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에는 중국이 가까스로 이끌어 낸 동북아의 안정적 관리가 다시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대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저울질이를 모두 종합하면 현재 국면은 북한이 망칠 수도 있지만, 또 북한의 태도에 따라 전환도 이뤄질 수 있는 판세가 조성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국은 강경 일변도이고, 중국은 안정적 상황 관리에만 몰두하고,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편으로는 한국과의 공조 문제, 비핵화 우선 원칙과 대북 여론 악화, 국내 정치 일정으로 대화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데 다른 한편으론 현 대북제재 공조 유관국들의 입장 차이로 인해 제재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강대강 구도를 지속하느냐, 아니면 대화로의 국면 전환을 하느냐의 동력이 역설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말이 된다.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대화 국면으로 갈 경우 한국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단독 대북제재에 나서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로 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혼자만 앞서 나갔다가 미·중의 전격적 합의에 당황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혼자만 뒤에 남을 수도 있다.


최근 북·미의 태도 변화가 전격적인 대화 모드로 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미국은 대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제재만을 고집하며 북한의 굴복만 기다리고 있는 한국에 플랜 B는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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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