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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얼, 2022년 대권 노리는 ‘즈장신군’ 대표 주자

지난해 5월 16일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쭌이(遵義)시를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 둘째)이 천민얼 당시 구이저우 성장(오른쪽 셋째)과 함께 주민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1935년 마오쩌둥 주석이 당권을 장악한 쭌이회의 현장을 찾아 “마오쩌둥은 용병술의 신이자 기동전의 모범”이라고 극찬했다. [사진 인민일보 해외망]


19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예정된 천민얼(陳敏爾·56)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서기의 방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 서기는 아직 중국의 권력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원(25명)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가 이끄는 구이저우성도 중국 31개 성·직할시 가운데 1인당 역내총생산(GRDP) 액수가 꼴찌를 맴도는 낙후 지역이다. 그럼에도 천 서기를 맞는 한국의 관심과 의전의 격은 이런 위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에 황교안 총리와 주요 장관들, 광역단체장 등 정·관계 요인들을 줄줄이 만날 예정이다. 천 서기의 방한 일정 조율에 관여한 우리 정부 관계자는 “그의 정치적 위상 때문인지 정·관계와 경제계·학계의 면담 요청이 많아 일정이 빡빡하다”고 말했다. 이는 표면적인 서열을 훨씬 앞지르는 그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다. 천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가장 신임하는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내년 당대회에서 이뤄지는 권력 재편 때 중임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 주석 퇴임 후에는 후계자 도전할 수도그뿐 아니라 그는 2022년 20차 당대회 이후에도 공산당 권력의 정점인 상무위원직을 포함한 요직을 차지할 수 있다. 당대회 시점을 기준으로 ‘칠상팔하(七上八下)’, 즉 상무위원의 나이를 만 67세로 제한하는 불문율을 비켜가기 때문이다. 올해 56세인 그는 1960년대 출생한 세대 가운데 지방 당서기를 맡고 있는 차세대 리더 세 사람 중 한 명이다. 나머지 2명은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서기다. 지금까지의 경력이나 비중으로만 보면 정치국원인 나머지 두 사람에게 밀리지만 시 주석과의 거리로만 따지면 그가 훨씬 가깝다. 시 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 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잠룡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만날 예정이다. 한·중 관계 전문가들은 “2005년 저장(浙江)성 서기 시절 방한한 시 주석이 당시 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가 된 사례에서 보듯 중국 지방 지도자와 한국 정치인들 간의 관계 구축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천 서기는 이 밖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도 만날 예정이다.


천 서기의 정치적 위상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즈장신군(之江新軍)’이란 용어다. 저장성을 관통하는 강의 이름인 ‘즈장’에서 따온 이 용어는 시 주석이 과거 저장성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부하들 가운데 눈여겨봐 둔 사람들을 집권 이후 발탁해 요직에 배치한 일군의 인맥을 뜻한다. 범위를 넓혀 푸젠(福建), 상하이 등 시 주석이 근무했던 다른 지방 출신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어쨌든 천 서기야말로 즈장신군의 대표주자일 뿐 아니라 이런 용어가 생겨난 것 자체가 그와 깊은 관련이 있다.


시 주석의 칼럼 ‘즈장신어’에 초고 집필2002년 10월 시 주석은 17년 동안 젊음을 바쳐 근무했던 푸젠성을 떠나 저장성 대리성장으로 옮겨 갔고 다시 한 달 만에 당 서기가 됐다. 천민얼은 당시 저장성 선전부장이었다. 그는 현지에 기반이 없던 시 주석을 위해 ‘즈장신어(之江新語)’란 이름의 고정 칼럼 연재를 구상했다. 그가 사장을 지냈던 성 기관지 저장일보에 매주 한 편씩 칼럼을 연재해 신임 서기의 철학을 전파한다는 계획이었다. 시 주석은 2003년 2월부터 4년여 동안 저장혁신(浙江革新)을 의미하는 ‘저신(哲欣)’이란 필명으로 매주 한 편씩 칼럼을 연재했다. 시 주석의 정치 신념과 사상이 담긴 글들이지만 초고는 선전부장 천민얼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칼럼 232편을 묶은 단행본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재출판돼 중국 당 간부들의 필독서가 됐다.


두 사람은 2007년 시 주석이 상하이 서기로 옮겨가면서 헤어졌다. 하지만 시 주석은 옛 부하를 잊지 않고 계속 챙겼다. 공직에 들어선 이래 한 번도 저장성을 떠나지 않았던 천민얼은 2012년 1월 구이저우 성장에 임명됐다. 낙후 지방인 구이저우는 중국 최고지도자 단련 코스로 유명하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은 80년대 구이저우 서기로 근무하며 지금도 회자되는 빈곤퇴치 모델인 ‘구이저우 경험’을 만들어 능력을 인정받았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의 직전 근무지도 구이저우였다.


시 주석과 천 서기 두 사람의 교분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 구이저우성 대표단 회의장을 찾아갔다. 그는 천 성장의 발언 도중 네 차례나 끼어들며 힘을 실어줬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연출되자 중국 언론들도 이를 놓치지 않고 기사화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그를 구이저우 당 서기로 승진시켰다. 저우번순(周本順) 허베이(河北) 서기가 부패 혐의로 낙마하면서 생긴 연쇄 인사의 기회를 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시 주석이 끌어준 게 천 서기가 승승장구하는 계기가 된 것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역시 본인의 능력이란 밑바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4년간 칼럼 초고를 집필한 것도 학생 시절부터 갈고 닦은 글재주와 저장성 기관지의 사장을 역임할 정도의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60년 저장성 사오싱(紹興)에서 태어난 천 서기는 이름부터 글과 인연이 깊다. 사오싱은 중국 문호 루쉰(魯迅)의 고향이기도 하다. 천 서기의 부친은 ‘영민하면서도 공부하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음(敏而好學 不恥下問)’을 ‘문(文)’의 기본이라 풀이한 논어 문장의 첫 두 글자(敏而)를 같은 발음(敏爾)으로 바꿔 이름을 지었다. 처음부터 문인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는 이름에 걸맞게 교사가 되겠다며 사오싱사범대 중문과에 진학했지만 결국 졸업 후 공직의 길을 걸었다.

2014년 12월 항저우 저장미술관에서 열린 란팅서법사 서예전에 출품한 천민얼의 작품 ‘萬紫千紅(만자천홍).’ 초서. 70×45㎝. 울긋불긋 여러 빛깔이란 뜻으로 온갖 꽃이 만발한 모습을 말한다. [사진 란팅서법사 홈페이지]


문장·서예 실력 전문가 수준 정평천 서기의 서예 실력은 전문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초서에 능하고 서예집까지 낸 엄연한 작가인 그는 저장성의 서예 친목단체인 란팅서법사(蘭亭書法社)의 명예대표를 맡고 있다. 란팅(蘭亭)은 역시 사오싱이 고향인 천하명필 왕희지(王羲之)가 은둔했던 곳이다.


천은 31세의 나이로 사오싱 현장(縣長)에 취임하는 등 출세길도 빨랐다. 6년간 사오싱현을 이끌면서 이곳을 중국 최고의 방직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닝보 부시장, 저장일보 사장, 성 선전부장, 부성장 등의 승진 가도를 순탄하게 밟아 올라갔다.


부성장 재직 시절인 2010년에는 중국 지방정부로선 최초로 저장성의 부채 규모를 공개했다. 당시 저장성 지방 부채는 규정상 허용된 기준(10%)을 넘는 20.15%였다. 이와 동시에 지방정부의 채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중앙에 건의함으로써 지방채무 실태에 대해 전국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구이저우로 옮겨 간 이후 천 서기는 빈곤퇴치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빈곤퇴치는 반부패 캠페인과 함께 시 주석이 가장 강조하는 역점 사항이다. 중국 최빈곤 지방의 하나인 구이저우가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천 서기의 정치적 장래도 좌우될 수 있다. 그는 지난달 전인대에서 “지난 5년 동안 구이저우에서 656만 명의 빈곤인구를 줄였다”고 성과를 과시하기도 했다. 경제 발전을 통한 빈곤 탈출과 생태환경 보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구이저우의 과제이자 천 서기의 과제다.


천 서기는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과 구이저우의 경제 협력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 서남부 산악지대에 자리 잡은 구이저우는 한국과 스위스를 발전 모델로 삼고 있다. 구이저우 또한 면적의 70%가 산지이면서도 경제 발전에 성공한 경험 때문이다.


구이저우의 1인당 GRDP는 중국에서도 최하위권이지만 최근 3∼4년간의 성장률은 전국 최상위권에 들어간다. 그만큼 잠재력이 크고 중앙정부도 집중 지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이저우의 성장을 이끄는 주력 산업은 관광업과 빅데이터 관련 산업이다. 관광객 유치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블루오션이다. 풍부한 관광자원에 비해 아직까지 한국인에게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천 서기는 방한 기간 동안 인천~구이양(貴陽) 간 정기 항공노선 개설을 홍보하는 등의 세일즈 활동도 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중앙정부가 구이저우를 빅데이터 관련 산업의 기지로 지정해 육성하고 있다. 다음달엔 빅데이터 산업 국제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한국과의 정보기술(IT) 협력에도 관심이 많다. 천 서기는 또 한·중 정상회담 합의사항인 인문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충남도를 방문해 구이저우·충남 간의 지자체 교류도 논의할 예정이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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