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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장 같은 대학·연구실, 과학기술의 비밀병기

드레스덴 공대 재생치료연구센터의 다나카 엘리 박사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출신 국가의 국기를 들고 있다. 독일은 물론 폴란드·크로아티아·스페인·일본·프랑스·미국·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의 국기가 보인다. 유럽의 ‘줄기세포 연구허브’로 불리는 이 연구소에는 30개국에서 모인 연구자들이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독일은 전 세계 과학기술 인재를 모아 능력을 길러 주고 연구 성과를 산업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 DAAD/드레스덴 공대 재생치료연구센터]


독일은 첨단 과학기술의 연구개발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다지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옛 동독 지역에 연구비를 집중해 개발한 기술을 산업체와 창업기업이 활용하게 하는 ‘연구개발 낙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동독이 첨단과학 연구 성과를 토대로 고도기술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동서 간 경제 격차를 도저히 줄일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제는 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인재다. 독일의 해법은 전 세계에서 과학기술에 재능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해서 쓰는 ‘개방적인 코스모폴리탄 연구 환경’ 전략이다. 학문·경제·사회·문화적으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의 과학기술 인재를 부르는 ‘연구 매력국가 독일 만들기’를 추구한다.

켐니츠 공대의 산학연 클러스터(MERGE)의 한 실험실에서 동서양 과학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다. [사진 DAAD/Hendrik Schmidt]


#1 지난 3월 8일 옛 동독 지역인 독일 동부 튀링겐주 예나에 있는 프리드리히 실러 대학의 세계적인 광학연구소 아베광학센터. 카를 차이스(1861~1888), 오토 쇼트(1851~1935)와 함께 현대 광학의 기초를 다진 광학자 에른스트 아베(1840~1905)의 이름을 딴 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기능성 광학 나노 구조물’ 연구실 책임자인 이사벨레 슈타우베 박사는 연구원들과 함께 자신이 수행 중인 나노광학 연구 과제를 설명했다. 슈타우베 박사는 “홍콩 출신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공부했던 학생과 러시아에서 온 학생이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KAIST에서 2개월 동안 인턴을 한 적이 있다는 그는 “국제적인 분위기로 전 세계 인재가 모여 함께 협력한다는 것이 우리 연구실의 자랑이자 힘”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토어슈텐 하인첼 연구 담당 부총장은 “광학은 물리학·재료과학·화학·생물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가 참여해야 제대로 연구할 수 있다”며 “아베광학센터는 이러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학의 국제협력 담당인 클라우디아 힐링거 박사는 “이를 위해 전 세계의 재능 있는 학생을 모아 관련 분야를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영어로만 강의하는 아베광학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온 150여 명의 박사 과정 학생이 다니고 있으며 이들은 20여 개의 관련 산업체와 연계해 산업현장 훈련과 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학문을 연계한 학제 간 연구, 대학과 연구소, 산업현장을 아우르는 산학연 결합에 전 세계의 인재를 모아 연구하는 다문화 연구 환경까지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철학자 헤겔·니체·라이프니츠·피히테, 문학가 괴테·실러·횔데를린, 종교개혁가 루터를 낳은 도시 예나는 전 세계 인재를 불러모으는 국제연구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현장이다. 예나와 프리드리히 실러 대학은 옛 동독 시절에도 광학 연구가 발달했지만 통독 이후 전 세계의 인재가 모여 연구하는 국제연구단지로 변모하면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2 지난 3월 10일 독일 작센주의 드레스덴 공대. 이 대학에는 ‘유럽 줄기세포 연구의 허브’로 불리는 재생치료연구센터가 있다. 도롱뇽을 바탕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수족·신경 재생을 연구해 궁극적으로 임상 응용을 추구하는 연구소다. 그런데 연구소를 안내한 타티아나 산도발구즈만 박사는 멕시코 출신이었다. 산도발구즈만 박사는 “우리 연구소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온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글로벌 타운”이라며 “전 세계의 두뇌가 모여 서로 다른 시각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과학의 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실장 다나카 엘리는 일본 출신의 분자생물학자로 사지 재생 분야의 권위자다.


#3 지난 3월 9일 작센주의 켐니츠에 자리 잡은 ‘프라운호퍼 기계 도구 및 형성 연구소’. 연구소 관계자는 “미래형 무인공장 개발을 위한 이 연구소는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산업 비밀이자 노하우”라며 견학은 허용해도 사진은 절대 찍지 못하게 할 정도로 보안이 엄격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공존하는 공장 모델’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은 이란 출신의 무함마드 브디위 박사였다. 독일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독일에 남아 미래 공장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었다.


#4 산업현장에서도 외국 인재들의 연구 참여에 긍정적이었다. 지난 3월 9일 켐니츠의 산업기계제조업체인 나일스-시몬스의 게로 마르텔 기술 담당 부사장은 “수많은 유학생이 공학 분야 연구에 참여해 독일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그들이 본국에 귀국하면 자국 산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독일 산업계는 재능과 아이디어를 가진 전 세계의 인재를 원한다”며 “우수한 엔지니어와 공학자는 일자리를 만들지 남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정착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유학 온 엔지니어의 상당수가 독일 정착을 원한다고 귀띔했다.


#5 지난 3월 10일 작센주 드레스덴의 드레스덴로센도르프 헬름홀츠 연구소. 미래 기술로 각광받는 나노·광전자 등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드레스덴 공대 박사 과정 학생으로, 이곳에서 나노 네트워크 연구원으로 일하는 디피요티 뎁은 인도 출신이었다. 인도에서 공대를 마치고 영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연구 환경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독일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중 전자공학과 물리학 전공자 두 사람이 연구소에 지원했는데 곧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과학기술에 재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난민이든 외국 출신이든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는 것이다.


 


 


예나·드레스덴·켐니츠(독일)=채인택 논설위원?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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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