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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약이 쌓은 바벨탑, 갈대 무성한 벌판 25년째 공사 중

전북 부안군 계화면의 새만금 사업 지역에서 농지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새만금 호수 바닥에서 갯벌 흙을 펌프로 퍼올린 뒤 파이프로 이송해 육지와 방수제 사이를 채우는 작업이다. 새만금 내부 개발사업에는 서울 남산 부피의 14배인 7억582만8000㎥의 토석이 필요하다. 부안=오종찬 프리랜서


속칭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라는 새만금 개발사업. 전북 군산과 부안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긴 33.9㎞의 방조제를 쌓고 내부의 호수를 메워 산업단지·농지·도시 등을 조성하는 이 사업은 1991년 착공 이래 25년째 여전히 공사 중이다. 특히 21일이면 방조제 끝막이로 바다가 막히고 새만금 호수가 탄생한 지 꼭 10년이 된다. 지금까지 9조원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17조원 이상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 강 사업의 22조2000억원보다 많은 돈이다. ‘돈 먹는 하마’가 된 지 오래지만 언제 사업이 완공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취재팀이 찾은 새만금 방조제엔 한국농어촌공사가 세워놓은 ‘희망의 땅, 새만금’이란 입간판이 선명했다. 동진강 하구 새만금사업 지역에 위치한 전북 부안군 계화면 양산리에서는 새만금 호수 바닥에서 펌프로 퍼올린 갯벌 흙으로 제방과 육지 사이를 메워 농지를 조성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방조제 안쪽의 옛 바닷가 갯벌을 따라 제방(방수제)이 건설돼 있었다. 제방과 마을 사이 갯벌에는 지름 1m가량 되는 파이프가 길게 연결돼 있었다. 파이프 끝에서는 회색빛 흙탕물이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서는 불도저가 분주히 오가며 지반을 다지고 있었다. 현장을 안내한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농생명용지로 구획된 이곳에는 말[馬]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공펌프로 흙을 빨아올리는 방식이라서 준설 과정에서 호수가 오염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체 길이 56㎞에 이르는 방수제 공사는 90% 정도 진척된 상황이라고 한다.


새만금 호수를 사이에 두고 계화간척지와 마주 보고 있는 군산시 오식도동 새만금국가산업단지. OCI의 계열사로 집단에너지공급시설인 OCISE㈜와 군산도시가스 등 몇몇 기업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산업단지 내 도로에는 가로등만 설치돼 있었다. 이곳 산업단지에 입주하겠다며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기업은 60여 곳. 하지만 실제 입주한 기업은 5곳에 불과해 아직은 먼지가 날리는 허허벌판이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지사업단 김효진 대리는 “9개 공구(18.5㎢) 중에서 1, 2공구는 매립이 완료된 상태”라며 “현재 5개 사의 건물이 완공됐고 두 곳은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질 6급수, 앞으로도 개선 쉽지 않아새만금 지역에선 조감도에 제시된 도시나 농지, 공단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착공 25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바닷물이 드나드는 드넓은 호수와 함께 갈대가 자라는 갯벌만 눈에 띄었다. 1단계 내부 개발사업이 2020년 끝나지만 9조원이 들어가는 2단계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2단계 사업은 정확히 언제 끝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2014년 변경한 개발계획에서는 2020년까지 내부 개발사업비의 59.5%를 투자하고 나머지 40%는 2021년 이후 투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연평균 투자액 6125억원을 적용하면 2017년 이후 17조3000억원이 투자되는 데는 3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새만금개발청 장순웅 서기관은 “새만금 투자계획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앞으로 기반시설이 완공되면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10여 년 전 논란이 됐던 이슈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기존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담수호 수질이다.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4급수 수질을, 수변도시 경관을 위해서도 하류의 호수 수질은 3급수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이 같은 수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질개선대책비용으로 이미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2020년까지 추가로 1조4000억원을 더 들일 계획이다.


하지만 낙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만경강과 동진강 수질은 하수처리장 등 오염방지시설 확충 덕분에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새만금 호수의 수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만경강 쪽 농업용지 구간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0.7ppm으로 4급수는커녕 6급수 수질이다. 동진강 쪽 농업용지 구간도 COD가 10.1ppm으로 6급수다. 도시용지 구간도 3급수 대신 4급수 수질을 보이고 있다. 오염을 희석시키기 위해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드나들도록 하고 있는데도 이 모양이다.


새만금지방환경청 최선두 새만금유역관리단장은 “호수 내에 조류 발생이 늘었고 방수제 공사를 위해 해수 유통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에서는 방조제가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에워싸는 바람에 전북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물질의 70% 이상이 새만금 호수로 유입되고 있어 수질대책을 강화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 남산 14배 분량의 흙 마련해야토석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지나 산업단지, 도시 등을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토석의 양은 서울 남산 부피의 14배인 7억582만8000㎥나 된다. 새만금개발청은 필요 토석의 80%는 내부 호수를 준설해 확보하고 나머지 16%는 금강 하구인 군장항 수역에서, 4%는 방조제 바깥 바다에서 준설해서 얻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준설토로 농지를 조성하더라도 토양의 염분이 빠지고 농사를 지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당장 조경을 위해 나무를 심으려면 1m 이상 육지의 흙을 구해다 덮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인다는 이곳 김제평야 부근에서는 토석을 채취할 산이 거의 없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새만금 개발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사무처장은 “새만금 호수 수질 개선이 정말 가능한지 엄밀하게 분석한 다음 불가능하다면 해수 유통을 전제로 개발계획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과거처럼 급속한 경제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새만금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기보다는 경제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소규모로 필요한 만큼 사업을 진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발을 위한 개발, 환경을 파괴하는 토목공사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은 “산업용지의 경우 모든 제조업에 입지를 개방하되 정밀화학·항공부품·신재생에너지 등 13개 업종을 전략적 유치 업종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 출마한 전북 지역 국회의원 후보 10명 중 9명은 새만금 목표수질 달성에 회의적이었고, 담수호 조성이 아닌 해수 유통을 전제로 한 새만금 개발 방안 수립에 공감했다.


 


 


새만금=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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