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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를 조롱 말라

일러스트 강일구


다이어트는 큰 스트레스다. 비만에 대해 사회적으로 게으르고, 자기관리가 안되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포함되면서 더욱더 자신의 체중에 대한 인식은 예민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울을 보면서 자기 체형에 만족하는 사람보다는 살이 쪘다고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인식 덕분에 과체중인 식구를 보면 가족들은 잔소리를 하게 된다. 뭘 먹을 때마다 “그만 먹어라”고 핀잔을 주고, 신문을 보다 건네주며, “봐라, 살빼야 병에 안걸려”라며 체중 관리를 권고한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에 하는 이 말, 진짜 효과가 있을까?


연구결과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 UC산타바바라대 심리학과의 브렌다 메이저가 2014년 실험사회심리학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뚱뚱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비만에 대한 부정적 뉴스를 읽으면 도리어 음식 섭취가 늘어나는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연구진은 젊은 여성들을 모집해 한 집단은 “체중을 뺄 것인가 아니면 실직할 것인가”를, 다른 집단은 금연의 필요성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읽게 했다. 그후 대기실로 이동해 10분간 머무르게 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고 자유롭게 먹으라고 했다. 자신을 과체중이라고 인식하는 집단이 체중을 빼야한다고 경고하는 기사를 읽고 난 다음 많은 양,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 것으로 관찰됐다. 또 이들은 기사를 읽고 나서 음식 섭취를 통제할 능력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반면 금연과 관련한 기사를 읽은 집단에서는 체중에 대한 자기인식과 음식 섭취량의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실제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을 과체중이라고 여기는지의 자기인식 여부가 음식섭취를 자극하는 요인이었다.


연구자들은 ‘사회적 정체성 위협’에 대한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과체중으로 여기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뉴스로 접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살을 빼야겠다’는 결심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반대로 먹을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먹을 것이 당길 때에 이성적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이들은 인지적으로도 생각의 폭이 좁아지는 현상이 일어나 욕망에 저항하지 못하고 굴복한다. 반면 실제로는 과체중이라고 해도, 평소 자기가 음식을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겨 온 사람은 체중과 관련한 부정적 뉴스를 읽고 난 뒤 도리어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었다. 즉, 마음가짐이 어떠냐에 따라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작정 “살빼야 취직해”, “살빼야 시집가지”라는 식으로 위협하듯 말을 하는 것은 실제 체중 관리에는 역효과를 줄 뿐이다. 이미 자신의 체중을 사회적 정체성에 부정적인 면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리어 먹을 것만 더 찾게 만들고, 내 몸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좌절감만 키울 뿐이다. 결국 체중에 대한 경고등이 켜질때마다 먹을 것을 더 찾게 되는 청개구리 심리만 강화된다는 것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jhn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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