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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면서도 맑은 이미지로 소년 티 벗고 떴지 말입니다


14일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의 인기는 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미모와 연기력 모두를 만족시키는 송·송 커플, 전 회에 고루 등장하는 해외 장면과 스케일 큰 야외 장면, 이를 가능케 한 사전제작, 시청률에 관한한 실패가 없는 김은숙 작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럴 만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마어마한 인기란, 이 정도 이유만으로는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도 강모연(송혜교 분)이 아닌 유시진(송중기 분)에 쏠리는 이 엄청난 인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하나는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 속의 군인과 의사라는 설정이다. 대중의 사회심리를 빠르게 반영하는 예능프로그램은 최근 몇 년 동안 일제히 ‘힘든 일상 버티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진짜 사나이’ 등은 군대·학교·직장 등 일상 자체가 억압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출연자들을 몰아넣고 눈물·콧물 흘리는 것을 보여준다. 계층상승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면서, 성공의 꿈을 주조하는 오디션 프로 대신 ‘힘든 일상 버티기’가 더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태후’의 설정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과 지진 같은 위험상황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이럴 때 ‘재벌남’이 구원의 남자가 되어줄 것인가. 재벌남이 위험상황에 들어올 리도 없지만, 설사 온다 해도 별 쓸모가 없다. 이런 때 빛을 발하는 것은 듬직하고 유능한 군인과 똘똘한 의사다. 성공과 계층상승에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인기를 상실해버린 신데렐라 스토리의 재벌남을 대신해 어떤 험난한 상황에서도 버텨나갈 수 있을 듯한 남자, 육체적 힘은 물론이거니와 지능과 대범함, 유머 감각과 부드러움, 여기에 정의감까지 지닌 남자 유시진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다른 하나의 요인은 송중기라는 배우다. 군 입대 전까지 그의 이미지는 우윳빛 피부를 가진 동그란 얼굴의 미소년이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에서 그는 아직 아기 같은 미소만 눈에 띄는 예쁜 소년이었다. 그런데 뒤이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 영화 ‘늑대소년’(2012)에서 그는 신인으로서는 놀랄 만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다소 독특한 캐릭터인 ‘늑대소년’은 그렇다 치자. ‘뿌리 깊은 나무’에서 그가 맡은 어린 세종은 왕인 자신을 날려버릴 수 있는 무서운 아버지 상왕(上王) 태종(백윤식 분)에 눌려 살다가 어느 순간 태종에게 ‘맞짱을 뜬다’. 카리스마 넘치는 역전노장 백윤식과 맞서면서도 꿀리지 않았던 그 연기는 딱 4회 출연으로 연말에 신인상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모두 소년이었다. 그가 소년 이미지를 벗어나 보려 한 작품은 드라마 ‘착한 남자’였다. 그는 절대적 ‘순정남’이란 점에선 어울렸지만, 꼬여버린 인생에 타박상으로 부은 얼굴로 검은 점퍼를 걸친 어두운 남자와는 종종 괴리됐다. 그는 분석적이고 집중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이경희 작가의 주인공이었던 소지섭(‘미안하다 사랑한다’)이나 정지훈(‘이 죽일 놈의 사랑’)이 만들어낸 어둡고 삐딱하며 허무함을 진하게 풍기는 이미지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늘 없이 맑은 모범생 소년 같은 얼굴이 장애물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그가 군 생활을 거쳐 ‘남자 어른’의 냄새를 풍기며 돌아왔다. 아기 같은 미소의 동그란 얼굴은 여전했으나, 몸에 묻혀온 ‘짬밥 냄새’의 힘이 강력했다. 그런데 ‘태후’가 요구하는 남자는 강하면서도(어두운, 까칠한 남자가 아니라) 밝고 맑은 모범생이며, 송중기의 이미지는 여기에 완전히 부합했다. 너무 윤리적이어서 오글거리는 대사도, 이토록 맑고 반듯한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다 용서가 됐다. 이렇게, 새로운 이미지의 남자 주인공이 또 탄생했다. ●


 


 


글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성공회대 초빙교수 ymlee0216@hanmail.net,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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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