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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놀라지 말고 ‘확’ 웃으세요


남편은 오늘도 야근을 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여니 실내는 깜깜하다. 거실을 밝히는 불빛은 TV뿐. 그 앞에서 드라마 남자 주인공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사람은 아내다. “나 왔어.” “응, 이에 와써, 느었네.” 혀 짧은 발음을 내며 고개를 돌리는 아내. 헉, 달걀귀신이다! 남편은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 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종종 나오는 장면이다. 대부분 스릴러보다는 코믹한 상황을 위해 연출되는 이 씬에 제목을 붙인다면 ‘마스크 팩을 한 아내’ 정도가 아닐까.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속담이 있다. 며느리보다는 딸을 아끼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얘기한 건데, 실제로도 가을볕보다 봄볕에 살갗이 더 잘 타고 거칠어진다. 그래서 요즘 같은 때 피부 보습에 신경 써야 한다. 지난 호 S매거진 인터뷰에서 만난 에르보리앙 이호정 대표에게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보습·안티에이징 방법을 물었더니 “1주일에 두 번 정도 고농축의 에센스가 들어가 있는 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시중에 나온 마스크 제품은 얼굴에 바른 뒤 그냥 자고 아침에 닦아내는 크림 타입도 있고, 얼굴에 올려두고 10~15분 후 떼어내는 필오프 타입의 시트도 있다. 실제로 최근 명동 거리를 가득 채운 화장품 브랜드 숍에서 인기가 좋은 건 마스크 제품들이다. 특히 한 장씩 따로 포장된 시트 타입이 인기가 좋다. 실내의 4분의 1을 채우고 거리로 나온 좌판대까지 장악한 제품들은 십중팔구 마스크 시트다.


요즘의 트렌드는 캐릭터의 얼굴을 그려 넣은 마스크 시트다. 더 페이스 숍은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중 오리·고양이·개·복숭아를 비롯해 토끼의 탈을 쓴 노란무까지 5종을 내놓았다. 홀리카 홀리카에서도 팬더·물범·불독 등 귀여운 아기 동물들의 얼굴을 그려놓은 캐릭터 마스크 3종을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 용기의 모든 것을 장난감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디자인하는 토니모리는 ‘한국의 신부’ ‘한국의 미소’라는 타이틀로 안동 화회마을 별신굿에 등장하는 각시탈과 양반탈 모양을 본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제 서점보다 거대한 잡화점처럼 보이는 교보문고에서도 한 달 전 통로 중간에 진열대를 놓고 일제 수입품 마스크 시트를 판매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마블의 ‘아이언 맨’ 캐릭터들이다. ‘디자인 페이스 팩’이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같은 영화 속 캐릭터 2장이 한 세트(1만2900원)로 판매된다. 대부분의 마스크 시트 제품들의 가격도 1장에 2500~1만원을 넘지 않는다.


주요 고객은 중국 관광객과 한국의 젊은이들. 겨우 1장이지만 낱개 포장이 잘 돼 있고 10개짜리 한 묶음을 쥐면 부피도 꽤 된다. 한국의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도 되니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주로 ‘놀이’의 도구로 이용한다. 80~90년대에 종이로 만든 가면 마스크를 쓰고 동네를 뛰어다니며 역할 놀이를 했다면 요즘 젊은이들에겐 SNS가 놀이터다. 재밌는 캐릭터 마스크 시트를 얼굴에 척 올리고 셀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굳이 동네를 뛰어다니지 않아도 지인들과 ‘ㅋㅋㅋ’ 등을 이용한 대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온 가족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시대, 몇천 원짜리 화장품 하나로 잠시라도 즐거울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부 보습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1석2조의 마케팅 전략이다. 역시나 K-뷰티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나저나 표심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기간 동안 ‘반성’과 ‘혁신’의 마스크를 썼던 정치인들은 이제 어떤 민낯을 보여줄까.


 


 


글·사진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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