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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얼짱 각도는 따로 있다

저자: 이랑주 출판사: 인플루엔셜 가격: 1만5000원


맥도날드에서 정신줄을 놓고 과식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분명 밥 한 공기를 채 비우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패스트푸드점에만 가면 햄버거에 감자튀김도 모자라 치킨 너깃까지 정신없이 흡입하게 되다니, 뭔가 좀 이상하다.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었을 때는 어떤가. 부엌에서 만들었을 땐 뭔가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작품’이었는데 식탁에 내놓기만 하면 볼품없는 음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저자는 해답을 비주얼 머천다이징에서 찾는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에 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상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보는 즉시 손이 가는 제품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예쁘게 세팅해도 좀처럼 내켜 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렇다면 잘 나가는 제품들에는 뭔가 비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름하여 ‘좋아 보이는 법칙’ 같은.


저자는 그 비밀이란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 숨은 가치에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색깔·밝기·각도 등 그 법칙을 둘러싼 많은 요소들에 의해 좌우된다. 이 법칙은 단순히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상품을 사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정도의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선 맥도날드의 사례를 보자. 색채학자들은 빨간색과 노란색은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의 짝꿍이자, 단맛을 더 많이 느끼게 해 주는 최상의 조합이라고 분석한다.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이 먹게 한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이 효과를 극대화했다. 브랜드 로고와 포장지는 물론 매장 벽면 한쪽 전체를 빨간색으로 칠한 이유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음식은 왜 맛없어 보이게 된 걸까. 이유는 조명에 있다. 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식과 조명 간의 거리는 76cm 떨어져 있을 때 가장 맛있어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 거리가 훨씬 길다. 그러니 내 음식은 소위 ‘조명발’을 받지 못할 뿐더러,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처럼 어스름한 조명 아래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조명 효과’도 얻지 못한 것이다.


전통시장의 조그만 상점부터 대규모 프랜차이즈까지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과 브랜드 리뉴얼 경험이 있는 저자는 이런 법칙들을 활용해보라고 조언한다. 스타벅스 로고에 존재하는 ‘황금비율’ 70:25:5가 대표적이다. 흔히 스타벅스 하면 짙은 초록색을 떠올리지만 이 주제 색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기본 바탕이 되는 아이보리, 25%는 주제 색을 보조하는 갈색으로 구성돼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화장품 가게의 주제 색상을 핑크로 정했다고 해서 벽면을 핑크로 도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무작정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으로 뇌리에 남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


밝기도 마찬가지다. 현대ㆍ롯데백화점 등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갤러리아 백화점을 조명 효과를 극대화한 사례로 꼽는다. ‘빛의 화가’ 렘브란트가 극명한 빛의 대비를 이용해 “그곳을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전달한 것처럼, 갤러리아는 고객 이동 통로의 조도를 50룩스, 제품이 진열된 테이블은 2440룩스로 빛의 차이를 50배 가까이 연출하면서 그 제품을 보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는 것. 물건을 팔고 싶다는 욕심에 모든 공간을 6000룩스로 밝히는 것보다 한 곳은 충분히 어둡게, 한 곳은 충분히 밝게 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하다는 결론이다.


저자가 말하는 비법이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빨간 사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초록색 포장지를 덧댄다거나 마사지 후 되려 더 못생겨보이게 만드는 피부관리숍의 환한 백열등 조명을 호텔 화장실처럼 은은한 조명으로 바꾸는 식이다.


너무 사소해 보이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매출은 기대이상이다. 사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다. 판매자의 눈으로 보는 대신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정답은 의외로 쉽게 보인다. 우리 모두 이유를 설명할 순 없지만 어떤 것이 더 좋아 보이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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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