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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코치와 선수로 만난 ‘4등’ 박해준&유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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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경애(STUDIO 706)]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영화에서는 매를 드는 엄한 코치와 그 때문에 좋아하는 수영을 그만둘까 고민 중인 어린 선수를 연기했는데, 실제로는 사이가 좋아도 너무 좋다. 박해준(40)과 유재상(13)은 큼직한 이목구비와 둥글둥글한 콧방울, 시원한 웃음이 친척이라 해도 믿을 만큼 똑 닮았다. 나란히 선 두 사람의 얼굴에 자꾸 배시시 웃음이 번지는 건, ‘4등’을 촬영했던 모든 순간이 한없이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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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경애(STUDIO 706)]

연기를 즐기는 물 만난 배우 박해준
물 만난 고기처럼 아주 팔딱팔딱한다. ‘4등’에서 광수 코치로 등장하는 박해준을 보고 있으면 절로 드는 생각이다. 아주 신나서 연기하고 있다는 게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다. “어, 어떻게 알았어요(웃음)? 광수는 자기반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인물이거든요. 평생 남 탓하며 자기 마음대로 살았죠. 사실 누구에게나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다들 절제하면서 사는 거잖아요. 광수를 통해 그런 욕구를 마음껏 해소할 수 있어 통쾌했어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후줄근한 차림새에 멍한 표정을 짓는데, 반듯한 외모를 배반하는 그 연기가 그리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없다.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장준환 감독)의 총잡이 범수, TV 드라마 ‘미생’(2014, tvN)의 냉철한 천 과장을 연기했던 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박해준의 활력 넘치는 연기 덕에 광수는 그저 못돼 먹은 인물이 아니라, 그 성질머리 때문에 지독히 외로운 사람으로 느껴진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배우가 인물에 연민을 느끼면 그 감정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요.”

‘4등’의 광수를 연기하며 박해준은 비로소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그건 그 자체가 평소 남의 눈치 잘 안 보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평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마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얼른 잊어버리려 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참 답답하다는 소리도 가끔 듣죠(웃음).” 그렇지 않아도 정지우 감독은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보통 배우들은 자기가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데, 해준씨는 안 그래요. 그래서 예상을 빗나가는 연기가 나와요. 혹시라도 다음에 욕심나는 장면이 있다면 중간에 감정을 풀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여 봐요.” 박해준이 슬쩍 웃으며 이런 말을 덧붙인다. “그 말씀 때문인지 지금은 연기에 욕심이 조금 생긴 것도 같아요.”

“연기는 결국 자기만족 아닐까요?” 그가 반문한다. “내 경우엔 자신감과 배짱이 원동력이에요. 예전에는 태평한 성격을 고쳐 보려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대사 틀리면 어때,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실수하면 어때’란 마음으로 연기해요. 그래야 거침없고 더 재미있는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그의 말대로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배우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토록 연기를 즐기는 배우를 누가 이길 수 있을까. 배우 박해준은 누구보다 느긋하게 자신만의 즐거운 경주를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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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경애(STUDIO 706)]

수영장에서 찾아낸 꿈 많은 소년 유재상
첫 영화 주연의 기회를 잡은 2년 전 그 순간을 유재상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원래 그는 준호의 동생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떨어질 것 같다”고 낙담하며 그가 향한 곳은 수영 대회. 초등학교 1학년 때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좋아” 수영에 재미 붙인 그는 3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했다. 주 종목은 자유형. 5학년이던 당시엔 50m를 34초에 거뜬히 완주할 만큼 실력이 좋았다.

여느 때처럼 대회에 출전한 그날 유재상의 눈에 띈 건 인서트 컷 촬영을 위해 현장을 찾은 ‘4등’ 제작진.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쾌재를 부른 건 외려 제작진이다. 마침 중학생으로 설정했던 준호의 나이를 낮춰, 유재상 또래의 수영 잘하는 배우를 애타게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지우 감독이 바랐던 배우, 즉 “‘아역 탤런트’처럼 (정형화된) 연기를 하지 않는 배우”이기도 했다. 메달을 따오라는 엄마의 등쌀과 수영 코치의 체벌에 괴로워하면서도 천진난만하게 물속 유영을 즐기는 준호의 매 순간은 진짜처럼 생생한 감정으로 채워져 있다.

“밤새 대본 외우고 오디션에 목숨 거는 배우 친구들도 있지만, 놀면서 해야 연기가 더 자연스럽다”는 그의 개구쟁이 같은 철학을 응원하고 싶어질 정도로. 지금은 연기에 전념 중이지만 한때 수영 선수의 고충을 직접 겪었고, 극 중 준호처럼 티격태격하는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는 유재상. ‘4등’은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 같은 영화였다. “저도 좋아서 수영을 시작했지만, 체벌도 싫고 훈련이 힘들어 엄마에게 그만두겠다며 울면서 화낸 적이 있거든요. ‘4등’을 보면서 그때 서운해 했던 엄마 마음이 조금은 이해됐어요. 그래도 때리는 건 나쁘다고 생각해요. 반항심이 생기고 사람이 싫어질 수도 있잖아요. 저는 결혼하면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 주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두 살 때 광고 모델을 시작해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인 배우로 활동한 지 벌써 6년째. ‘미나문방구’(2013, 정익환 감독)의 단역, ‘국제시장’(2014, 윤제균 감독)의 덕수(황정민) 아들 기주(태인호)의 아역 등 출연한 영화만 단편을 통틀어 열 편이 넘는다. 중학교에 들어가며 키도 165㎝ 가까이 훌쩍 자랐다. “친구들과 놀거나 맛있는 음식 먹는 장면을 연기할 때가 제일 좋다”며 웃을 때는 영락없이 앳된 소년이다가도, “아역 출신 배우들이 다 성인 연기자로 성공하는 게 아닌 현실”에 대해 말할 땐 제법 어른스럽다. “사육사나 게이머도 해 보고 싶어요.” 여전히 꿈 많은 그를 끌어당긴 다음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장성란 나원정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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