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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적신 책 한 권] 보수는 진보의 배려와 공평성을…진보는 보수의 충성·권위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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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692쪽, 2만9000원

총선이 끝났다. 누구에겐 희망이고 어떤 이에게는 실망이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결집시키려 하지만, 사실 총선과 대선은 분열의 현장이기도 하다. 누가 지키려는 자이고, 누가 바꾸려는 자인지가 가장 명확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한반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인데 정치적 가치와 삶의 태도는 왜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자. 어떤 부류는 새로움, 다양성, 그리고 변화를 좋아하고 위협의 신호에는 둔감하다. 다른 부류는 익숙함, 규율, 그리고 안정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한 쪽은 기득권이 불편하고 다른 한쪽은 동성애가 싫다. 각각을 진보와 보수라고 부를 수 있다면, 불행히도 이들의 차이는 피상적이지 않다. 아직 이 두 부류의 유전적 차이를 밝혀낸 연구는 없지만, 뇌가 서로 다르다는 연구는 여럿 존재한다. 가히 성향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는 이 성향 차이를 서로가 명확하게 확인하는 의례라고도 할 수 있다.

『바른 마음』은 ‘도덕 심리학’이라는 분야를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기막힌 연구와 탁월한 통찰이 빛나는 저서다. 그는 우리가 도덕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직관에 의존해 먼저 결정을 하고, 그 이후에야 사후 설명을 통해 정당화를 시도한다는 가설을 입증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령 상대방의 언행이 왠지 너무 싫고 심지어 역겨울 정도인데, 싫은 이유를 물으면 그제서야 답을 찾는다는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우리는 합리적 존재가 아니다. 정치 토론이나 종교 논쟁이 늘 서로의 차이만 확인하는 장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수와 진보의 또 다른 차이는 각 진영이 생각하는 도덕성의 기반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진보는 배려와 공평성을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삼고 있는 반면, 보수는 그보다 충성심·권위·고귀함을 도덕성의 근간이라고 여긴다. 그러니 도덕적 공감과 분노가 일어나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 가령 진보는 세월호 비극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보수는 국가의 안보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수나 진보나 모두 도덕성의 다섯 가지 기반은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즉 배려·공평성·충성심·권위·고귀함은 모두가 추구하는 도덕적 덕목이다.

하지만 저자는 놀라운 차이점도 밝혀냈다. 진보는 보수만큼 상대 진영의 가치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보수는 배려와 공평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고려를 하는 반면, 진보는 보수의 핵심 가치인 충성심·권위·고귀함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의 진보 진영이 충성심·권위·고귀함을 지금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한, 보수 쪽의 시민들을 결코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총선의 예상 밖 결과는 야당들이 (자의든 타의든) 상대 진영의 핵심적 도덕 기반들을 더 진지하게 끌어들였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총선이 끝난 이 시점에서 이 책을 펼쳐들고 차분히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해보자. 이해한다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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