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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미국 대선 관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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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일본 메이지대학 운노 모토오(54) 교수.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지상전 담당자’다. 교수직을 잠시 내려놓고 지난해 8월부터 미 전역의 집을 돌며 클린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8개월 사이 2000곳 가까운 곳을 다녔다.

그가 전한 클린턴의 비장의 지상전 무기는 바로 ‘커미트먼트(commitment·약속) 카드’.

주요 공략대상인 부동층 집을 찾으면 일단 무조건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러곤 투표 당일의 일정을 이미지하게 만든 뒤 투표소에 갈 시간을 ‘약속’한다. 그 시간을 ‘약속카드’에 적어 사인하게 한 뒤 증표로 종이 절반을 찢어 나눠 갖는다. 회수한 종이 절반은 투표일 직전 다시 우편으로 보낸다. “아, 맞다. 내가 오전(오후) X시에 가기로 약속했었지~”라고 떠올리게 만드는 작전. 그냥 “투표에 참여해 주세요”라고 호소하는 방법보다 투표율이 4.1%나 올랐다 한다.

그는 2008,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캠프에서 무려 4400곳의 집을 돈, 자타가 공인하는 ‘지상전 외인 비밀병기’다. 그가 들려준 현장의 뒷이야기와 전망을 소개한다.

#1 얼마 전 클린턴 캠프 곳곳에 “힐러리 캠프에는 두 가지가 없다. 자극과 에너지다”라 적힌 A4용지가 붙었다. 클린턴이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실은 버니 샌더스 후보가 유세 때 말했던 내용인데, 캠프 내부에서 서로 ‘자극’을 받자는 취지로 붙였다 한다. 그런데 정작 내부 반응이 걸작이다. 열 중 아홉은 “그거 맞는 이야기구먼…”이라 했다는 것이다. 운노 교수는 “없는 게 또 하나 있다”고 했다. 바로 기동력. 하루 2교대로 ‘지상전조’를 투입해 왔는데 한계에 왔다는 것이다. 젊은이가 없기 때문이다. 60세 이상인 대다수 클린턴의 자원봉사자들은 “더 이상 못 다니겠다”며 나자빠졌다고 한다. 수뇌부는 “본선에선 돈으로 젊은이를 사서 지상전을 펼친다”고 한다. 하지만 운노 교수는 “자발적이지 못한 지상전으론 트럼프의 공중전에 이기기 힘들다”고 단언한다. 게다가 본선 체제로 빨리 전환해야 자금 숨통이 트이는데 샌더스의 선전으로 초조감만 고조되고 있다.

#2 “당장 꺼져” “노(No) 힐러리” “거짓말쟁이!”- 운노 교수는 현장에서 이 같은 욕설과 고함을 수없이 들었다 했다. 8년 전 오바마 캠프 때는 상대방 지지자라 해도 “본선에선 오바마를 찍을게요”라 말해줬다 한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걸 피부로 느꼈다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를 찍은 이 중 30% 이상은 본선에서 아예 투표를 않거나 오히려 공화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걸 직감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클린턴 진영이 트럼프를 깔볼 수 없는 이유다.

2016년 미 대선은 충성도가 확 떨어진, 바꿔 말하면 ‘천장(호감도)은 낮고 마루(비호감도)는 높은’ 후보 간의 싸움이다. 호감도를 겨루는 게 아니라 ‘누가 덜 비호감’인가를 겨루는 경쟁이 돼 버렸다. 생각해 보니 우리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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