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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시각각] ‘잘 드는 칼’, 청와대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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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논설위원

총선 참패에 대한 청와대 반응은 차갑다. 54자(字)의 대변인 명의 논평으로 대신했다. 20대 국회에 대한 요구, 짤막한 선거 결과 분석이 전부다. 반성이나 다짐은 없다. 인적 쇄신론은 허공으로 떴다. “통치(統治)를 접고 협치(協治)를 하라”는 주문은 봄바람에 흩날렸다. 완벽한 현실부정이다. 청와대의 복안은 무엇일까. 어떤 방법으로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일까.

대중들은 “혹시…?” 하며 검찰로 불안한 눈길을 돌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안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로 검찰을 떠올린다. 청와대가 정국 돌파를 위해 강공책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정권의 입장에서 검찰은 ‘잘 드는 양날의 칼’이다. 피지배층에게 법은 목적이지만, 지배자에겐 수단이다.

여소야대의 결과가 나온 지난 14일 오전. 검찰 수사관들이 일부 당선자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지금부터 ○○○ 후보의 선거법 위반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겠습니다.” 대상자들은 공교롭게도 야당과 무소속이다. 비슷한 시간대 대검찰청 공안부는 “20대 총선 당선인 중 104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는 자료를 냈다. 당선인 3분의 1이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놀랐다. “검찰이 제1당을 바꾸려고 하나?” 야당 인사들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탄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는 10월 13일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잔뜩 경계했다.

“선거법 수사가 정치탄압이라고? 웃기는 소리다…”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거법 위반은 이해 당사자들의 민원이 난무하는 사건일 뿐 외부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공안부 수사는 정국 돌파용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치적 의미와 극적 효과를 위해선 특수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어떤 행보를 취할까.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가 출범한 지 5개월째다. 중수부 부활 논란과 함께 신설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3개월째 ‘워밍업’ 중이다. 검찰 인사들은 “총선이 끝나면 일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왔다. 외화 밀반출, 기업체 비리, 고위 공직자 부패 혐의 등을 내사 중이라는 소리가 있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검찰을 엉거주춤하게 만들어 버렸다. 대형 사건 수사가 정치적 잡음을 초래할 경우 대통령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들은 여권의 정치적 지형이 안정될 때까지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굳이 검찰이 ‘공공의 적’이 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서다. 

그렇다고 검찰의 입장에선 무턱대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검찰은 올 초부터 중소기업들의 외화 밀반출 혐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왔다. 지난해 포스코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했다. “정치적 사건에 헛심만 잔뜩 썼다”는 자성에서다. 마침 세계 주요 인사들의 역외 탈세자료가 담긴 ‘파나마 페이퍼스’가 유출된 것도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공방에 휘말리지도 않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청와대는 동의할까. “‘검찰은 수사하는 기관 아닌가요?’ 박 대통령의 간접 화법 한마디에 검찰은 ‘숙제’를 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검찰에서 퇴임한 법조인의 주장이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인사에 대한 하명이 전달될 경우 검찰은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크다.

공직자들의 구조적 비리에 대한 수사를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세종시의 표심이 잣대가 됐다. 세종시에서 무소속의 이해찬 후보가 당선된 것은 정권의 입장에선 충격적이다. 공직자 비리 수사는 공무원들의 기강을 잡고,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레임덕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수사다.

청와대는 혁신의 의지를 갖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갈까. 아니면 끝까지 ‘나의 길’을 고수할까. 검찰 수사에 대한 해석은 또 하나의 판단 자료가 될 것 같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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