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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음악] 오래된 음악의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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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영
한양대 교수·음악학자

지난달 유난히 고음악 연주회가 많았다. 고음악 연주회란 바로크나 그 이전 시대의 음악을 연주하되 당시 사용하던 형태의 악기로 당대의 연주관습을 되살려 연주하는 음악회를 말한다. 고음악 연주회의 진짜 재미는 그 옛날 음악이 새로운 음악처럼 들린다는 데 있다. 보통 연주회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옛 악기들, 예컨대 하프시코드, 엔드핀이 없는 바로크 첼로, 벨브가 없는 금관악기 등이 등장한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모차르트나 베토벤 식의 감수성이 아닌 낯선 옛 음악성이 발휘된다. 나는 ‘옛’ 음악에서 만나는 이 ‘새로움’이 언제나 즐겁다.

라모의 '상상교향곡'


최근 열렸던 고음악 연주회에는 우리나라 단체들의 연주도 많았지만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 ‘성토마스교회 합창단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 고음악 전문단체들의 연주도 줄줄이 이어졌다. 내겐 그 풍성했던 고음악 연주회 중에서도 특히 지난 3월 6일(서울 예술의전당)에 있었던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 연주회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해설자로 이 음악회에 참여했기 때문에, 혹은 그래서 더 개인적 접촉의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준비한 어떤 한 곡의 ‘새로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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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음악의 새로움을 일러준 지난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 연주회. [사진 한화클래식]


그 곡은 프랑스 작곡가 라모(1683~1764)의 ‘상상교향곡’이었다. 나는 이 음악을 이 연주회 전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모의 곡이지만 동시에 라모의 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모가 작곡한 작품에서 발췌한 17개의 곡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만들었다. 라모는 오케스트라만을 위한 작품을 쓴 적이 없었다. 지휘자 민코프스키가 오페라에 나오는 서곡·간주곡 등을 직접 모으고, 실내악을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확장하고, 또 오페라에 나오는 아름다운 아리아를 기악음악으로 편곡해 새로운 작품으로 빚은 것이다. 그러니 이 음악은 라모의 음악을 모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선택하고 편곡하고 배열한 민코프스키의 음악이기도 하다. 바로크 음악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음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음악은 ‘상상’교향곡이고, 옛 음악이지만 새로운 음악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곡은 매우 아름다웠다. 발랄한 춤곡 뒤엔 처연한 기악 아리아가 흘렀고, 느긋한 분위기의 곡 뒤에는 빠르고 활기찬 곡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연주를 통해 라모의 옛 음악이 가진 매혹이 새롭게 발견됐으며, 그 옛 음악을 새롭게 배열한 오늘날 프랑스 음악가의 음악적 감수성이 빛을 발했다.

고음악 연주회는 결국 과거와 현재의 문제, 오래된 것과 새것의 문제, 전통과 그것의 계승에 관한 문제와 닿아 있다. 어쩌면 무겁고 어려운 문제다. 이날의 연주가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는 것은 그러나 그 문제의 무거움과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 지닌 아름다움 때문이다. 결국 예술은 무거운 이념조차도 구호가 아니라 뜨거운 상징으로 드러내는 것이니까.  

정경영 한양대 교수·음악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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