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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대만인 사기범 45명 중국 송환 … 차이잉원 “주권 무시”

#1. 케냐에 거점을 두고 중국인 100여명을 속여 600만 위안(10억6800만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사기단 117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2014년 11월부터 시작된 체포 작전의 결과다. 잡고 보니 중국인과 대만인이 사이 좋게 동업해 온 ‘양안 합동 사기단’이었다. 이 해묵은 사건이 5월20일 대만 정권교체를 앞두고 가뜩이나 삐걱거리는 양안 관계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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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 37명이 포함된 중국 보이스피싱 사기단 67명이 13일 아프리카 케냐에서 이송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9일 1차로 소환된 10명 가운데 8명도 대만인이었다. 호송을 위해 전세기까지 동원한 중국은 사건 혐의자들에게 검은 두건을 씌우고 수갑을 채워 인권 침해 논란을 야기했다. [베이징 신화=뉴시스]


보이스피싱‘양안 합동 조직’적발
중국, 전세기 동원해 복면 압송
대만 장관 55분간 핫라인 항의전화

‘하나의 중국’ 원칙에 AIIB 가입 좌절
차이잉원 5월 취임 앞두고 알력

케냐 정부가 지난 9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체포된 범인 가운데 77명을 송환했는데 대만인 45명까지 포함해 중국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그러자 주권을 침해 당했다고 여긴 대만이 발끈했다. “친중 정책을 펴온 마잉주(馬英九) 총통조차 극도로 분개하고 있다”고 대만 언론들는 전했다.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蔡英文) 차기 총통 당선인은 “베이징은 대만인을 호송할 권리가 없다. 우리의 주권과 관할권을 무시한다면 양안관계에 깊고 큰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완강하다. 중국은 “케냐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 왔다. 중국의 일부인 대만 주민을 중국에 보낸 게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게다가 피해자들이 모두 중국 대륙에 있어 중국이 범인들을 조사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2차 송환 때 케냐에 전세기까지 보낼 정도로 이 문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급기야 샤리옌(夏立言)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장관급)이 12일 밤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장즈쥔(張志軍) 대만판공실 주임과 핫라인 전화로 55분동안 항의하며 다섯 개 요구사항을 제시했지만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2. 대만은 2014년부터 추진해오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포기를 선언했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가 7일 “대만은 주권국이 아니기 때문에 홍콩처럼 중국 재정부를 통해 AIIB에 대리 가입 신청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게 직접적 원인이다. 이를 받아들이면 대만 주권에 손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장성허(張盛和) 대만 재정부 장관은 13일 “대등·존엄의 원칙에 따라 AIIB에 가입할 수 없다면 다시는 가입 신청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태까지 대만은 ‘중화 타이베이(中華臺北·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가입을 희망해 왔으나 중국은 ‘중국 타이베이(中國臺北·Taipei, China)’를 요구했다. ‘중화’와 ‘중국’은 한 글자 차이이지만 대만의 주권에 대한 해석으로 연결지는 문제여서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하지만 진 총재의 말 한마디로 타협의 여지가 사라졌다.

양안 관계가 심상치 않다. 대만 정권 교체를 한 달여 앞두고 중국과 대만은 각종 사안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대만 독립 지향 세력을 지지기반으로 삼는 민진당이 정권을 인수하기 전에 기를 꺾어 놓으려는 기세다. 케냐와의 협의를 통해 성사된 보이스피싱 범인 압송 시기를 굳이 이 시점으로 고른 데서 그런 속내가 읽힌다.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민진당 차기 정부로 하여금 ‘92공식(콘센서스)’ 즉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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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당도 호락호락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태세가 아니다. 민진당은 지난 1월 총통 선거 승리 이후 정권 인수 기간 동안 중국의 신경을 거스르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선거 기간에는 친중 성향 유권자들의 안정 심리를 의식해 “양안관계는 현상 유지를 기본으로 한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으나 정권 교체가 임박해오면서 대만의 독자성을 중시하는 본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여권조례시행세칙’을 수정해 대만 여권 겉표지에 ‘대만국’이라 쓰인 스티커 부착을 허용한 게 그 예다. ‘중화민국’이란 국호와 별개로 ‘대만국’이란 명칭까지 사용하게 되면 중국이 강력 반발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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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관계의 향방을 가름할 1차 시금석은 5월 20일 차이 당선인의 취임사다. 선거 기간을 포함해 여태까지는 ‘92공식’에 대한 명시적인 입장 표명을 보류해왔지만 취임사에선 피해갈 수 없다. 차이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따라 대만 해협에는 격랑이 일어날 수도 있다. 최근 몇 가지 사례는 그 전초전에 불과하지만 파고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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