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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뭐야…안 웃긴데 웃기네 ‘아재 개그’

“전화기로 세운 건물은 콜로세움” 같은 썰렁한 농담이 ‘아재 개그’라는 타이틀을 달고 인기 몰이 중이다. 방송에서 시작한 열기가 일상으로까지 옮겨갔다. 시대착오적이지만 어쩐지 정겨운 농담을 하는 ‘아재’라는 존재는 그간 권위적이고 시대 흐름에 둔한 중년 남성을 일컫는 ‘꼰대’나 ‘개저씨(개념없는 아저씨)’와는 다른 이미지다. 왜 지금 ‘아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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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득


‘꼰대’ 권위 벗고 소통 나선 아저씨
농담같은 말장난, 열풍처럼 번져

“설익고 뻔한 유머지만 귀여워”
젊은층도 따라하며 중년세대 응원

‘아재 개그’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한 오세득 셰프에서부터다. 오셰프는 마늘을 들고 “형만을(마늘) 위해 살아갈릭” 식의 썰렁한 동음이의어 말장난을 했고, 이처럼 시청자를 웃기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채팅창엔 “재미없다”는 야유가 쏟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그는 “이런 아저씨 개그도 재미있을 때가 있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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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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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웃기지 않은데 어쩐지 웃긴’ 아재 개그의 탄생이다. 여기에 개그맨들이 가세했다. 신동엽은 tvN ‘SNL 코리아’의 ‘아재 셜록’ 코너에서 “피해자는 싱글, 그러니까 범인의 이름은 벙글”식의 개그를 했다. 박영진은 ‘난닝구’와 발가락 양말 차림의 ‘아재 악령’으로 분하며 아재 개그를 쏟아냈다.

‘아재 개그’ 열풍은 일반인에게로 퍼져나갔다. 정치인들까지 나섰다. “회를 먹으니까 진짜 회식이네” “자꾸 연대, 연대하면 고대분들 섭섭해 하신다”라는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의 말도 화제가 됐다.

“중년 남성을 대상화하는 웃음 유발 장치”(정덕현 문화평론가)인 아재 개그는 기본적으로 시대 흐름에 뒤쳐진 중년 남성을 풍자하고 희화화하는 태도다. 거기에 “난이도가 낮아 따라하기 쉽다는 점, 안 웃기지만 웃기려고 노력하는 인간미를 선보일 수 있는 매력이 있다”(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설명도 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중년 남성 하면 떠오르는 권위적인 이미지 대신 ‘젊은이와 소통하려 애쓰는 귀여운 아저씨’라는 이미지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강정석 『문화과학』 편집위원은 “아재 개그가 오세득 셰프로부터 탄생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소통 불능의 아저씨가 아닌, 요리를 잘하며 부드럽고 친근한 남성이라는 점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오셰프의 그런 이미지는 ‘마리텔’에서 시청자의 채팅에 일일이 답변하는 모습으로 넉넉한 중년 신사의 이미지를 보여준 백종원 셰프, 육아예능에서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 이휘재나 추성훈, 기태영 같은 스타들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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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위원은 “이처럼 ‘노력하는 아재’의 이미지는 대중이 마음속으로 ‘이 정도만 됐으면’ 하고 바라던 중년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즉 중년 남성이 젊은 층과 소통하려 애쓰는 태도가 녹아 있는 유머가 사회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기성 세대의 변화에 대한 젊은층의 열망이 크다는 뜻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또 긍정적인 ‘아재’든, 부정적인 ‘개저씨’ 든 중년 남성을 부르는 호칭이 다양해진 것에 대해서도 “이는 한국의 가부장제가 점차 유연하게 변한 것, 또 남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낮아진 것과 관계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초 MBC 드라마 ‘아줌마’를 필두로 속물스런 중년 여성의 이미지를 마음껏 비틀고 풍자한 데 비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중년 남성은 마음껏 욕할 수도, 정서적 따뜻함을 기대할 수도 없는 가부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지위가 달라졌고, 젊은 세대 또한 변했다. 직장상사 등 윗사람의 폭언과 폭력을 더 이상 묵인하지 않고 ‘꼰대’ 혹은 ‘개저씨’ 같은 말을 만들어 내며 맞서거나, 반대로 ‘아재 개그’를 통해 시대와 소통하려는 움직임에는 응원과 열광을 보낸다는 것이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아재 개그에 젊은 세대가 호응하는 것은 아저씨를 향한 조롱과 연민, 애정이 섞인 감정을 토대로 한다. 이것이 세대 간의 묘한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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