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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직격 인터뷰] 한국의 핵무장론, 국익에 맞지 않는다


남정호의 직격 인터뷰  미국 '비확산파의 대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
 
지난 1월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양쪽의 핵 문제가 동시에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의 경우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여기에 실을 소형 핵탄두 개발을 저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주목거리다. 반면 남쪽에서는 ‘방위적 핵무장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사회의 뉴스가 됐다.

핵무장 논란은 4·13 총선 바람에 눌려 물밑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언제라도 튀어나올 기세다. 과연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은 바람직한가, 아니면 독이 될 것인가. 또 북핵 문제를 풀 묘수는 무엇인가. 두 난제에 대한 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세계적인 비확산 전문가이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때마침 방한해 지난 13일 그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다.
 
  

| 핵무기 보유, 국제적 고립 불러
우라늄 수입 끊겨 원전 올스톱
일본식 핵 제조 능력도 금물
탄탄한 한·미 동맹이 도발 억제책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됐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일이다. 민주사회에서는 국가 안보를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지 논쟁하고 이를 알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조국의 미래와 관련해 어떤 선택이 있는지 논의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어 한국인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따라서 일부 한국인이 핵 억제력을 얻는 게 문제의 해결책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도 놀랍지 않다. 하지만 핵 억지력 확보는 몹시 부정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
어떤 부정적인 면을 말하나.
“핵무기를 갖게 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될 것이다. 양쪽에 도움이 됐던 한·미 안보 동맹도 방해를 받거나 완전히 단절되게 된다. 한국 전력의 30% 이상을 충당하는 원자력 발전도 불가능해진다. 모든 농축우라늄 수입이 끊기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안이 객관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 논의된다면 한국은 핵무기 개발이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것이다.”
그럼 핵무기도 없이 어떻게 하란 얘기냐.
“한국으로서는 자국의 안보를 확실히 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탄탄한 한·미 군사동맹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동맹은 수대에 걸쳐 양국 국익에 도움이 돼 왔다. 현재 양국 동맹은 어느 때보다 탄탄하며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막기 위해 한국이 필요한 것들을 주고 있다.”
북한이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핵우산은 지금도 유효하고 미래에도 계속 작동할 것이다. 한·미 동맹은 양국에 도움이 돼 왔으므로 당연히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 미국 내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한반도에 2만8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으니 미국의 핵우산은 믿어도 된다. 이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이 즉각 개입하게 된다는 뜻이다. 특별한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은 한국의 방어를 위해 전면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 핵무기를 실제로 만드는 대신 제조 능력만 보유하는 일본식 모델은 받아들일 수 없나.
“만약 모든 나라가 단기간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든 나라가 소위 ‘핵무기 문턱 능력(threshold nuclear weapon capability)’을 갖추게 된다면 어떨까. 세상은 몹시 불안한 곳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광의의 비확산 및 국가 안보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 문턱 국가’가 되는 것을 막고 있다. 만약 몇 주 만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주변국들의 의심은 커지게 되고 심각한 불안과 심지어 군사적 선제 공격까지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 어떤 비핵 국가라도 소위 핵무기 문턱 능력 혹은 잠재적 개발 능력을 보유하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을 막는 방법으로는 미국의 확장 억제라 불리는 핵우산을 견고히 하고 한·미 관계를 계속 강화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 미군 한국 주둔이 본토보다 저렴
트럼프 바람도 미군 철수 못 시켜
북, 중 의식해 핵실험 안 할 수도
외교 없는 압박은 절대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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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비확산 전문가로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난 13일 한국의 핵무장 시 예상되는 부정적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력 주자로 떠올라 한·미 동맹의 앞날을 걱정하는 한국인이 적잖다.
“한국인들은 한·미 동맹에 대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트럼프가 일부 미국인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한국 및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그의 발언과는 관련이 없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러 가지 불만, 특히 경제적 불만 때문에 그를 미는 것이다. 이들은 미 행정부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관심이 없다고 믿는다. 그것이 이들의 지지 이유이고 그 안에는 분노가 담겨 있다. 이들의 지지가 미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럼 트럼프가 돼도 주한미군 철수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미국 내에는 한·미, 한·일 동맹을 선호하는 폭넓은 지지가 존재한다. 주한 미군을 본국으로 송환한다고 별다른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 병력을 주둔시키는 것보다 미국 땅에 이들을 두는 게 미국 납세자들에겐 더 큰 부담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미군을 본국으로 귀환시키는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군 파병은 한국은 물론 미국의 국익에 광범위한 도움이 된다. 따라서 트럼프의 이런 말에 대해 한국인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만간 북한이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것으로 보나.
“김정은이 또 한 번의 도발을 결정할 가능성은 높다. 5월 전당대회를 맞아 그는 자신의 권력을 견고하게 만들기 원할 것이다. 당 대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김정은은 자신이 강한 지도자로 비치길 바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도발을 감행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김정은은 추가 도발 시 생기는 위험에 대해서도 생각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유엔 안보리결의 2270호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중국은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수위를 높여 훨씬 더 강력하게 조일 수도 있고 느슨하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만약 김정은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와 같은 또 한 번의 도발을 하기로 결심한다면 중국이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 타이밍상 북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당 대회에서 강력한 지도자로 보일 것인가 아니면 대북제재 강화를 막기 위해 중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심할 것이다.”
 어느 쪽 가능성이 더 큰가.
“현재로는 예단하기 어렵다. 만약 그가 정말로 합리적이라면 현시점에서의 도발은 중국의 제재 강화로 이어질 것이므로 이를 관두기로 결정할 것이다. 그가 합리적인지, 현명한 선택을 하는지 두고 보자.”
김정은 정권이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이 한국을 위해 본토 피폭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5번째 핵실험과 또 한 번의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를 마친다고 북한이 원하던 능력 개발을 완성했다고 가정해선 안 된다. 우리는 북한이 핵 개발 단계 중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핵실험과 미사일 테스트를 할 때마다 북한이 더 많이 배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진전을 이뤘는지 예단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확실하지 않은가.
“아직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해 어떠한 종류의 비행 실험도 실시되지 않았다.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리긴 했지만 이는 정확하게 그들이 원하는 기술은 아니다. 장거리 미사일 기술에 확신을 가지려면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도 미사일 본체에 이상이 없는지 테스트해 봐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그것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실험실에서 재진입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했다고는 하지만 비행 실험은 전혀 한 적이 없다.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자신을 가지려면 앞으로 수년은 더 걸릴 거라고 믿는 이들이 있다. 따라서 다음번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 이후 북한이 그들이 원하는 기술을 가질 거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앞으로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믿는다. 분명한 것은 한·미·일 모두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이를 여러 방법을 통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막을 수 있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 사용될 북한의 자금원을 차단해야 하고 프로그램을 위해 사용될 장비와 물자의 선적도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제재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북한이 핵탄두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에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북한은 경제제재로 핵 개발을 포기한 이란과는 다르다. 대북제재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여러 이유 때문에 나는 북한보다 이란을 제재하는 게 쉽다고 늘 느껴왔다. 이란 경제는 세계 체제와 통합돼 있다. 이란은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또 원유 판매를 줄일 수 있으면 이 또한 압박이 된다. 우리는 실제로 이란을 국제 금융체제로부터 고립시켰고 원유 판매도 극적으로 감축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이란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왔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세계 경제체제에 통합돼 있지 않다.”
세계 경제체제에서의 독립 여부가 유일한 차이인가.
“또 다른 차이가 존재한다. 이란에는 자신이 너무 혹독한 제재에는 시달리지 않도록 조치해주는 큰 시혜자가 없었다. 하지만 북한엔 중국이라는 커다란 시혜자가 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들은 많지 않다. 중국은 기름, 식량 등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아울러 중국은 석탄이건 철이건 다른 광물이건, 북한의 주요 생산품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중국에 의해 압박받을 수 있으며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을 압박할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대북제재는 중국이 완벽하게 이를 시행해야 북한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최고위층 수준에서 안보리 제재를 전적이고 완벽하게 이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으며 이는 긍정적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국에서 나오는 신호도 긍정적이다. 중국이 제대로 제재를 이행한다면 북한으로서는 큰 압박이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면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압박이나 제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중국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외교와 연결된 압박만이 성공할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 테이블에 나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를 수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것이 압박과 제재의 목적이다. 외교 없는 압박은 통하지 않으며 또한 압박 없는 외교 역시 소용이 없다. 외교는 반드시 강력한 압박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은…
미국의 비확산 문제 전문가로 클린턴 행정부 때는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오바마 정권에서는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를 지냈다. 그는 특히 이란과 북한 핵 문제에 정통하며 북핵 문제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도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비확산파’로 꼽히는 그는 한·미 원자력 개정 협상 당시 수석대표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 해박한 지식으로 한국 측 인사를 몰아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코넬대를 졸업한 뒤 프린스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글=남정호 논설위원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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