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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의심환자 격리 매뉴얼 없으면 또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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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13일 새벽 시작된 아랍에미리트 여성 M(22)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의심 소동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오후 5시쯤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발표하면서다. 하지만 양성이 아니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없던 일로 치부하기엔 찜찜한 부분이 있다. 강북삼성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던 M이 막무가내로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간 대목에서다. 경찰이 동원되는 등 그의 행방을 찾는 데만 4시간 걸렸다. 만약 M이 진짜 환자였다면 호텔 관계자 등 수십 명이 격리되고, 그가 지나친 곳은 지난해 같은 메르스 악몽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런데 병원과 질본의 조치에 크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병원은 응급실 외부에서 의심증세를 미리 파악해 M을 격리했고, 질본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그의 위치를 알아냈다. 진짜 문제는 법 조항에 있는 빈틈이다. 현재 격리를 거부하는 의심환자에 대한 강제 조치는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42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조사거부자를 자가 또는 감염병관리시설에 격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공공기관이 개입했을 때 적용되는 이야기다. 민간병원들은 의심환자가 도망가려고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확진도 아니고 의심 환자가 스스로 귀가하겠다는 걸 병원이 막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엔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이 격리 거부 환자가 도망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설득이 유일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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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렇다고 이제 와서 법 조항을 다시 바꾸기도 어렵다. ‘의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민간기관이 한 개인을 강제로 가둔다면 인권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남은 대안은 공공기관의 개입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현장에서 공감할 만한 매뉴얼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보건소 직원과 경찰공무원이 신고를 받자마자 동시 출동하는 등 법 테두리에서 가능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소동을 계기로 보건당국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질본은 14일 회의를 열어 의심환자 격리 보완책 등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새벽이나 휴일은 격리를 거부한 환자에 대한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긴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제2의 메르스를 막으려면 보건당국은 법망을 빠져나가는 빈틈을 찾아 이를 메워야 한다. 다음달이면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 1년이다. 격리 매뉴얼이 없으면 또 당할 수 있다.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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