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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핀테크 발목 잡는 은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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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은행의 사금고화를 차단하기 위해 동일인이 은행 발행 주식의 10%(지방은행 15%)를 초과해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자산 5조원 이상 되는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는 기업들은 발행 주식의 4%(지방은행 15%)를 초과해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해 고객 예금으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행법상 재벌이 은행을 소유한다 하더라도 해당 은행 예금을 임의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각종 통제제도들이 마련돼 있다. 즉, 공정거래법상 재벌이 소유 은행으로부터 50억원 이상 대출을 받으려면 사외이사가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또 재벌총수 일가가 30% 이상 소유한 기업에 대출해 주는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해 과징금은 물론이고 주식처분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

은산분리 정책이 더 이상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는 수단이 아닌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정부가 관치금융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핀테크 산업의 대표격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정책 때문에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는 절박한 목소리들도 들린다. 지난 3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행주식소유제한이 완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 표류 중인 은행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재벌이 아닌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후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 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6개월 후 출범하게 될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IT기업도 지분 참여를 하고 있어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법정 최소자본금을 250억원으로 정하고, 비금융 주력자(상호출자제한기업 제외)의 지분 보유 한도를 50%로 확대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은산분리정책은 오래전부터 그 의미를 상실한 구시대 유물이다. 미국도 1999년 급변하는 세계금융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은산분리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금융현대화법(Gramm-Leach-Bliley Act)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55년 전의 은산분리정책으로부터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IT 주도적 세상에서 은산분리가 핀테크 산업 육성보다 더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환경보존을 위해 고무신보다는 짚신을 신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을 위해 인터넷은행에 지분 참가한 IT기업들의 미래를 없애려 하는지 답을 해야 할 때다. 은행법 개정이 그 답인 듯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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