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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러다 본사 해외로 옮기는 기업 나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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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란 개념이 있다. 어떤 조직이나 지역에 불만이 있는 이는 그곳을 떠나는 식으로 의사표시를 한다는 의미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와 비슷한 말이다. 기업도 투표를 한다. 일반 유권자처럼 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발로 하는 투표를 한다.

기업의 투표 방식은 ‘투자와 고용’이다. 기업 활동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투자를 하지 않거나, 있던 사업도 정리한다. 반대로 필요할 땐 어떤 비용도 감수한다. 롯데그룹은 숙원인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건립을 위해 총 4조원을 투자했다. 이중 1조3000억원을 교통분담금 등 공공기여를 위해 썼다. 주변 환경 개선을 통해 반대 여론을 달래기 위해 들인 비용(cost)이 전체 사업비의 33%에 달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그룹 신사옥인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위해 부지 마련에만 10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두 곳 모두 누가 시켜서 그 돈을 쓴 게 아니다. 그만큼 그 지역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투자를 한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와 정권을 막론한 목표가 됐다.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상권이 활성화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치인들은 기업 유치설을 흘리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대상으로 언급된 기업들은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실제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인지는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누적액(2014년 기준)은 GDP의 12.8%로 EU(49.6%)는 물론 인건비가 우리보다 비싼 미국(31.1%)보다 한참이나 떨어진다. 외국인이나 기업이 볼 때 우리나라는 돈을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의 역할은 결국 해당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일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라면 자연스레 삶의 질도 올라간다. 기업 유치가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과업 중 하나가 된 이유다. 해외 생산공장이 많은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사석에선 “매출 대부분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데, 이론적으로 볼 때 꼭 본사가 국내에 있으란 법이 없다”는 뼈있는 농담을 많이 한다. 국민 정서 등으로 본격적인 움직임 은 없지만 진짜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기업을 움직이는 건 결국 ‘이윤 동기’다. 기업들의 발을 억지로 끌어당기는 국회보다 자연스레 발이 향하는 지역을 만드는 국회가 되길 기원한다.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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