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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이 한땀 한땀 가방 만들어 … 튼튼하고 안쪽도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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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가방은 한 명의 장인이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손으로 만든다. ① 장인이 가방의 가죽 표면에 광택을 내고 있다. ② 말 안장에 사용하던 바느질법 ‘새들 스티칭’. 두 개의 바늘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교차시킨 뒤 양손으로 실을 당겨 단단히 고정한다. ③ 가죽 위에 금속 장식을 놓고 구슬 못을 박은 뒤 망치로 두드려 못 머리를 둥그렇게 구부린다. ④ 손잡이를 가방 본체에 꿰맨다. [사진 알프레도 피올라]


| 파리 외곽 ‘에르메스’ 가죽 공방을 가다


갖고 싶은 단 하나의 가방을 꼽으라면 “에르메스”라고 답할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인기 핸드백인 켈리백이나 버킨백이 기나긴 웨이팅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몇 년이 지나도 차례가 오지 않는다”는 불평부터 "웨이팅 리스트에 오르는 법을 알려달라”는 아우성도 있다.
에르메스는 워낙 고가여서 일부 계층에서 주로 사랑받았지만 최근에는 대중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성들 대화에서 “명품백 세 개 살 돈으로 에르메스 가방 하나 장만하는 게 낫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에르메스 가방은 어떻게 만들어지기에 열망의 대상이 됐을까. 가격은 왜 비싼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있던 차에 프랑스 파리 외곽 팡탕(Pantin) 지역에 있는 에르메스 가죽 공방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켈리백과 버킨백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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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에르메스 가죽 공방. 통유리로 지어져 자연광이 가득하다. [사진 알프레도 피올라]

에르메스는 모든 제품을 프랑스 내 10여개의 공방에서 만든다. 그 중에서 매출의 절반 가까이(46%)를 차지하는 핸드백·지갑 등 가죽제품을 만드는 곳이 팡탕 공방이다. 팡탕은 아파트와 사무용 건물이 섞여 있는 파리 외곽의 작은 도시다. 공방 건물은 ‘에르메스 아틀리에’라고 적힌 간판과 꼭대기에 설치된 기마상이 없었다면 도서관으로 착각했을 법한 차분한 인상이었다. 건물 전체가 통유리로 지어진데다 가운데가 뻥 뚫린 아트리움 구조여서 공방 전체에 자연광이 가득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입구에 거대한 페가수스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1837년 마구(馬具) 업체로 출발한 에르메스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건물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 지점 이후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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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공방 입구를 지키고 있는 페가수스 조형물.



가방 만드는 가죽 장인 3000명

에르메스 생산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기욤 드센 부사장이 일행을 맞이했다. 그는 “1992년까지는 파리 시내 중심가에 있는 ‘포부르 생토노레’ 플래그십 스토어의 윗층에서 핸드백을 만들었다”며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장 루이 뒤마 전 회장의 결단으로 이곳에 시설을 지어 가죽 공방을 이전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포부르 생토노레 매장 윗층에서는 안장 등 말과 관련된 가죽제품을 제작한다.

에르메스에는 제품을 만드는 장인이 4500명 넘게 있다. 이 중 3000여 명은 가죽을 다룬다. 그 중에서 약 1000명이 이 건물을 비롯한 팡탕 지역의 공방에서 일한다. 에르메스의 또 다른 주요 제품인 실크 스카프를 만드는 장인 800명은 중부 도시 리용에 있는 실크 공방에서 근무한다. 이날 방문한 곳은 켈리·버킨·콘스탄스 같은 작은 사이즈 핸드백을 만드는 작업실이었다. 방안은 간혹 해머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 뿐 조용했다.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장인들 모습이 마치 정보기술(IT) 회사의 개발자들처럼 보였다.



한 사람이 핸드백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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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한 명이 가장 기본적인 켈리백을 만드는데 18시간이 걸린다. [사진 에르메스]

장인들은 가슴 높이 작업대 앞에 앉거나 서서 각자의 속도대로 켈리백과 버킨백을 만들고 있었다. 에르메스 핸드백이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은 한 사람의 장인이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다는 점이다.

재단된 가죽, 안감, 작은 나사, 버클, 금속판 같은 재료가 담긴 트레이가 장인들에게 각각 배분되면서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안감과 주머니를 먼저 만들고, 본체를 꿰매고, 손잡이를 매단다. 송아지·염소 등 기본 가죽으로 켈리백을 만드는 데 18시간, 버킨백은 25시간쯤 걸린다. 악어나 뱀, 타조 같은 희귀 가죽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주당 33시간 근무하는 에르메스 장인 한 사람이 일주일에 완성할 수 있는 가방이 2개쯤 된다는 얘기다. 한 해 새로 키워내는 장인은 200명 수준.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수요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실력을 키울 수 없다는 점이 에르메스의 고민이다.

에르메스의 또 다른 특징은 가방 전체를 장인이 직접 손으로 박음질해 만든다는 점이다. 가죽과 가죽을 이어 붙이고, 금속성 장식을 붙이는 모든 공정은 오로지 사람의 손과 실, 구슬 못(머리가 둥근 모양의 굵은 못)으로 완성된다. 에르메스는 179년 전 창업 당시와 똑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제작한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창업자의 5대손인 장루이 뒤마 전 회장은 생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해 온 방식 그대로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한 사람이 오롯이 가방 한 개를 만들면 가방 전체의 균형과 완성도가 높아진다.



기계 박음질보다 튼튼한 ‘새들 스티칭’

몇몇 장인들은 자신들의 작업대에 가까이 다가오도록 했다. 한 중년 여성 장인의 작업대에는 ‘버킨백, 네이비 블루, 악어 가죽…’ 등 세세한 옵션을 적어 넣은 주문서가 걸려 있었다. 그는 손잡이를 본체에 꿰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늘이 들어갈 구멍을 송곳으로 뚫고, 두 바늘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교차시키며 바느질을 했다. 왼쪽 바늘은 오른쪽으로, 오른쪽 바늘은 왼쪽으로 보낸 뒤 두 손으로 실을 잡아 양쪽으로 당겨줬다. 말 안장을 만들 때 사용하던 ‘새들 스티치’ 기법이다.

얇은 천도 아닌, 두툼한 가죽을 손으로 꿰매는 이유는 뭘까. “손으로 한 새들 스티칭은 기계 박음질보다 훨씬 튼튼할 뿐 아니라, 앞면과 뒷면이 같은 모양으로 나오기 때문에 안과 겉이 모두 아름답다”는 답이 돌아왔다. 새들 스티치는 한 올이 풀리더라도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가방 모양이 오래 유지되고 수선하기도 쉽다. 모든 스티치가 동일한 강도와 사이즈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장인은 구슬 못을 사용해 금속 장식을 가방 본체에 부착했다. 가죽 위에 금속판을 놓고 못을 박은 뒤 반대편에 튀어나온 뾰족한 부분을 망치로 두드려 동그랗게 구부렸다. 양면 모두 둥근 못 머리가 만들어져 견고하면서 깔끔했다.



가방 안쪽도 겉모습 만큼 아름답게

다음 작업대에 있는 장인은 켈리백을 만드는 공정을 절반을 넘긴 상태였다. 몸체와 손잡이, 버클까지 완성했다. 그는 가방 바닥을 구겨서 안쪽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버클은 다치치 않게 수건으로 감쌌다. 악어 가죽이어서 제법 딱딱해보이는 가방을 온 힘을 다해 뒤집었다. 켈리백은 가방 바닥이 입구쪽보다 넓어 이 작업이 쉽지 않아 보였다. 젊은 여성 장인의 팔에 힘줄이 솟았다. 붉은색 스웨이드 천이 안으로 들어가고, 안에 있던 악어 가죽이 겉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보이지 않는 가방 내부도 겉모습 만큼 아름다워야 한다는 에르메스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공정이다.

이곳에서 만든 모든 가방이 매장으로 가는 건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가방은 퇴출당한다. 에르메스 관계자는 “가방을 만드는 장인이 1차, 부서장이 2차, 품질검사 부서에서 3차 검사를 하는 등 단계별로 검사를 한다”며 “완벽하다는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제조 과정을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고 완성된 제품도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로는 장시간 노동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에르메스 공방 방문은 단순한 ‘패션 경험’만은 아니었다. 제품에 들이는 정성과 전통, 기술력과 완벽주의를 봤다. 세간에서 에르메스를 “럭셔리(luxury·사치품)”라고 부르는 데 대해 뒤마 회장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어가 주는 오만한 느낌를 싫어했다는 것. 대신 그가 정의한 에르메스는 “완전 무결함을 지향하는 장인정신(refinement·치밀함)”이었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팡탕(프랑스)=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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