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우지경의 Shall We Drink] ⑪ 쩐주나이차의 고장, 타이중 미각 산책

호수처럼 잔잔한 여유가 흐르는 타이중 공원.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때마침 봄이었다. 서울의 늦봄만큼 따스한 타이중의 초봄, 살랑거리는 바람에 초록의 기운이 실려 왔다.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台北)와 옛 수도 타이난(台南)의 중간에 있어 타이중(台中)이라 불리는 이 도시는 중부 타이완 여행의 관문이다. 호텔 창문을 여니 타이중 공원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잔잔한 호수 위에 호심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정자를 중심으로 조성한 숲과 잔디밭에는 온통 봄 기운이 출렁였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쩐주나이차 생각 뿐이었다.

“쩐주나이차는 큐큐(QQ)해야 제 맛이죠.“  

그 말 한마디 때문이다. 짬만 나면 타이완으로 먹방 여행을 떠나는 화교 친구의 말이었다. 뜻풀이는 이렇다. 쩐주(珍珠)는 ‘진주’요, 나이차는 ‘밀크티’다. 나이차에 동글동글 타피오카 알갱이가 들어 있는 모양이 흑진주를 닮았다고 해서 쩐주나이차라 불린다. 한국에서는 ‘버블밀크티(Bubble Milktea)로 통한다. 큐큐는 ‘쫄깃쫄깃하다’는 의성어다. 그러니까, 쩐주나이차는 타이오카 알갱이의 쫄깃쫄깃한 맛이 핵심이란 얘기다.

 

야외 테라스가 있어 더 좋은 춘수이탕 타이중 국립 미술관점.

기사 이미지


대체 큐큐한 맛이 뭘까 하는 호기심에 타이중 국립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춘수이탕(春水堂)으로 향했다. 춘수이탕은 전 세계에 쩐주나이차를 퍼뜨린 원조다. 1982년 문을 연 이후 성업 중인 본점 외에도 타이중 국립 미술관, 징밍이제 등 타이중 곳곳에 지점이 있다. 

1988년 춘수이탕의 제품 개발자가 쩐주를 아이스 아쌈 밀크티에 실수로 빠뜨린 것이 탄생 비화라고 한다. 28년이 지난 지금은 우스란, 컴바이, 코코 등 타이완 각지에 수많은 쩐주나이차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생겨났지만, 타이완 사람들은 여전히 춘수이탕을 최고로 친다. 참고로, 한국에서 인기 있는 공차는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 출신이다. 

 
기사 이미지

원조 쩐주나이차의 우아한 자태.

춘수이탕은 여느 테이크아웃 전문점과 달리 쩐주를 직접 만든다. 20~24도에서 한 달간 말린 쩐주를 다시 졸인다. 말랑하면서도 쫄깃한 식감 유지를 위해, 3시간 이상 졸인 쩐주는 가차 없이 버린다. 주문 즉시 잎차를 우려낸 후 우유와 쩐주를 넣고 칵테일처럼 흔들어 섞어 내온다.

과연, 원조의 맛은 달랐다. 곡선이 우아한 유리잔에 담긴 자태부터 우아했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 아래 얼음이 동동 떠 있었고, 동글동글한 쩐주가 반쯤 차 있었다. 한 모금 마셔보니 향긋한 차(茶) 향이 먼저 올라왔다. 입안에 도르르 굴러들어온 쩐주가 씹히는 맛은 과연 쫄깃했다. 과하지 않은 단맛이 음식과 잘 어우러졌다. 평소 우유가 들어간 차는 그저 단 음료로만 여겼던 내 편견을 확 깨 준 맛이었다. 

 
기사 이미지

타이중 국립 미술관 전경.



쩐주나이차로 요기를 하고 난 뒤에야, 참, 이곳은 미술관이었지하고 퍼뜩 깨달았다. 타이완 국립 미술관은 타이중에서 무료로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하나다. 800여 평의 너른 규모에 명·청 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폭넓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야외 조각 공원은 미술관을 둘러본 후 산책을 즐기기 더할 나위 없다. 야외 조각 공원에서 이어지는 대로 미술원길 역시 걷기 좋다. 길 양쪽에 레스토랑, 카페, 소규모 공방 등이 즐비하다.

 
기사 이미지

펑리수 가게 ‘르추’. 정원이 예쁜 카페 같다.



미술원길을 걷다 정원이 예쁜 펑리수 가게 ‘르추(日出)’를 발견했다. 타이중에서 춘수이당 만큼 유명한 명물이 르추의 펑리수다. 펑리수란 파인애플(펑리) 잼을 넣어 만든 케이크인데, 르추의 펑리수는 두툼한 크기와 과육을 씹는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포장도 꺅 소리가 날 만큼 예쁘다.

 

디자인이 돋보이는 르추의 펑리수.

기사 이미지


쩐주나이차와 펑리수. 타이중의 별미는 겨우내 무뎌진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달콤한 맛이 위만 자극한 게 아니라 심장까지 자극한 걸까. 문득, 이 맛을 함께 나누고픈 그 사람이 떠올랐다. 그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정성껏 펑리수를 골랐다. 큐큐(QQ)한 쩐주나이차를 사
다줄 수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기사 이미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