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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20대 국회가 경제를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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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경제에디터

총선 투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나의 선택으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투표를 마친 뒤 ‘또 배신을 당할 텐데’ 하는 허탈함도 밀려들었을 법하다. 벌써 20대 국회는 최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국민과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패거리 싸움만 연출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믿어 보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던가. 미우나 고우나 우리는 그들에게 국가의 명운을 가를 최고의사결정권을 위임했다. 그들이 약속을 지키도록 감시하고 실천을 압박하는 것은 우리네 몫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의 최우선 공약인 경제 살리기 해법은 사실 다 나와 있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 개혁이 그것이다. 작금의 경제 침체는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판 자체가 그렇다. 공급은 만성적 과잉인데 양극화 심화 등으로 수요는 쪼그라든다. 양적완화와 재정 방출 등으로 돈을 계속 풀어 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이유다.

구조개혁을 병행하지 않는 돈 풀기는 경제를 더욱 골병들게 만들 수 있다. 일본이 생생하게 보여 준 길이다. 정치와 국회가 썩으면 구조개혁은 힘들다. 정치 권력의 등에 올라타 기득권의 먹이사슬이 똬리를 틀기 때문이다. 경제 권력자들이다. 독과점 대기업, 정규직 귀족노조, 자영업 카르텔 등 그 범위는 넓고 힘도 강하다.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시장을 통한 자유 경쟁이다. 어떻게든 기존 시장에 담장을 쌓고 문을 걸어 잠그려 한다. 담장을 넘으려는 사다리가 보일라 치면 사력을 다해 걷어찬다. 그렇게 사회는 다시 계급화되고 양극화는 심해진다.

구조개혁은 국회가 관련 법안 몇 개를 통과시킨다고 성사되는 게 아니다. 경제의 판 자체를 시장 중심으로 뒤집어야 가능하다. 도전정신을 가진 창업자와 젊은이들이 규제 없는 판에서 마음껏 뛰도록 해 줘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생기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이다. 구조개혁은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도록 ‘포용적 경제제도’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포용적 제도를 정착시킨 나라는 부유해졌고 그러지 못한 나라는 다시 가난해졌다.

포용적 제도가 뿌리내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게 사회구성원들의 신뢰와 협동, 배려심이다. 이른바 ‘사회적 자본’이다. 물적·인적 자본이 아무리 풍부해도 양보와 타협이라는 사회적 자본이 결합하지 않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경제·사회학계의 정설이다. 공익을 생각하는 시민의식 없이 내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풍조가 만연하면 갈등과 적개심이 판치는 험한 사회가 되고 결국 경제도 병들게 된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갈수록 빈약해지고 있다. 구조개혁이 안 되는 근본 이유 중 하나다.

정치의 책임이 컸다. 여든 야든 표를 얻기 위해 편을 가르고 갈등을 부추겨 왔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께 당부하고 싶다. 경제를 진짜 살리고 싶다면 패권 싸움은 그만하고 소통과 타협의 정치를 펼쳐 달라고, 며칠 밤을 새우는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개혁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 달라고 말이다. 기득권자들의 양보를 얻어 내고 약자들을 일으켜 세워 서로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바로 정치의 소임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국회가 구조개혁을 하기 좋은 환경이 모처럼 조성되고 있다. 경제에 미약하나마 온기가 돌고 있다. 봄을 맞아 산업 생산과 소비심리 등 경기지표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타격이 심했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짙지만 아무튼 구조개혁 수술을 견딜 체력이 보강된 셈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중국 경제는 경착륙 걱정을 덜고,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는 등 대외 경제여건도 나아졌다.

구조개혁에 힘이 실리면 한국은행과 정부는 금리 인하와 재정확대 카드로 지원사격을 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내년이면 또 대통령 선거판이다. 개혁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국내외 경제환경도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20대 국회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승부수를 띄울 절호의 타이밍은 바로 올 한 해다.

김광기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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