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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가상현실 더 실감나게” 3차원 오디오 기술로 국제표준 된 스타트 업

#‘우르크’에서의 어느 날 오후,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가 등 뒤에서 나를 부른다. 몸을 돌려 유 대위를 향해 달려간다. 눈앞에 다가와 말을 거는 유 대위, 그런데 이상하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등 뒤에서 아득하게 울리기만…. ‘아참, 이건 VR(Virtural Reality·가상현실), 가짜였지?’ 꿈이 확 깬다.

오현오 가우디오디오랩 대표

가상현실(VR)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몰입감 높은 VR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까진 인체의 오감 중 시각의 비중이 큰 만큼 시각적 몰입감을 극대화한 VR 기기와 360도 촬영 카메라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VR 생태계가 급속히 커지면서 최근엔 청각·촉각·후각 처럼 시각 이외의 감각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글로벌 정보기술(IT) 거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헤드셋 형태의 VR기기를 쓰고 가상 현실을 즐기려면 3차원 영상과 중력·가속도 센서의 지원 외에도 소리가 적재 적소에 배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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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오 가우디오디오랩 대표가 13일 가상현실(VR) 콘텐트용 음향 녹음기기 앞에 섰다. 그는 “VR은 영상 뿐 아니라 소리가 잘 디자인 돼야 몰입이 잘 된다”며 “뚜렷한 강자가 없는 글로벌 VR오디오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사진 오상민 기자]


요즘 글로벌 VR 업계에서 오디오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내로라 하는 오디오 ‘덕후’(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변형) 출신 엔지니어들이 모인 ‘가우디오디오랩’이다. 13일 서울 역삼동 스타트업 업무공간 ‘마루180’에 있는 사무실에서 오현오(43) 가우디오디오랩 대표를 만났다. 오 대표는 “수십 년간 혁신이 없던 오디오 기술 분야에서 이머시브·인터랙티브(실감·상호반응형) VR오디오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을 잡겠다”고 말했다.

| VR 몰입감 높이는 3D 입체음
일반 이어폰으로 듣는 기술 개발


가우디오디오랩은 일반 이어폰으로도 VR 콘텐트의 3차원 입체음(이머시브 사운드)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앉아서 즐기는 TV와 달리 사용자가 가상공간에서 움직이면서 체험을 즐기는 VR 콘텐트의 특성을 반영해 소리도 실시간으로 움직이는(인터렉티브 사운드) 기술이다. 가상의 3차원 공간 내 특정 지점에서 사람이 움직이거나, 소리가 나는 지점이 이동할 때마다 사람의 귀까지 소리가 이르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소리의 위치를 조정하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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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가 가상공간서 움직이면
소리 나는 위치도 달라지게 설계


오 대표는 “가상 현실에서 발로 깡통을 찰 때 현재는 ‘뻥’ 소리나 캔이 바닥에 뒹구는 소리가 귓가에서 웅웅 울리는 스테레오 수준이라면, 우리 기술은 캔이 놓인 그 지점에서 소리가 나고 사용자가 위치를 바꾸면 소리도 따라 움직여 몰입감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이나 VR기기 같은 하드웨어에 얹거나, 유튜브·페이스북 같은 360도 동영상 플랫폼에 얹으면 VR 콘텐트를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우디오디오랩의 이 기술은 201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미국 퀄컴·독일 프라운호퍼·중국 화웨이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엠펙(MPEG)-H 3D 오디오’라는 차세대 오디오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내년부터는 국내 지상파 방송들도 이 표준에 따라 소리를 송출할 예정이다. 오 대표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Gaudi)의 도시에서 얻은 쾌거를 기억하기 위해 회사 이름에 가우디를 넣었다”고 소개했다.

현재 가우디오디오랩은 이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만든 VR 오디오 소프트웨어를 게임·영화·VR플랫폼에 상용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 콘텐트 제작 업체들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오 대표는 “VR 오디오 분야만큼은 우리가 기존 글로벌 음향기업들보다 기술력에서 크게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LG전자 TV 오디오 엔지니어팀을 이끌었던 오 대표는 2010년 회사를 나왔다. 오 대표가 개발한 기술로 확보한 특허만 1000건이 넘을 정도로 오디오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했지만 TV 중심의 가전 생태계에선 오디오는 뒷전에 밀리기만 했다. 수십년 간 글로벌 음향표준 시장을 주도한 ‘돌비 래보러토리스’를 넘어서는 기술을 개발해도 알아주는 눈이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전축을 분해하며 오디오 엔지니어를 꿈꿨던 오 대표가 대기업 울타리에서 나온 원인이었다.

| 게임·영화 플랫폼에 상용화 추진
"국내 음향 인재 부족해 아쉬워”


이후 그는 될성 부른 기술들을 모아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는 기업을 창업했고, 2014년 오디오 국제표준 채택 후 지난해 다시 가우디오디오랩을 창업했다. 오 대표는 “우리 회사엔 오디오 산업의 부침에 관계없이 오디오만 바라보고 연구해온 인재들이 모여 있다”며 “VR을 계기로 수십 년 만에 오디오 시장에 봄바람이 부는데 국내에선 전문 인력를 더 뽑고 싶어도 뽑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오디오 산업이 주목받지 못하면서 음향학 석·박사 인재 배출소였던 서울대·연세대에서도 음향학 전공자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오 대표는 “통신의 기본이자 핵심 원리를 연구하는 음향학 분야에 가우디오디오랩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며 “올해 미국 LA에 지사를 내고 해외 인재들을 영입해 글로벌 VR오디오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 가우디오디오랩=가상현실(VR) 기기 및 콘텐트에 적용해 사용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해줄 사운드 솔루션을 개발한 기술 스타트업. 2015년 오현오 대표와 이태규 최고기술책임자 등 오디오에 빠져 살던 엔지니어들이 VR 오디오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창업했다. 이들이 개발한 기술 방식은 2014년 차세대 오디오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1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글=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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