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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한국 IT인재 어디 없소 … 문 활짝 연 일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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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프로핏큐브에 취업한 전재윤(아랫줄 왼쪽)씨가 현지 동료들과 일하고 있다. [사진 김기환·오종택 기자]


전재윤(29)씨는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텐노즈아이루(天王洲アイル)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 ‘프로핏큐브’에 입사했다. 지난달 15일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동료와 일본어로 대화하며 프로그래밍 업무에 한창이었다. 그는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칼 퇴근’하는 데다 15분 단위로 잔업수당을 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유모토 요코(湯本陽子) 프로핏큐브 인사담당은 “한국인 채용을 위해 스카이프(위성전화)로 1차 면접을 보고 2차 본사 면접 땐 왕복항공권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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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CEC에서 일하는 서명희(가운데)씨가 고객사 공략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 중이다. [사진 김기환·오종택 기자]

다음 날 도쿄 에비스(惠比壽)의 IT 기업 ‘CEC’ 사무실에선 서명희(31·여)씨가 팀원들에게 ‘고객사 공략을 위한 매체 전략’을 주제로 일본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서씨는 한국에서 야후코리아와 넥슨 계열사에서 일하다 일본어·IT를 배워 2013년 1월 이곳으로 옮겼다.

아베 마코토(阿部誠) CEC 집행위원은 “한국 인재를 뽑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채용 설명회를 열고 면접도 세 번에서 한 번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2월 청년실업률이 12%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해외 취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으로의 취업이 활기를 띤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에 취업한 한국인은 632명으로 전년(339명)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2010년 228명에서 매년 증가세다.

박귀현 무협 도쿄지부장은 “미국·중국은 채용 수요가 많은 대신 공급도 많다. 하지만 일본은 수요는 그대로인데 동일본대지진 이후 공급이 확 줄어 취업문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 한국 인재 채용에 나선 건 자국에서 필요한 인재를 다 뽑지 못할 만큼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졸 취업률이 97%에 이른다. 특히 올 1월 전국적으로 ‘마이넘버’(한국의 주민번호제)를 도입해 IT 인력의 몸값이 높다. 도쿄증권거래소·일본우정공사·도쿄올림픽준비위원회 등이 줄줄이 IT 시스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히지쿠로 마사유키(肱黑?之) IBM재팬 인사담당 이사는 “수년 전부터 IT 인력난이 심각해 실력 있는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 지원자 입장에선 선진국인 일본 회사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초봉도 평균 3000만원 안팎이다. 일본 중소기업에 취업했다가 NTT나 소프트뱅크 같은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 안팎 거리인 만큼 한국 지방 근무와 큰 차이가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최승현(32)씨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취업난 때문에 한국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현지 취업자 오모(36)씨는 “일본 기업은 보수적인 문화가 강하다. 물가가 높은 편이고 가족·친구와 떨어져 지내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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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가 2001년부터 운영하는 ‘IT 마스터’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일본어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김기환·오종택 기자]


해외 IT기업 취업을 위해 무역협회의 ‘스마트 클라우드 IT 마스터’ 과정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협이 2001년부터 운영한 이 프로그램은 전공 무관한 대졸자를 대상으로 약 1년 동안 전문 강사가 일본어와 프로그래밍·웹디자인·자바 등 IT를 가르치고 취업을 알선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비가 1000만원인데 교육생이 200만원,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한다.

강석기 무협 사이버연수실 과장은 “수료생 1772명 중 98%(2010년 이후 100%)가 취업했는데 해외 취업자가 66%”라고 소개했다.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강행군’식 커리큘럼이다. 교육기간 내내 주 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업한다. 한 달에 세 번꼴로 중간평가가 이어진다. 기수마다 50~60명가량 선발하는데 중도에 버티지 못하고 탈락하는 비율이 최근 3년간 16%에 달한다. IT 마스터 과정이 ‘해외 취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유다.

무협은 일본 기업 취업설명회를 늘릴 계획이다. 김정관 무협 부회장은 “일본 기업은 능력만 갖추면 스펙을 따지지 않는다. 좁은 국내 시장을 두고 경쟁할 게 아니라 일본으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취업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기환 기자, 박성민 기자 khkim@joongang.co.kr
사진=김기환·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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