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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2구역 재개발 추진 7년…110년 된 캠벨 사택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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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화학당 설립자인 미국인 조지핀 캠벨이 살았던 집(왼쪽)은 재개발이 진행되면 해체된다. [사진 김성룡 기자]


서울 종로구 사직터널 인근 언덕 위에 화강암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파란 지붕의 2층 양옥이 있다. 그 집 앞의 넓은 마당에 서면 서촌 일대와 청와대가 한눈에 보인다. 주민들이 ‘선교사 집’이라고 부르는 이 집은 구한말 서울에 파견된 감리교 여성 선교사 조지핀 캠벨(1853∼1920)이 살았던 곳이다.

“문화재 등록해도 손색 없어” 평가
20년대 한옥 등 근대 건축물 여럿
“집값 옆 동네 절반” “보존 더 중요”
주민들도 재개발 의견 엇갈려


캠벨은 조선에 온 첫 여성 선교사였다. 교육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부임 이듬해인 1898년 서울 내자동에 캐롤라이나 학당을 세웠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학생들의 기부금으로 건립한 것을 기념해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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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2구역의 1920년대에 세워진 한옥과 해방 직후에 건립된 교회 등은 보존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김성룡 기자]


학생 5명(여성 3, 남성 2)으로 시작한 이 학당은 1910년에 배화학당(현 배화학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일제강점기 동안 수백 명의 학생을 배출했다. 민족의식을 강조한 배화학당은 1930년대 후반에 신사참배에 저항하다가 총독부의 탄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교사로 활동하던 선교사들이 미국으로 송환되기도 했다. 캠벨 선교사는 1920년에 서울에서 눈을 감았다. 서울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묘원에 있는 그의 묘비에는 ‘내가 조선에서 헌신하였으니 죽어도 조선에서 죽는 것이 마땅하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구한말 역사의 한 자락을 품고 있는 이 집이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됐다. 서울 사직2구역의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면서다. 2009년부터 재개발을 추진한 사직2구역은 2012년 고층아파트(지상 12층·456가구)가 들어서는 사업 계획을 인가받았다. 하지만 2013년 사업 일부를 조정하는 사업시행인가변경을 신청했다가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결과 서울시가 추구하는 보존 위주의 개발 방식과 어긋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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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사직2구역 재개발 지역에는 1906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캠벨 사택 외에도 1920년대에 들어선 한옥과 일본인 저택, 해방 직후에 건설된 교회 등 보존 가치가 많은 근대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캠벨 사택은 지금이라도 문화재로 등록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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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사택 대문에는 12일 ‘사직 제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집이 사직2구역 재개발조합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조합 측은 2010년에 미국 감리교본부로부터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감리교본부 관계자는 “미국의 본부는 ‘여성 교회 사업이나 리더십 프로그램 등 공공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감리교 측 주장은 금시초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캠벨 사택은 해체 후 다른 자리에 비슷한 형태로 복원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사직2구역은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과 가파른 경사로 옆에 한옥들이 자리 잡고 있다.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주민은 “바로 앞 동네만 해도 평(3.3㎡)당 3000만원 이상 호가하는데 여기는 절반도 안 된다”며 “낙후된 동네를 빨리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 조혜숙(65)씨는 “보존 계획이 잘 수립된다면 재개발을 했을 때보다도 부동산 가치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글=유성운·김나한 기자 pirate@joongang.co.kr , 김현재 인턴기자(숙명여대 4)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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