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강찬호의 시시각각] 안철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사 이미지

강찬호
논설위원

이슬람을 괴롭히는 세력은 이스라엘이나 미국뿐이 아니다. 인도의 힌두교도들도 이슬람 미워하기는 서방 이상이다. 2002년 인도 구자라트에서는 1000명 넘는 이슬람 신도들이 극우 힌두교도들에게 집단 학살당했다. 당시 구자라트 총독이었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학살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유럽 땅을 밟지 못했을 만큼 사건의 파장은 컸다.

그럼에도 이슬람은 힌두교에 지하드를 벌이기는커녕 쓴소리도 자제한다. 이유가 있다. 힌두와 각을 세우면 ‘서방 기독교 악마들을 소탕하는 순교자’란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집단의 타깃은 언제나 미국·유럽·이스라엘이다. 인도에서 수천 명의 이슬람 형제들이 학살돼도 델리로 날아가 테러를 벌이진 않는다. 그럴 여유가 있다면 텔아비브·뉴욕·파리에서 폭탄 하나라도 더 터뜨리겠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진보진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온몸을 던져 반대한다. 하지만 서민들 생계에 더 큰 폭탄이 될 수 있는 한·중 FTA는 그냥 넘어간다. 주적 미국을 몰아내려면 중국과 싸우면 안 된다는 믿음이 금강석처럼 단단하다.

정치는 이렇게 늘 편 가르기다. 특히 한국처럼 거여·대야 양당이 지배하는 나라는 편 가르기 현상이 유독 심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극단적인 대결정치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감옥형 사회가 됐다.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면 “종북 아니냐”는 눈총이 꽂히는 나라, “일본과 풀 건 풀자”고 하면 ‘친일파’란 욕이 돌아오는 나라에서 미래를 향한 건설적인 논의는 설 곳이 없다. 이런 답답한 구도의 정점엔 대구·경북(TK) 패권에 장악돼 날로 보수화되는 여당과 친노 운동권 패권의 지배 아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 야당이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모처럼 그런 구도가 깨져나갈 조짐이 나타났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더불어민주당을 위협하고, 대구에선 비박계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으로 진박들이 코너에 몰렸다. 당황한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부산을 잇따라 찾았고,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 두 번이나 날아가 무릎을 꿇었다. 그래도 친박·친노 패권주의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엔 변화가 없다.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될 것이다. 그는 몇 년째 철수만 해오다가 처음으로 ‘안(不)철수’하는 결단을 통해 존재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거여·대야의 나눠먹기 정치에 신음해 온 국민들이 안철수를 불쏘시개 삼아 직접 정계개편에 나선 결과로 봐야 한다. 호남에서 공천된 국민의당 후보 대부분이 ‘구악’ 소리를 들어온 현역의원들임에도 단단한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국민의당이 오늘 총선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30석 안팎의 의석을 가져간다면 안철수는 “지금부터가 진짜 전쟁”이란 긴장감 아래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한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빼면 당선 가능권이 광주·전남북에 몰려 있어 호남 자민련에 머무를 우려가 크다. 총선 다음 날부터 천정배·정동영 등이 맹주를 자임하며 안철수에게 칼날을 들이댈 공산이 작지 않은 이유다. 경제·안보에서 두 사람의 정체성은 안철수보다 문재인·더민주에 가깝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더민주의 운동권 성향에 염증을 느껴 돌아선 호남 주민, 비례대표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택한 전국 유권자들의 뜻에 역행하는 것이다.

국민은 총선을 통해 안철수에게 막중한 과제를 안겼다. 골리앗 친박·친노의 독과점을 깨고 합리적 개혁세력이 정치를 주도할 수 있게끔 판을 바꾸라는 시대적 요청이다. 안철수는 그동안 숱한 오판과 실기로 국민의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지 못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사즉생 정신으로 정치개혁에 몸을 던져라.

강찬호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