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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책·비전 사라진 총선 … 투표로 바로잡아야

4·13 총선 선거운동 기간이 오늘로 종료된다. 우려했던 대로 이번 총선은 정책과 비전이 완벽히 실종된 희한한 선거가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강봉균 선대위원장이 꺼낸 ‘양적완화’ 외엔 변변한 공약 하나 내놓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종인 대표가 경제민주화와 기초연금 확대 같은 공약을 제시했지만 3년 전 대선 때 여당의 책사로 내놨던 공약의 재탕에 불과했다. 국민의당이 내놓은 각종 공약도 기성 정당들과 차별성이 없어 유권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반면에 3당은 당장 해결이 절실한 국가적 현안들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5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흘렸지만 어느 당도 안보 대책을 거론하지 않았다. 3당은 앞다퉈 ‘경제 살리기 적임자’를 자처했지만 서로의 경제 공약을 비교하는 토론회 한 번 열지 않았다.

정책이 사라진 선거판은 표를 구걸하는 앵벌이형 캠페인으로 메워졌다. 새누리당은 대구에서 고전 중인 진박 후보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비는가 하면 당 지도부가 “잘못했다. 잘하겠다”는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까지 배포했다. 뭘 잘못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무작정 표를 달라는, 진정성 없는 쇼에 불과하다. 더민주 역시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며 “3번 찍으면 1번 된다”는 낡은 레코드를 틀고 있다. ‘새 정치’를 다짐해 온 국민의당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돼 온 현역 의원들로 광주·전남북 지역구를 채우는 모순을 보였다. 새 얼굴로 승부하는 대신 호남의 반노(反盧) 정서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선거전략이 부실할수록 허황된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기 쉽다.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 935명 중 419명(44.8%)이 내건 공약을 전부 이행하면 1000조원 넘는 돈이 드는 것으로 중앙일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올해 예산(386조4000억원)의 2배 반이 넘는 규모다. 고속도로·해저터널·무상교육 등 천문학적 재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쏟아낸 결과다. 유권자들은 이런 공약(空約)들에 넘어가지 않도록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한가지 눈여겨볼 것은 여야를 장악해 온 친박·친노 패권주의의 균열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대구에 불고 있는 무소속 바람으로 인해 그동안 독주해 온 친박계가 주춤하고 있다. 더민주 역시 호남에 불어닥친 국민의당 바람에 친노계가 숨을 죽였다.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를 두 번이나 찾아 ‘용서’를 구할 정도다. 이런 흐름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를 달리하는 교차투표 비율이 역대 어느 총선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거대 여야의 극단적 대결정치에 지친 민심이 양당의 패권주의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공은 국민에게 넘어왔다. 역대 어느 총선보다 내용 없는 선거전에 실망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투표를 포기하면 정치권은 4년 뒤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표를 구걸할 게 뻔하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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