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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릴레이] ⑫ 노진성이 이방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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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성 셰프

주방에서 팬을 돌리고 있는데도 홀의 공기가 느껴진다. 정말 내 마음에 드는 요리를 하면 손님도 열에 일곱은 만족한다. 음식의 균형이 안 맞은 날은 식탁의 공기가 어색하게 전해진다. 아무래도 외식 경험을 많이 한 분들일수록 그런 차이에 민감하다. 수줍어서 따로 인사는 못 드리지만 이렇게 손님과 요리로 대화하는 기분이다.

마흔에 파리로 늦깎이 요리 연수
매일매일 ‘열정’ 주방 지키며
균형 맞춘 음식 내놓는 진짜 셰프

현대 미식(美食·gastronomy)은 현대 미술과 비슷하다. 대중은 피카소를 알긴 하지만 그의 작품이 왜 유명한지, 왜 비싼지 잘 모른다. 자꾸 경험하고 즐겨야 보인다. 요리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자꾸 ‘학습’하다 보면 어떤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무릇 ‘셰프의 요리’라면 다른 사람이 한 요리를 그대로 따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에게서 영감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걸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담아내야 나만의 ‘작품’이 된다.

내 요리가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순 없다. ‘정식당’ 임정식 셰프는 만족한 사람 중 하나였나 보다. 임 셰프는 나와 참 다른 편이다. 내가 노력파라면 임 셰프는 감각·직관이 뛰어나다. ‘뉴코리안’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든 점에다 사업가 마인드까지, 재미있는 친구이자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요리사다.

<본지 3월 28일자 20면 셰프릴레이 11회>

26세에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앞으로 내가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잘 몰랐다. 그러다 ‘라미띠에’(서울 신사동)에 말단으로 들어가면서 프렌치 요리에 대한 존경이 시작됐다. 일하는 이들의 절제와 단정함, 프로페셔널한 행동 하나하나가 새로운 세상처럼 다가왔다. 셰프라는 단어조차 흔하지 않았던 때, 그렇게 집중력 있게 요리하고 인정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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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오네의 오리다리 콩피


그때 나를 지도해준 분이 지금 ‘파씨오네’(서울 신사동)를 이끌고 있는 이방원 오너셰프다. 나도 꽤 늦게 프랑스 연수를 다녀왔지만 이분은 2011년 나이 마흔에 파리로 홀로 떠났다. 결혼해 아이 둘을 둔 가장임에도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는 오랜 갈망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스무 살 남짓한 연수생들 사이에서 프랑스어도 잘 통하지 않았을 테니, 그 고생이 눈에 보일 듯하다. 요즘도 여유만 있으면 프랑스에 트렌드를 탐구하러 다녀온다. “정말 클래식한 곳은 시간이 흘러도 남더라. 완성된 요리는 유행을 타지 않아”라고 혼잣말처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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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 셰프

요즘 많은 젊은 셰프가 재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40대 중 현장에서 자기 색깔을 내며 활약하는 분은 많지 않다. 외국에선 셰프의 전성기가 40대부터 20년간이라고들 하는데 말이다. 이 셰프는 프랑스어로 ‘열정’이란 뜻의 식당 이름 그대로 매일매일 주방을 열정적으로 지킨다. 톡톡 튀기보다는 편안하게, 정밀한 균형을 맞춘 음식을 내놓는다. 아는 사람은 안다. 정말 어려운 건 기본을 잘하는 것, 흐트러짐 없는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란 걸.

요리 좀 하고 TV에서 인기 얻으면 아무나 ‘셰프’라고 불린다. 많은 이가 유명해지려 노력한다. 그러나 정말 소중한 이들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일하는 분들이다. 요리를 꿈꾼다면, 부디 그들을 롤모델로 삼기를.

정리=강혜란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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