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서소문 포럼] ‘진경준 의혹’ 하나 해소 못하는 여당, 표 달랄 자격 없다

기사 이미지

강찬호
논설위원

아무리 총선에 정신이 팔려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 있다. 바로 현직 검찰 고위 간부가 주식투자 한 건으로 120억원을 번 사건이다.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하 경칭 생략)이 주인공이다. 국민은 공분할 수밖에 없다. 야당의 기가 살아 있던 과거 같으면 이 사건 하나만으로 여당 표가 수백만 표는 날아갔을 것이다.

진경준 의혹은 지난달 25일 공직자 재산변동 공개로 드러난 이래 눈덩이처럼 커져 왔다. 보통 사람은 살 수도 없는 비상장 게임업체 넥슨의 주식을 4억원에 ‘몰빵’해 사들인 점 하나만으로도 구린내가 진동한다. 그는 2005년 10만~15만원대에 거래되던 넥슨의 금싸라기 비상장 주식을 주당 4만원이란 헐값에 대량 매입했다. 이 주식은 원래 넥슨의 미국 법인장을 맡았다가 퇴직한 이모씨 명의였다. 이 지분이 넥슨홀딩스 감사를 지낸 박성준씨의 중개로 진경준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박씨에게 3분의 1씩 넘어간 것이다. 진경준과 김 대표·박씨는 모두 대학 동문으로 연결된 사이다.

그렇더라도 넥슨이 미국 법인장에게 맡겨둔 알짜배기 주식을 진경준 등에게 싼값에 넘겨준 건 무언가 대가를 노려서 한 짓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게다가 진경준은 비상장 주식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근무를 한 다음 해에 문제의 주식을 매입했다. 그는 이후 금융수사 핵심 부서인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이 주식을 쥐고 있었다. 공직자의 부적절한 재테크 수준이 아니라 금융수사 전담 검사와 벤처기업 간에 검은 거래가 있었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진경준은 이렇게 축적한 넥슨 주식 80만여 주를 지난해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126억여원에 처분해 120억원 넘는 투자차익을 올렸다. 덕분에 전년도 신고액 대비 재산증가액만 39억원을 기록했다. 국회의원을 뺀 재산공개 대상자 중 최고액이다. 검사 직위가 아니고선 이런 기적을 만들 개미 투자자가 있겠는가. 보통 사람들 입장에선 피눈물이 날 일이다. 이 정도면 수사, 아니 특검 감이다.

그런데도 법무부와 검찰은 미적대기만 했다. 진경준이 금융수사 핵심 부서에서 1년 가까이 주식 사건을 여럿 수사하는 동안 넥슨의 주요 주주 지위를 보유했던 사실을 눈감고 넘어간 것부터 큰 잘못이다. 의혹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대한변협이 수사 촉구 성명까지 냈는데도 법무부는 시효 운운하며 팔짱만 껴왔다. 잡범들 범죄엔 추상같으면서 제 식구 관련 의혹은 감싸기에 급급한 고질병이 여전하다.

해외순방 뒤 지난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선 규명 후 사표 처리’를 지시하자 뒤늦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조사를 본격화하긴 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조사할 수 있어 진상 규명엔 한계가 뚜렷하다. 독립된 외부 인사로 구성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 아니, 이참에 제2, 제3의 진경준은 없는지 공직사회 전반을 뒤져 발본색원해야 한다.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사 차익을 거두는 공직 비리는 이미 여러 건 적발됐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공직자 재산이 공개되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실제 드러난 사례는 극소수일 것이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연일 무릎 꿇고 “잘못했다. 잘하겠다”고 읍소하고 있다. 그러나 진경준 의혹에 대해선 총선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러니 진정성 없이 표만 달라는 ‘사죄 쇼’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정부·여당이 진경준 문제를 어떻게 매듭짓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 다음 총선에서 여당을 심판할 잣대로 쓸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 슬로건을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투·개표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총선 결과에 패자는 승복하고 승자는 고품질 의정활동으로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옳은 얘기다. 그러려면 총선 전에 구더기부터 치워야 한다. 아름다운 선거를 위해서라도 썩은 내 진동하는 ‘진경준 게이트’를 속 시원히 처리하라.

강찬호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